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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미국 이민이란… (업데이트 : 그 청년이 다행히도 투석 안 받아도 될 듯 합니다.)

참울타리 | 2023.07.05 00:10:1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업데이트 : 07/11/2023)

 

그 청년이 다 낫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오프일을 맞게 되어 어떻게 지내고 있나 내심 매우 그의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미국에 와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함으로 만면에 웃음 짓던 친절한 환자였으니까요. 오늘 제 입원 당직일에... 인연인가 봅니다. 다시 만나게 됩니다. 놀랍게도 신장 수치는 좋아져 있었고 그의 신장은 다시금 소변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혈액 투석이 필요하지 않을 거 같아 내일은 투석 라인 뽑고 퇴원해도 될 듯 하다는 신장내과 선생님의 소견이 아주 반가운 뉴스로 다가옵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지요? 같이 걱정해 주셨던 마모 식구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 젊은 친구가 미국에서 어메리칸 드림을 이어 나갈 수 있길 두 손 모아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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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20대 중반 엘살바도르 청년이 여러 명의 불법체류자들과 함께 멕시코에서 텍사스로 국경을 넘어왔습니다. 10여일간 텍사스 사막에서 길을 잃고 제한된 식수와 식량으로 버티다가 운 좋게도 어찌 브로커를 찾았는지... 이 청년은 두 명의 국경 브로커에 의해 조지아의 누나집으로 배달됩니다.

 

 이 분의 가족은 이 청년이 정신도 온전하지 않고 상태가 안 좋아보여 제가 일하는 병원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텍사스의 사막의 더위로 인한 탈수와 제한적인 영양섭취로 청년의 신장은 이미 망가져서 더이상 기능을 못하는 상태로 말이죠.

 

 청년은 심한 탈수와 횡문근융해증 (근육이 녹아서 혈액에 온갖 독소가 쌓이는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맵니다. 기관삽관 후 일반적인 혈액투석을 할 수 없을 정도까지 혈압이 떨어져 지속적신대체 요법 (CRRT)까지 하면서 지금껏 살아남아서 인공호흡기를 떼고 intermediate care로 전원되었어요.

 

 이틀 전부터 제가 보기 시작했는데... 이 친구의 드라마틱한 고생담에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도 신장쪽 문제가 심해서 폐에 물이 가득 찬 터라 이 친구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의 산소 요구량이 크게 올라갑니다. 이 친구는 의료진들의 수고에 온화한 표정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스페인어 통역사를 통한 대화이지만 진심 어린 감사가 느껴집니다.

 

 결국 이번 일로 이 청년은 신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려서 앞으로 평생 혈액 투석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 거 같습니다. 저는 살아갈 날이 창창한 20대 중반 청년이 목숨을 걸고 이렇게 국경을 넘어와야 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만... 앞으로 이 친구가 겪어야 할 힘든 사회적 의학적인 고난의 무게를 생각해 본다면. 삶이 지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든 과정들이 남았는데... 인생 선배로서 그 친구가 참 짠하고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잘 알지 못 하고 깨닫지 못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미국이라는 땅에 정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고 불법이라도 목숨을 걸고 이민하려는 이들이 있음을... 멕시코 국경과는 다소 먼(?) 거리의 커뮤니티 병원 의사로서 뉴스에서만 보았던 소설과 같은 상황을 직접 겪어보게 되어 이를 기억하고자 한 글자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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