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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인생 계획에도 없었던 좌충우돌 미국에서의 20년 삶 10

용벅 | 2023.07.18 19:12:0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주중의 생활은 솔직히 나쁠게 없었지만, 주말이 되면 하루종일 그로서리안에 갇혀서 일을 했기에 좀 답답했고 피곤했었다. 

 

전편에서 언급했듯이 두군데 그로서리에서 일을 했었는데, 한곳은 손님이 거의 백인분들 위주인 곳이었고, 또다른 한곳은 엘에이에서 일했었던 Ghetto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Ghetto 라고 해서 미안하지만 가게 이름을 말할수는 없으므로 Ghetto 라고 별명을 붙여본다.) 그래도 엘에이에서의 손님들보다는 많이 착했고, 오히려 흑인 손님보다 타인종 분들이 많이 계셨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딱히 기억에 강하게 남는 에피소드들은 없었다. 그리고 엘에이에서의 빵빵 터지는 이벤트들이 없었기에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고, 시간도 아주 천천히 가는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Ghetto 에 위치했었던 그로서리는 정말 딱 그로서리만 하는 곳이었고, 좀 백인 부자동네인 그로서리에서는 샌드위치도 만들고, Chicken, Jojo, Wings, 등등의 간식거리(?) 도 팔아야 했기에 그쪽 일을 해보지 않은 나는 또 트레이닝을 받으며 열심히 배웠다. 쉬프트당 혼자 일했었기에 트레이닝을 끝마친후 얼마안되 특히 샌드위치 손님이 들어오시면 초보였고 손에 익숙하지 않았어서 빨리 만들지 못하였으며 그 손님 뒤에 몇명이고 줄을 서서 기대리는 손님이 많았다. 

 

평일날 저녁 주중에 한번 있는 축구시합에 뛰면서 발목에 약간의 부상을 당했었고, 정상적으로 걷기 힘든 상태였지만 발목에 붕대를 하고 그로서리에 일을 하러 나갔다. 당시 스케쥴은 부자동네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하고 Ghetto 동네에서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스케쥴이었다. 이틀동안 32시간 하는 스케쥴이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젋었었고, 운동도 했으며 주중에는 학교만 다녔었기에 무리한다는 생각은 느끼지 못했었다. 

 

어느 평범한 일요일 오전 부자동네에 위치한 그로서리에 아침에 출근하여 오픈을 하고 Stock을 채워넣고, 아침에 할일을 한후 발목이 아파서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엇다. 당시는 화창한 일요일 오전 10시쯤으로 기억하며, 보통 특별하고 큰 이벤트가 있지 않는 이상 주말 오전에는 늘 한가했었다. 의자에서 앉아서 쉬고 있는데, "딩동~~" 하며 손님이 들어오는 벨 소리가 들린다.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었던 나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Register 앞으로 간다.

 

키는 185cm 정도에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 날씬한 몸에 후드티 모자를 꾹 눌러 쓰고 있었으며, 이 동네에서 보기는 힘든 복장인 Sweatpants 복장을 하고 있었다. 딱 봐도 이동네 사람이 아님을 느꼇고, 후디 주머니안에 손을 집어 넣은 상태로 나에게 인사를 하며 담배 한팩을 달라고 한다. 보통 그로서리나 스모크 샵에서는 손님들을 배려해 담배가 잘 보이게 Register 뒷편에 디스플레이를 해 놓기 때문에 (물론 그렇지 않은곳도 있다) 담배를 꺼낼려면 고개나 몸전체를 뒤로 돌린후 담배를 집어야 했다. 담배를 꺼내 Register 앞에 올려놓는 순간.

 

나의 이마에 권총의 총구가 겨누어 지면서, 

 

"Give me the xxxx money!!!"라며 소리를 지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떨리지도 않았었고, 순간 뇌리에 엘에이 리커스토어에서 일할때 트레이닝 해주시던 사장님 말씀이 떠올랐다. 

 

"xx야, 만약에 권총강도가 들어오면 Register 안에 있는 돈부터 무조건 주어라. 돈은 다시 벌수 있지만 목숨과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미국에서 가끔 BB건을 사용해 강도짓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BB건은 총구앞에 빨강색 점이 찍혀있다. 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강도가 나에게 권총 총구를 겨누는 순간, 나는 분명히 빨간점이 찍혀있는 걸 보았고, 나도 모르게 강도에게

 

"I don't have any money. " 라고 차분히 말을 했고, 지금 방금 가게를 오픈했기에 그리고 일요일 오전이기 때문에 손님이 없어 register에 돈이 거의 없다고 말을했다. 돌이켜보면 이 강도도 처음이었는지 협박적인 말과 욕을 하면서 상당히 떨고 있었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내가 돈이 없다고 하자 이친구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이번에야 말로 미국와서 고생했던 모든 순간들이 눈앞에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졌고,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얼굴 한명한명 모두가 스쳐지나갔다. 

 

"10, 9, 8, 7, 6, 5....." 까지 갔을때, 나는 그냥 Register 안에 있는 돈을 주기로 마음먹고, Register Drawer 밑을 들춰서 거기 있던 모든 돈을 준다. $140

 

이 친구가 초보라고 느껴진게 보통 강도들은 돈을 훔칠때 Register 말고 다른곳에도 돈이 있는것을 알며, 신분증까지 달라고 하여 신분증까지 폐기를 한다. 

당시에 $140 말고도 전날이었던 토욜일 하루 매상인 몇천불의 돈이 Register 옆 Cabinet 안에 들어있었던걸 알았지만 그돈까지는 주지 않았다. 사장님께서 나에게 따로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나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셨을거 같다. 

 

권총강도는 그렇게 현금 $140을 훔치고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가듯 뛰어나갔다.

 

몇시간 같은 느낌의 몇분이 지나고, 나는 터질듯한 심장을 진정시킨후 잠시후, 911에 신고를 했고, 또한 사장님께도 바로 전화를 드려 보고를 했다. 

약 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경찰들이 왔고, 가게에 노란 Police Line 을 치고 Investgation 에 들어간다. 강도의 인상착의, 행동, 말투, 타고왔던 자동차 등등 여쭤보았었다. 잠시후에 사장님도 오셨고, 나의 상태를 체크한뒤 돈 걱정은 하지 말라며 바로 퇴근을 시켜주셨다. 나중에 사장님이 말씀해주셔서 안 사실인데 Register 뒤에 고장난 CCTV 모니터가 하나가 있었는데, 이 모니터는 항상 꺼져있어 고장난 모니터를 왜 여기에 두었나 하고 항상 생각했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그 모니터가 가게 입구를 비추는 카메라와 연결이 되어 있던 것이었고 작동은 됐으나 모니터만 꺼놓은 것이었다. 그 모니터 확인 결과 $140을 훔쳐간 강도는 혼자가 아니었으며 밖에서 여자친구가 시동을 켜 놓은 채로 운전석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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