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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시리즈]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

개골개골 | 2023.04.02 02:42:4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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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시리즈] 익숙한 것과 헤어질 용기

[은퇴 시리즈] 조기은퇴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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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이후 3개월이 지났습니다. 연초에 매니저에게 퇴사 의사를 이야기했고, 그 와중에 회사에서 레이오프가 일어났고, 저의 퇴사 의사를 충분히 upstream manager에게까지 전하지 못한 바람에 레이오프는 저를 비켜갔고 ;;; 어차피 레이오프 상관 없이 퇴사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퇴사는 저의 원래 타임 스케쥴 대로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2023년 4월 3일이 지금 회사에서의 마지막 날이구요.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는 25년차, 미국으로 건너와서 일하고 부터는 13년차. FIRE라는 컨셉을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나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나서도 역시 13년 정도 걸렸네요.  올해 1월 은퇴시기를 확정하고 나서 부터는, 만나는 분들께 은퇴한다고 이야기하고 작별인사 드리고 뭐 그렇게 보냈습니다.

 

이 글이 3부작 포스팅의 마지막 글이 될 예정이라서 주제가 약간 중구난방입니다. 그래서 제목을 정하기 힘들었는데, 요즘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데프트 선수의 작년 인터뷰 내용인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해봤습니다. 돌이켜 보면 13년 전에 미국오면서 조기은퇴를 위한 몇 가지 큰 다짐과 계획을  했었고 그걸 큰 방향 전환없이 꾸준히 실천해 왔던게, 지금 인생의 큰 전환점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세웠던 원칙은

 

1. 쓰고 남은걸 저축하는게 아니고 저축하고 남은걸 쓴다

2. 투자 배분 (주식:채권)은 미리 계획해서 적어놓은대로만 한다

3. 인덱스 ETF만 투자한다

 

이렇게 세 가지이구요. 저도 사람인 이상 중간에 다양한 유혹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꺾이지 않고 세가지 원칙을 13년간 고수할 수 있었던게 큰 보답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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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서 마일모아님과 마적단 분들께 압도적인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친척 한 명 아는 사람 없이 건너온 미국땅에서, 마일모아가 있어서 삶의 활력소가 되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 훌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되고, 개인적인 친분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마일모아가 없었다면 중간중간 꺽이려고 할 떄 버티기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퇴직 D-2일.

개골개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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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요 3개월 간 자주 들었던 질문을 FAQ 형식으로 몇 가지만 풀어보았습니다.

 

어떻게 13년만에 그렇게 목표를 이룰 수 있었죠?

가장 중요한건 운이 매우 좋았습니다. 지난 13년 정도 제가 몸 담고 있던 섹터의 경기가 미쳐 돌아가고 임금도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회사에서 적당히 진급도 잘 했고, 운이 좋아서 매우 훌륭한 프로젝트에 몇 개 참여해서 성과도 좋았구요. 무엇보다도 지난 13년간 미국의 주식과 부동산 경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 다음 요인은 위에서 언급한 3가지 투자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서 꾸준히 자산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는 점인것 같습니다.

 

아니 이 정도의 돈 가지고 은퇴하기에 정말 충분한가요?

네. 통계적으로 충분하다고 나옵니다. 물론 내일 대공황 같은 경제 위기가 온다거나, 큰 전쟁이 미국 땅에서 일어난다면 당연히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모든 “설마”에 대응할 수 있는 날은 과연 올까요? 그럼 내가 은퇴 안하고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설마”에 대한 대응이 될까요?

 

아니 이정도의 연간 지출로 은퇴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나요?

그럼요, 왜 안되나요? 돈이 없으면 매우 불행할 것은 쉽게 예상됩니다. 하지만 일년에 얼마를 쓸 수 있으면 불행해지지 않나요? 돈의 효용가치는 어느 지점부터 플랫하게 바뀌나요? 돈을 써서 뭔가를 얻으면 내가 진심으로 행복한가요, 아니면 SNS에 글을 올린 내가 행복한건가요?

저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사람이고, 또 어떤게 나에게 큰 행복을 주지 못하는지도 잘 구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제가 가지고 있는 취미 생활은 유지비가 그렇게까지는 많이 들지는 않네요. (e.g. 차에 아주 관심이 많다. 매주 오마카세에 가서 좋은거 먹고 어딘가에 올려야 행복하다)

 

은퇴하면 안지겨우시겠어요? 뭔가 특별한거 하실껀가요? (세계여행이라던가, 유튜버를 한다거나 등등)

아니요. 정말 많은 분들이 은퇴하면 안지겹겠냐고 물어보십니다. 이 질문에 대답을 정성껏 해드리기는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저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회사일이 없어져서 삶이 지겨워질 정도라면 당연히 은퇴를 하지 않고 하던일 계속해야지요. 돈도 주고 지겨움도 덜어 준다면 일석이조 아닐까요? ^^ 비슷한 느낌으로 뭔가 삶의 방식을 특별히 바꿀 생각도 없구요, 세계여행이라던가 한국의 친지 방문을 길게 간다던가 등등의 1회성 이벤트는 많은 경우 회사에 장기 휴가를 내고 처리한 다음 다시 회사에 복귀할 수도 있을 껍니다.

제가 퇴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느샌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 > “입금 +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긍정적 영향” 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사람마다 성격의 영향을 많이 받을텐데요, 어떤 분들은 뭐라도 아무것도 안하면 그걸 못견디는 분이 있고, 어떤 분들은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단 1이라도 누가 하라고 하면 그걸 못견디는 분들이 있구요. 물론 대부분의 분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성격을 누그러뜨리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게 되지만요.

 

올챙이는 어떡하나요? 아직 어리던데?

올챙이 지금 7학년이고 앞으로 5년하고 2개월 정도 더 있어야 고등학교 졸업합니다. 제가 한국인 치고는 꽤 독특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어서 좋게 말하면 자유방임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책임하고 뭐 그렇습니다. 올챙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과외 활동을 수영하고 태권도 하고 딱 두가지 해본거 같은데, 지금은 아무것도 안합니다. 하기 싫다고 해서 그날부터 과외 안보냈어요.

저는 성격이 제가 하기 싫은거는 무지 하기 싫어하는 반항적인 성격이고, 그런걸 다른 사람에게 하라고 하는 것도 무지 싫어합니다. 회사일이 그렇게 빡씨지는 않지만 하루 6-7시간 정도 회의하고 이것저것 하고 보면 지치고 그거 끝나면 자리에 앉아서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도 보고 만화책도 읽고 소설책도 읽고 그럽니다. 근데 누군가 나에게 와서 “너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밤에는 자기개발을 위해서 최신 IT 트렌드를 따라가는 공부를 3시간씩 해라”라고 하면 완전 빡칠것 같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아침 8시30분에 나가서 8시간 학교에서 정해진 스케쥴대로 정말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공부하고 왔는데 “야. 넌 이거이거이거 더 해야하되”라고 하면 완전 빡칠것 같아요. 뭐 하고 싶어서 뭔가를 한다면 그걸 누가 말리겠습니까만, 안한다고 하는데 구지 하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저희는 올챙이를 데이케어 같은데도 보낸적 없고, 정말로 교육비로는 한없이 $0에 가깝게 키우고 있어요. 그냥 아이 사립보내고 케어하는데 1년에 $50,000정도 든다면 그거 12년+4년 모아서 $800,000으로 아이 사회에 나오면 집 한 채 사주는게 더 낮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 부분은 물론 많은 가족이 다르게 생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생활의 변화는 안줄껀가요?

일단 저의 루틴에서 아침에 식사와 도시락 준비하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났구요. 오전에는 올챙어멈이 다니는 짐에 같이 가서 1시간30분 정도 운동을 같이 할 생각입니다. 오후에는 평소에 즐겨보던 유튜브를 1시간 정도 더 볼꺼구요. 그간 사놓고 못했던 스팀 오락들 포함해서 오락도 하루에 1-2시간 더 할꺼구요. 매일 하던 산책도 한 30분 정도 더 늘려볼까 싶구요. 뭐 이러면 하루가 또 금방가네요.

지금까지는 가족이 언제나 같이 움직여 왔고, 그래서 아이 방학이 아니면 어딘가 오래가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부터는 좀 따로 다니는 실험을 해볼까 합니다. 예를들면 지금은 올챙어멈이 친구들과 놀려고 LA에 가 계시구요, 올챙어멈 없는 동안에는 제가 올챙이 밥과 도시락을 챙기는거구요. 제가 백패킹 트립에 나가면 올챙어멈이 챙기는거구요. 한국에 나가는 것도 이번에는 아이 방학 되기 전에 올챙어멈만 따로 나가고, 저는 올챙이와 함께 방학되면 한국에 갔다 올 생각이구요. 이 부분은 여러가지 해보면서 우리 가족과 제일 잘 맞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이제 일은 아예 안하는건가요?

모르겠습니다. 그냥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만약 나중에 어떤 일이나 알바를 하게 된다면 그건 돈을 벌려고 하는게 아니고 순수하게 다른 목적 (새로운걸 배운다던지, 재능을 사회에 환원한다던지)을 가지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직 40대라서 남은 인생을 논하기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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