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글

MileMoa

검색
×

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친구, 친구, 그리고 친구?

며칠만에 | 2023.04.20 05:01:3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며칠만에 글을 쓰네요. 

최근 친구들에 대해서 여러가지.. 마음에 드는 생각들을 혼자 끙끙 앓다가 마모에 풀어놓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한번 내 삶을 돌아보니,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특히 삶 가운데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참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인간 관계임도 확인했구요..

 

오늘 소개할 저의 세 친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친구는, 고등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쭈욱 가깝게 지내는..

그야 말로 동네 친구이자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말 그대로 계급장 다 떼고 뭐든 같이하며 지낼 수 있는 친구 입니다. 

제가 유학온 이후로도 종종 연락하며 안부 물으며 지내는데,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오랜만에 만나도 서먹함 별로 없는 그런 좋은 친구입니다. 

 

두번째 친구는, 유학 시절 만난 친구입니다. 

이 친구를 생각하면 그저 고맙습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고 힘이 되어주는 친구..

힘든 시간들을 같이 보내서인지.. 만난시간은 지금 소개하는 세 친구중에 제일 짧지만, 서로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친구입니다. 

더 나아가 서로 아내들, 아이들끼리도 잘 지내구요..

 

"..."

 

마지막 친구.. 사실 이 친구 때문에 이 글을 쓸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친구가 맞겠죠? 맞을까요? 여튼 대학 때 만난 동기입니다. 

어쩌다 보니, 같이 대학원에 진학해서 종종 공부도 하고, 또 어쩌다 보니 유학준비도 같이했습니다. 

그런데 인간관계가.. 같은 분야에서 뭔가 비슷하게 해 나가다 보니.. 비교를 하게 되더라구요..

 

특히 유학준비중에, 토플 점수 때문에 제가 좀 고생했는데,

원하는 점수가 먼저나온 그 친구가 했던 말이 제게 자극이 되었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야 그냥 유학 접어라.." 장난이었겠죠..;;

여튼 그 말을 듣고 딱 두달 뒤에 저도 점수가 잘 나와서.. 원서 어플라이를 했지요..

 

그때, 이미 미국의 한 학교에서 합격통지 이메일을 받은 그 친구는 결과를 기다리는 저에게..

자기는 뭐.. 비자 준비로 바빠 질꺼라며, "여튼 맘 고생좀 해라.." 참.. 위로가.. 안되더라구요..

그리고 딱 2주 뒤에.. 제가 오히려 더 좋은 학교에서 합격 이메일을 받았는데, 사실 속으로 좀 고소했습니다. 

 

문제는 이제 시작 됩니다. 이 친구가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 거절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두번이나..

그러더니.. 갑자기 유럽 어디께 학교로 갈거라며, 미국보다 유럽 쪽이 더 역사와 전통이 있다며.. 

비자 승인을 잘 받은 저에게 유럽쪽으로 같이 가는게 어떠냐 하더라구요..

 

여튼 각자의 길로 갔습니다. 지금까지 7년 정도 지났고.. 7년 동안 대충 1년에 한번 먼저 전화를 걸어서 이것저것 통화하며..

항상 저의 학위 진행과정을 묻곤하더라구요.. 코스웍은 다 했냐? 종합시험은? 논문은 뭐 쓸꺼냐? 등등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제가 게을러 졌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공부가 별로 재미가 없어졌어요.. 

지금 논문제출 직전에서 막혀버렸어요. 그러다가 그냥 잡을 잡게 되었고, 영주권도 받았어요!!

동시에 친구는 작년 말에 박사를 마쳤어요.. 그리고 한국에 가서 어디 학교의 객원교수로 일을 시작했구요..

한국으로 간다며 전화할 때, 너무 축하해줬습니다. 대단했습니다. 내가 못하고 있는 걸 벌써 해낸 그 친구가 부럽더라구요..

이 시점 이후로 놀랍게도 연락이 딱 끊겼습니다. 뭐 그럴 수 있어요. 괜찮아요.

 

결정적인 것은, 최근에 뜬금없이 연락이 왔어요.. 내용은 이래요..

이 친구랑 잘 아는, (하지만 저는 인사만 몇번 드렸던) 학교 선배 한분이 미국에서 (꽤 괜찮은) 회사 인사처에서 일하는데, 

저를 어찌 알게 되어 데리고 갈까 하는 중에, 이 친구에게 먼저 저에 대해 물어봤다고 해요...

그러더니.. "내가 잘 말해뒀다.. 나중에 한국오면 밥이나 사라.." 

 

전화를 끊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습니다.'이게 뭔일이지?엥? 잘 말했다고? 이놈이? 뭘?'

 

여기서부터 황당해 집니다. 그 선배가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정말 뜬금없는 전화였어요..)

"사실 너를 이번에 데려오려고 했는데, 우선 올해는 안될 것 같고, 다음 텀에 너 괜찮으면 같이 일할래?"

그리고 이 친구와 통화한 내용을 전해 주셨어요.. 그리고.. 약간 어이없게 웃으시며 "너네 친구 맞지?" 하시더라구요..;

그런거 있잖아요?

친구간에 알고 있는 것과 업무적으로 전해야 할 것들을 구분을 안했나봐요..

뭐.. 학부시절 수업을 짼 적이 있고(물론 제잘못이죠..).. 토플 점수가 늦게 나왔다는 등.. 왜 그런말을 전할까요?

 

뭐 상관없지만, 괜히 속상하더라구요!!

 

차라리 몰랐다면 잘 지내고 있을 저의 삶의 리듬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전화 두통이 흔들어 놓았어요..

MBTI의 "I" 인 저는 괜히 찜찜하고 속앓이를 좀 했어요..지금은 괜찮습니다. 

선배와 일.. 하면 좋긴 하겠지만 안해도 그만이고, 저는 지금 일을 하면서도 사는데 전혀 문제 없어요.

하지만, 그 친구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씁쓸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괜히 씁쓸한 저녁이에요.. 

댓글 [30]

목록 스크랩

마일모아 게시판 [114,742] 분류

쓰기
1 / 5738
마일모아 사이트 맞춤 구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