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히 "쉬는부부"라는 한국 방송을 봤습니다. 광고용으로 짧게 편집된 부분을 Facebook에서 처음 봤는데, 부부관계를 쉬는 부부라는 뜻이더라구요.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니 한국 넷플릭스에서 정식으로 볼수 있었습니다. VPN이 있어서 전편을 다 보게 되었는데, 한국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것 같았어요. 아직 2편까지밖에 못봤지만, 이런 사회 현상을 방송에서 공론화한다는 것에 우선 놀랐고, 또 쉬는 부부의 비율이 약 1/3이 된다는 사실에 더 놀랐습니다. 

가난한 나라가 단기간에 경제적 부국을 이루기 위해 쉼없이 노력한 한국사회의 어두운면을 이제는 공론화하는 것이 건강해 보이기는 했어요. 자살률, 이혼률, 낙태율, 출산율 등이 공론화되고 있던 와중에 이제는 부부관계에까지... 사실 대놓고 말하기 힘든 사연들이 많기에 꺼려지는 주제이지만, 어떻게 놓고보면 위에 열거한 문제들이 모두 하나의 원인에서 시작된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로 "졸혼"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더라구요. 이혼은 사회적 인식과 자식들때문에 꺼려지고, 배우자와는 더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은 딜레마에서 찾은 해법같은데... 기술의 혁명으로 빠르게 변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삶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P2에게도 이 방송을 한번 보라고 권했는데, 저랑 성격이 달라서 그런지 별다른 반응 없이 넘기더라구요. 결혼한지 거의 20년 다되었고, 미국에서는 그보다 더 오래 살아서 한국적인 정서를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몇일간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라 몇자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