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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인생 계획에도 없었던 좌충우돌 미국에서의 20년 삶 12

용벅 | 2023.07.19 23:47:1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2014 년 1월 14일 그렇게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장장 7주간의 출장 프로젝트였고 당시에 공항옆에 있던 Marriott 호텔에서 묵었었는데, 마모만 알았더라도, 포인트 적립도 하고 등급도 올렸을텐데, 암것도 모르고 그냥 머물기만 했다. 근무에 필요한 프로세스등 처리를 하고, 새로운 직장 동료들을 만났는데 오하이오 베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여러 인종들이 섞여 있엇으며 그중에 반은 캐러비안 출신들이 많았기에 일할때 분위기는 항상 파티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만났던 직장 동료들중 그 친구들이 가장 정이 많았으며 (거의 대부분이 이민자 가족들이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몇몇 친구들과 종종 안부를 물으며 연락을 하곤한다. 

 

뉴욕으로 갔으니 예전에 노래방에서 같이 일했었던 형에게 연락을 했고, 형의 권유로 인해 소개팅을 한다. 여자분과 만나는 첫날 MoMa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약속한 시간보다 45분정도 일찍 나가서 기다렸으며, 그 여자분은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 나오셨다. 내 생각엔 우린 서로 첫인상을 보고 호감이 느꼈었던것 같았다. 그렇게 뮤지움내 작품 등등 구경을 하고 MoMa안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스낵정도의 식사를 했으며, 초저녁이 되면서 약간 더 출출해져서 근처에 있는 일본라멘집인 Ipudo 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하지만 워낙 대기가 많아서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과 번호를 남기고 콜럼버스 서클 근처로 구경을 하러 간다. 콜럼버스 서클 앞에 도착한후 하늘을 봤는데, 너무나 진하고 예쁜 무지개가 하늘을 덮었으며, 그 광경을 본 우리 둘은 환하게 웃었다. 사케한잔을 같이 마셨는데, 술을 못하시는지 술이 잘 받지 않으시는지 얼굴이 약간 볼개진 그녀에게서 빛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라멘을 먹고 나와서 우린 디저트 가게로 가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고 그렇게 첫 데이트를 마추었다. 시간을 계산해 봤는데 내 기준에서 첫 데이트 치곤 상당히 오랜시간동안 같이 있었다 생각했다. 

 

성공적으로 첫 데이트를 마친 후 정기적으로 데이트 하는 날이 많아 졌으며, 정식으로 내가 사귀자고 했고. 그녀도 나를 받아들여줬다. 사귀는동안 회사근무가 끝나면 브루클린까지 가서 그녀를 잠깐 보고 저녁을 먹고 다시 집으로 왔었는데, 당시 나는 퀸즈에 살고 있었고 그녀는 브루클린에서 지내고 있엇기에, 근무후 (오후 3:30) 트래픽이 엄청났었다. 내려가는데 1시간반에서 때로는 2시간 걸렸으니.... 그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집으로 돌아와 취침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다시 출근을 하곤했다. 그런 생활을 했음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즐거웠었다. 내가 저녁에 갈때마다 그녀는 다음날 먹을 도시락을 싸주었는데, 거의 하루도 안빼고 싸줬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그 고마움과 정성에 나는 더욱 더 반해 버렸다. 

 

물론 좋은날만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는데, 어느 날 하루 서로 심하게 다툼을 한 후 그녀에게 말을 하지 않고 회사에 오버타임을 하러 나갔고 이날은 비가 으슬으슬 내리는 11월 땡스기빙 전날이었다. 여느때와 같은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었고, 내가 담당을 맡은 로케이션중에 있는 항공기 한대가 문제가 발생을 했다. 항공기 Belly 쪽에 있는 Isolation Valve 라는 것이었는데, 항공기 Dispatch를 위해선 MEL Book 을 참고하여 이 Valve 를 locked Open 으로 바꿔야 했었다. Maintenance Control 과 통화를 하면서 Logbook 을 작성을 한후에 엔진이 돌아가는 상태에서 valve를 잠궈야 했다. 이미 Departure 시간보다 한참 늦었기에 내가 항공기 Cabin 안으로 왔다갔다 할때마다 모든 승객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Gate Agent 들도 계속 보채며 물어봤으며 Ramp Agent 들도 계속 질문을 하여 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 게다가 전날 여자친구와 다툼을 한 상태였고 잠도 설친 상태에서 일을 하러 왔으니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다.   

 

엔진은 Idle 로 돌아가고 있었고, 나는 성공적으로 Isolation Valve를 잠그고, 나머지 공구를 가지러 다시 Van 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중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데 전날 잠을 제대로 못잔 상태로 출근하여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고, 모든 사람들에게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엔진이 돌아가고 있었기에 Ear Muff 를 쓰고 있엇고, 비까지 왔기에 Rain Jacket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그렇게 공구를 가지러 Van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나도 모르게 (Tunnel Vision) 돌아가고 있는 엔진 앞으러 지나가버리게 되면서 그 이후로 몇초인지 몇분인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Black Out 이 끝날을때는 나는 땅에 쓰러진 상태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며 괜찮냐고 묻고 있었다. 

 

목격자에 의하면, 내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중 본능적으로 팔을 펼치면서 엔진 인렛을 잡았고 항공기 엔진이 꺼질때까지 버텼다고 했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30초 가량 됐다고 했다.) Rain Jacket 에 꽂아놨던 세개의 볼펜들과 목에 걸려있었던 회사 뱃지, FAA 정비사 자격증 등 모두 빨려 들어가고 말았고, 그걸 목격한 항공기 Nose 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항공기 Tow Truck 운전자가 조종석의 Pilot에게 신호를 보내어 엔진을 껐다고 했다. 엔진이 꺼지면서 나는 땅으로 떨어졌고, 그 이후 부터는 기억이 났다. 몇분 후 정신을 차렸던 나는 바로 Medical Facility로 Drug Test 를 하러 갔고, 일주일간 Paid Vacation을 받는다. 해당 항공기는 인스펙션을 위해 그날 비행이 취소 되엇으며 타고 잇던 승객들 모두 다른 비행편으로 바꿔 타야만 햇다.

 

항상 안전교육 받았을때 비디오로만 봤던 일이 나에게 일어났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고, 다행히 항공기가 아주 작았던 E190 정도의 크기였기에 그렇게 버텼을 수 있었던거 같다. B737 사이즈 엔진만 됐었어도 지금 현재 내가 이 자리엔 없었을듯 하다. 그후에 회사의 높은 임원들과 상담을 했고, Statement를 제출했으며, 그 사건 사고 이후로 New Hire Training Class에는 항상 그 일화가 언급되면서 안전제일이라는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집으로 가서 여자친구한테 그 사실을 말하니 나를 위로해 주었고, 일주일동안 같이 편안히 안정을 취했다.

 

그 이후로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나에게 사건사고가 한번 더 일어났다. 그날은 밤 근무였었는데, 모든 정비를 마치고 우리 정비 본부로 향하던 중 갑자기 트럭안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 나는 조수석에 동료는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둘다 타는 냄새를 느꼈고, 냄새가 글로브박스 쪽에서 나는것 같아 글로브 박스를 열어보니 불꽃이 튀기며 연기가 나고 불이 붙기 시작했다. 나와 그 친구는 안절부절 하면서 계속 운전을 했고, 불길이 점점 커지자 나는 더이상 안되겠다 소리치며 여기서 트럭을 세우고 내리자고 한다. 트럭안에 비행기 엔진오일 박스들과 랩탑 등등 여러 물건이 많아서 초인적인 스피드를 발휘해 우리는 트럭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전부 먼곳으로 던져 버렸다. 그후로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트럭안에 불이 점점 붙고 트럭 전체에 불이 붙는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린 슈퍼바이져에게 연락을 해 공항 Emergency 에 연락해 소방차를 불러달라고 한다. 원인은 Electrical Fire 였었고, 불을 완전히 끄는데 최소 15분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하고 그 장면을 전화기 동영상으로 찍어서 아직도 소장하고 있다. 

 

나는 또 다시 사건사고 Statement 를 제출하고 몇일간의 휴가를 받았으며, 가끔 통화하는 그 운전하던 내 동료와 연락할때면 항상 그 얘기를 꺼내곤 한다. 그후로 내 슈퍼바이져는 나에게 9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 라고 부르곤 했었다. 물론 이렇게 사건사고만 있었던건 아니다. 같이 모여 한국 음식도 먹고, 게임도 하고, 맛집도 같이가고 즐거운 시간도 보냈었다. 

 

그렇게 약 1년 6개월간 라과디아 친구같은 팀 동료들과의 좋은(?) 추억들을 뒤로한채 나의 OPT 만료기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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