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년 2개월 동안 제 발이 되어 준 차, VW Tiguan SE 2021을 처분했습니다.
판매사유: 실현되지 않은 감가상각에 대한 차익실현, 워런티 종료에 따른 수리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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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이 차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아직도 좋아하기도 하고..
이런 글도 썼었죠.
https://www.milemoa.com/bbs/board/9335649 (VW 티구안 2021년식 SE 트림 롱텀 시승기 (1년, 2만마일) (부제:가성비 킹왕짱))
저 글 작성한 지 꼭 1년이 지났습니다. 앱에서 최근 6개월 평균 연비를 볼 수 있는데..
아래 보시다시피 하이브리드 SUV라는 친구들 부럽지 않은 마일리지를 자랑합니다.
물론 저는 거의 하이웨이 마일리지라 이렇게 잘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전기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정도 해주는게 대단하다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 패턴으로 쭉 탈 예정이고 해서 오래 탈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좋은 중고가격을 받을 수 있는 지금 팔고 바꾸지 않으면 바꿀 타이밍이 안오겠다는 그런 마음이 있었지요.
그 생각을 시작한건 작년 5월부터였고, 관련 글도 몇개 올렸지요.
가장 최근의 ICE 차 팔고 전기차로 가자는 생각에 대해서는 이 글 (https://www.milemoa.com/bbs/board/10214145 ) 에서 나눈 바가 있습니다.
테슬라의 연이은 가격인하로 전기차의 시세 폭락이 일어나고, 그 여파가 가스 차에 아직 미치지 않은 상황에서 옮길 수 있는 선택지가 뭘까 생각하던 중에,
차를 팔아야겠다는 저의 결심을 자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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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Independence Day 연휴 때, 우리 세살배기 따님이 좋아하는 Busch Garden @ Williamsburg, VA 를 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는데 "딱딱딱"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차좀 타보신 분은 다 알만한, 등속 조인트 (CV Joint) 나빠지는 소리.. 이제 4만마일 탄 차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지요.
통상 8만-10만은 버텨주는 부품이라 하는데, 그것도 하이웨이에서 정속운전만 하는 차에서 4만에 내구성 문제가 발생하다니요..
돌아오는 길엔 괜찮았고, 다음 날 출근할 때는 다시 생겼다 없어졌다 했습니다.
아직 범퍼투 범퍼 워런티(4년/5만마일)가 살아있으니 이 친구는 당연히 보증수리가 가능합니다만, 4만에 고장나는 부품 다른 한쪽 5만 지나서 고장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해당 부품값을 알아보고 기절했습니다. 등속조인트 한짝이 400불, 딜러십에서 고치면 공임까지 해서 800불-1000불..
아 이게 말로만 듣던 VW의 유지비구나, 싶더라구요. (여담이지만 제 세컨차인 소나타는 양쪽에 120불이면 사는데요... CV Axle하는 김에 하체 다 털어도 1000불 안 들듯..)
1) VW를 샀는데 부품값은 아우디
2) 독일차도 아닌데(북미생산) 독일차 부품값.
3) 독일차라고 또 수리 받는데도 잘 없음.. (시골 살아서 가장 가까운 딜러십이 편도 60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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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자료는 역시 효과가 있습니다.
"이거 팔아서 이만한 차 못사"라고 완고하게 거부하시던 P2님께서 불안함을 느끼셨는지, 일단 카맥스에 견적이나 받아보자는 말에 순순히 동의를 하십니다.
(다른 글에서 풀겠지만, 이때는 아이오닉 PHEV로 옮기려고 마음을 굳혀둔 상태였습니다.)
해당 차량을 파는 현대 딜러십에서 $22k를 부릅니다.
카맥스에서 더 높은 pre-appraisal ($23.4k) 받았다니까, 자기네 카맥스 협력업체라고 자기네가 부르는 가격이 카맥스에서 부르는 가격이랑 동일하답니다.
잠시 고민해본 결과, 왠지 이 딜러십에서 제 차에 달려있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견적에 안 넣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카맥스로 고고~
카맥스에서는 역시 $23.4k를 풀로 쳐줬습니다.
7일의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에, 혹시 다른 곳에서 더 쳐주는데 있나 하고 여기저기 견적을 넣어봅니다.
vroom, driveway, webuyanycar, carfax, cargurus, cars 등등등 죄다 21k 미만 (역시 비인기 브랜드 VW의 비애일까요..?)
예외적으로 카바나가 제일 잘 쳐주더라구요. 무려 $24.8K
too good to be true라서 긴가민가 하고 겸사겸사 Richmond, VA의 인스펙션 포인트로 찾아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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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을 뚫고 달려 도착한 곳은 카바나의 자판기 타워가 있는 곳입니다.
들어가니 점원이 한명 있습니다.
나: 차 appraisal 받으러 옴
점원: 그런거 없어 그냥 키주고 타이틀 주면 돈 바로 넣어줄거야
나: 응? 차 안봐도 돼?
점원: 여기까지 잘 갖고 왔잖아? 그럼 괜찮음. 어디 너무 망가진데만 없으면 ㅇㅋ 일단 싸인부터 하셈
나: 않이.... 일단 차를 봐야지
점원: 비오는데 너같으면 나가서 볼래? 어차피 차 인스펙션은 다른데서 모아서 한꺼번에 하고 난 싸인만 받음..
(이하 생략)
들어가서 싸인하고 ACH로 돈 넣는거 확인하고 이메일로 "축하합니다" 는 confirmation 오기까지 딱 10분도 안걸렸네요..
비가 너무 추적추적 와서 후다닥 짐만 챙기고 있는데 다시 폭우가 퍼붓습니다.
그래서 인사도 못하고 집에 와버렸네요.. 2년간 저의 소중한 발이 되어줬고, 오래오래 아껴줄줄 알았는데, 보내고 나니 또 그냥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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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차 살때 MSRP $30,374-할인 $5,125+Freight $1,195+딜러 프로세싱피 $799 해서 세전 27,243에 샀습니다.
차 판매금액 $24,800이었으니 2년 2개월간 $2,443, 월 94불 정도에 이 차를 탄 셈이네요. 세금+tag fee 다 넣은 OTD 기준으로도 월 175불 꼴로 베이스 트림 리스보다도 월 100불 이상 저렴했고요.. 해당 기간 동안 4만마일 탔으니 아주 잘 탄 셈입니다. (여담으로 4만마일 factory required maintenance가 약 400불, 타이어 4짝 한 5000-1만마일 후 교환해야 하는 금액이 500불 정도였으니 그만큼을 추가로 세이브했습니다.)
보시듯이, VW가 비인기 브랜드인데도,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상식적인 감가율 (2년간 9%)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차값이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있지요..
이전에 3-4년 타면 40% 정도 감가되던 시절이 돌아오기 전에 팔고 한번 옮기겠다는 저의 결정이 현명한 결정이었기를 바래봅니다.
(PS: 팬데믹 이전에는 이게 정상적인 depreciation curve였다고 합니다. 2년간 9%라니,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출처: https://www.ramseysolutions.com/saving/car-depreciation)
"여기까지 잘 갖고 왔잖아? 그럼 괜찮음."
이 말 진짜 세상 쿨하네요 ㅋㅋ
정든 차 보내면 며칠은 마음이 쓸쓸하던데 좋은 추억 잘 간직하시고, 새로 구매하신 PHEV로도 좋은 기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발과 빨리 친해지겠습니다 :)
인기차종들은 오히려 산 가격보다 올랐죠 ㅎㅎ 최근 중고차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는게 보여서 좋은 시기에 파신것 같아요.
전 지금 두어달 밍기적 거렸더니 카바나에서 이전보다 10프로 떨어진 가격 제시하더라구요 ㅠㅠ
네, 삶이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이지만, 자산의 관점에서 어쨌든 내차 가치 떨어지는건 아까운 것 같아요.. ㅎㅎ
카바나가 제일 낫더라구요. 제 경우는 코로나로 재택하면서 타던 파사트를 팔고 (파이낸스 비용이 비쌌습니다), 니싼 리프 2017년식 12k에 샀습니다. 배터리 용량이 좀 부족했지만 어차피 장거리 여행은 P2차로 가니 장보고 아이들 학교 등학교는 문제 없었지요. 코로나라 다들 집에 있으니 캠핑을 가자 해서 니싼 리프를 다시 팔았습니다. 키바나에 14K에요. ^^ 2년타고 2k 더 받고 팔았지요. 코로나의 호재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7k로 다시 감가가 확 떨어졌더라구요. 잠시 전기차 타봤지만 주유소 안가서 좋았습니다 ㅎㅎ. 즐거운 전기차 라이프 하세요.
저도 코로나 터지고 오더한 테슬라 MY를 1년타고 7k 더받고 팔았어요ㅎㅎㅎ 근데 티구안 연비 정말 좋네요 아무리 하이웨이 마일이라도 코롤라 씨빅급트로 나오다니..
그죠.. 연비만 따지자면 ICE에서는 거의 동급 최강이라 생각됩니다. 고속도로에서 평균 70-75 탈때가 이정도이고, 60-65 정도로 타면 entire trip 39-40도 왕왕 찍습니다. 이쯤되면 요즘 CVT달고 나오는 고효율 세단이 안 부러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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