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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오늘까지만 울겠습니다

물흐르듯 | 2023.07.16 16:25:5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정말로 많은 비가 내려서 전국에 사망자 수와 실종자 수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희집 장남...강아지가 갑자기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습니다. 이별의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그렇게 허무하고 쉽게도 건너 가버렸고, 모든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저희 부부와 동생이 같이 했던 시간은 고작 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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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자식이 없는 저희에게 장남으로 온 게 2012년 5월... 텍사스에 계신 큰 누나부부가, 자식이 없는 저희 부부에게 위안이 될 거라고 무작정 입양해서 떠 맡겨버리 놈이 이번에 무심하게 가 버린 우리집 장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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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함께 같이 한 시간이 11년.

더 오랫동안 같이하고, 그 남은 생 아빠 고향에서 같이 하고싶어, 더 늦기전에 먼 여행 같이하려고 올 2월 말 한국으로 영구귀국했습니다. 

 

그런데, 아기한테 그게 독이였는가 봅니다. cargo에서 16시간이 심장에 너무 무리가 갔는가 봅니다. 최근에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헐떨이는 모습에, 괜찮아 지겠지 하며 안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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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진찰이나 받아보자 하고 나섰던 동물병원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갑자기 쓰러져 가버렸습니다. 금방 다녀오리라던 말에 같이 따라 나서지 않았던 집사람과 동생 강아지에게 제가 평생 죄인처럼 살게 그렇게 떠나 버렸습니다. 한손으로 운전하고 한손으론 제 무릎에 올린 우리 큰 아들은 심장 마사지와 몇번의 입으로의 숨을 불어 넣은 후 잠시 의식이 돌아온 듯 저와 눈을 마주치고는, '아빠 안녕~'하고 그렇게 영영 가버렸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조금만..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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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놈 처럼 병원까지 불과 20~30미터 앞에서 소리치며 그렇게 들어갔지만, 불과 몇 분 후.. 힘들것 같다는 수의사의 말을 듣고 만져본 우리 장남의 뒷발은 서서히 차가워지고 있었습니다. 소리치고 울고 아우성 쳤지만 더이상 소용이 없었습니다. '산책 나갈까? 우리 집에 갈까? 할리야. 꼬기 먹을까?' 라는 우리 장남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를 외쳤더니, 제, 느낌인가요?! 잠시 끔쩍거리더리만 그대로 조용히 가 버리더군요. 

 

한 품도 안되는 종이 박스에, 무정하게 그렇게 가버린 녀석을 ,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 지 모릅니다.

 

녀석의 동생은 그동안 지 엄마하고 동네를 한바퀴돌고 왔다네요.

 

그리고 그렇게 남은 우리 세식구는... 우리집 장남. 형아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힘든 하루밤을 지내고 오늘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한 녀석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네요. 처음 왔을때도 그렇게 한 주먹만 밖에 안되더니, 무지게 다리 넘어 가고, 집에 돌아온 녀석은 다시 한 줌도 안되어 조그만 유골함에 담겨 그리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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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남입니다. 데리고 나가면 자랑하고 싶던, 야속한 우리 장남입니다. 

 

빈 구석이 너무도 커다랗게 다가 옵니다. 자꾸 눈에선 끊임없이 눈물이 나네요.

 

잊으려고, 생각 않으려고 TV를 틀었다가, 그냥 몇 자 끄적여 봅니다 .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자랑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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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전역을 다닐땐, 항상 아빠 옆에서 끄벅끄벅 졸면서도 아빠 얘기 상대가 되고, 똥그란 까만 눈 뜨고 먹을 거 달라던 우리 장남입니다.

 

28년만에 돌아온 한국엔, 이번 장마로 인명피해가 많네요. 이제 장마 초입인데도 그렇네요.  그 가족들은 황망한 소식에 얼마나 슬플까요. 아주 조그마한 위로를, 그리고 그 슬픔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만 울겠습니다. 나이가 들어 여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와서 그렇다고, 그냥 핑계를 대봅니다.  첫 아이라서, 첫 상실이라 그렇다고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오늘까지만 이해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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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좋은 추억, 기억 많이 만들었는데, 우리 장남은 그곳에서 저희에 대한 좋은 추억 많이 가져갔을려나 걱정이네요. 아님 산책도 많이 안가고, 먹을것도 많이 안주고 했던 아빠로 기억할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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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남이 제일 편히 잘때 모습이더군요. 이제 영영 깨지 않는 잠이 들었는데, 마지막 가는 모습은 옆으로 잠든 얼굴로 편히 보냈다고 자위해 봅니다. 

 

비가 더 쏟아질것 같은 슬픈 밤이네요... 내일도 비 소식이 있던데.. 이제 비가 오면 우리 아들 생각이 나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매순간 행복하세요. 우리 장남이 그러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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