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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토막강의] 침수된 랩탑 PC 살리기 성공 후기

음악축제 | 2023.09.30 07:37:5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Disclaimer: 아래 노트북 침수된 글(https://www.milemoa.com/bbs/board/10397045) 보고 급히 하나 써봅니다. 각자의 실행에 다양한 변수가 있어, 결과에 책임지지 않으니 최후의 방법이라 생각하시고 at your own risk로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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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미국 할머니 한분이 얼마 전에 랩탑에 커피를 쏟으셨어요.

가까운 도회지의 computer guy에게 바로 갖고 가셨다는데, 깨끗하게 닦았다는데 다시 안켜진다고 죽은채로 다시 돌아왔어요. (그래도 아마 공임은 내셨겠죠 그분이 작업을 하셨다니..)

 

새로 3-400불 쓰는 것도 부담스러워하실 형편의 집이라, 제가 가능한한 데이터라도 살려드리겠다고 일단 집에 갖고 왔습니다.

laptop.jpeg

월마트에서 사는 3-400불 선의 pentium n5030/4/128gb/HD 스펙의 15.6인치 노트북 입니다.

산지 몇달 안되었는데 침수되어서 엄청 낙심하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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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체적으로 그 computer guy가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척을 일차로 했다고는 하니 어댑터를 일단 연결해보겠습니다. (주의: 세척안한거 무턱대고 전원 연결하시면 안됩니다.)

음.. 충전 불은 들어오네요.

전원을 눌러봅니다.

켜지는거 같다가 다시 꺼지네요.

 

잠시 고민하다가, 헛수고일지도 모르겠지만, 기판세척을 재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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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간단한 작업 후기입니다.

 

기판 세척을 위해서는 일단 랩탑 하판을 열고 기판을 떼어내야 합니다.

처음해보시면 좀 복잡할수도 있는데, 현시점 대부분의 랩탑은 바닥에 보이는 나사와 바닥 고무 뒤에 숨겨진 나사들을 다 풀고, 기타 피크 등을 이용해서 주변을 따내면 어렵지 않게 하판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진짜 성공할거라고 별 기대를 안한 탓에) 작업사진을 못 찍어서 대충 구조 비슷한 노트북 분해 사진을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HP-Pavilion-15-cs-laptop-4 copy.jpg

대충 유투브 보고 따라하시면 하판 분리까진 쉽게 오실 수 있어요. 맥북같은 특이 노트북들 빼고는 거의 십자 드라이버 하나로 다 됩니다. 맥북같은 특이 노트북들은 5각형(pentalobe) 드라이버나 6각형(Torx) 드라이버가 필요합니다. (대신 맥북은 ifixit을 활용해서 아주 쉽게 분해 tutorial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하판 커버를 들어내고 나면 랩탑의 주 기판(motherboard 혹은 logic board)과 그에 붙어있는 다양한 부품들을 볼 수 있죠. 요즘 대부분의 랩탑은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를 먼저 분리하고, 나머지 부품들을 하나 하나 분리해서 보드를 들어내야 합니다. (순서가 헷갈리지 않도록 분해한 순서대로 부품과 나사못을 쭉 나열해 놓으셔야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하기가 편합니다.)

HP-15-dw-series-disassembly-6 copy.jpg

자료화면의 랩탑의 경우 왼쪽 상단에서부터 순서대로 전원부 기판, 쿨링팬, 메인보드, 그리고 좌측하단에 저장장치 보조기판, 우측 하단에 배터리 이렇게 배치되어 있네요.

랩탑의 경우 액체를 쏟았을 때 키보드 틈새를 따라 흘러들어가 대부분 메인보드 위에 액체가 떨어지고, 기판의 어딘가에서 short(단락) 가 발생하는 순간 전원이 자동 차단됩니다. 이 상태로 바로 세척을 들어간다면 살아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저희 동네 할머니가 괜히 말려본다거나 하지 않고 computer guy한테 바로 들고간건 잘하신 거긴 해요. 못 고쳐왔어서 문제인거지...

어쨌든 세척 대상인 보드를 랩탑에서 잘 분리해내는게 이 단계에서 성공해야 하는 task입니다. 보유하고 계신 랩탑 모델명+disassembly or teardown으로 구글/유투브검색 해보시면 가이드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사진의 출처는 사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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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를 들어내면, 이제 세척의 시간입니다. 기판을 밝은 불빛에 비추어 요리조리 돌려서 어디가 오염되었나 살펴보세요.

돋보기가 있으면 더 좋은데, 없으면 그냥 눈 크게 뜨고 잘 보시면 됩니다.

기판을 잘 살펴보면 침수로 인해 뭐가 여기저기 엉겨붙은 것을 찾으실 수 있을거에요. 그런 부분은 다 세척이 필요한 부분이니 잘 보세요.

(그나마 깨끗한 물이나 아메리카노 엎었으면 좀 나은데, 라떼나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걸 엎었으면 영 좋지가 못해서 물에 푹 담근 후에 전체 세척을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제 앞에 있는 랩탑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크게 뭐가 묻은게 없는거로 봐서는 일차로 세척(?)된 기판이 맞는거 같긴 했어요.

그런데 꼼꼼히 살펴보다보니 세 군데 정도에서 세척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숨은 그림찾기 한번 같이 해보실래요? 어디를 세척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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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세척해야 할지 발견하셨나요? 1번째, 2번째 사진은 오염이 도드라지게 모여 있어서 좀 쉬운데, 세번째 사진은 눈을 잘 뜨고 보셔야 합니다. 사진 중앙의 QWL2 라는 글자 좌측 하단 부분이 세척이 필요한 곳입니다. 수분+이물질이 단자에 붙어있는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면 그곳이 튀겨지면서 저렇게 단자에 달라붙곤 합니다. 또는 단순히 액체가 건조되면서 엉겨붙기도 하구요. 설탕이나 소금이 들어가 있으면 기판을 이물질로 코팅하기도 하지요.

 

세척 방법은 아주 단순한데요. 이소프로필 알콜(IPA) (수분함량이 낮을수록 좋아요) 또는 무수에탄올을 부드러운 칫솔에 묻혀서 잘 브러싱하시면 됩니다.

원래 전문 장비 쓰는 곳에서는 초음파세척을 먼저 하고 브러싱이 필요한 곳만 따로 작업을 합니다만, 우린 그런거 없으니까 그냥 IPA+브러싱이 최고입니다.

 

귀찮아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잘 닦아주면 기판의 다른 곳처럼 무흠하게 반짝반짝 합니다. 혹시 닦았는데도 검게 그슬린 곳이 남아 있거나, 닦아낸 자리에 있어야 할 부품이 없고 기판의 안쪽이 드러난게 있다면 세척만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이니, 이 경우는 기판수리 전문업체를 찾으셔야 겠습니다.

 

세척을 마친후에는 자연건조보다는 드라이어를 이용한 열풍 건조를 권장합니다. 가장 뜨거운 온도보다 한단계 낮은 것으로, 바람은 가장 강하게 세팅이 가능하면 좋습니다. 기판이 뜨듯 하다 싶을 정도로 확실히 말려주세요. 기판을 물에 담가서 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이정도만 하셔도 수분은 다 날아갑니다.

 

세척과 건조를 마치셨으면,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해주세요. 혹시 건조가 덜 되었을까 불안하시다면 하루쯤 뒀다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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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음이 급해서 건조하자마자 조립을 했어요.

전원을 넣어봅니다.

 

잘 되었을까요?

결과는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60초 세고 아래로 스크롤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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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원이 들어왔네요. 근데 부팅이 안됩니다... 응?

바이오스에 들어가보니 SSD는 정상인식하네요. 

아무래도 침수되어서 전원이 갑자기 나가면서 파일 시스템이 꼬이지 않았나 추정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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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라도 백업하려고 windows installation usb 만들어서 부팅해서 command line 띄워서 복사 시도하는데, file or directory is corrupted라고 뜹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죠.

chkdsk c:/f ... 오랜만에 해봅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MS-DOS 시절부터 애용된 동서고금 마법의 주문: disk/파일시스템 복구 명령어 입니다.)

20분 정도 걸려서 file system 꼬인걸 다 수정했네요.

그리고 xcopy 명령을 사용해서 외장하드에 데이터를 다 백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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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주인에게 문자 보내서 대충 상황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고 포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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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11 설치가 잘 되었네요. 설치 마무리하고, 업데이트 다 끝내고, 백업한 자료들 바탕화면에 폴더 다 만들어서 넣어줍니다.

하루 이틀정도 테스트해보고 이웃집에 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침수시 응급처치와 자가수리에 대한 요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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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침수되었을 때 응급처치 요약정리

1) 절대 전원을 켜면 안됩니다. 며칠 말리고 다시 키는것도 하지 마세요. 말리는 과정에서 부품간의 단락이 완전 고착화될 수 있거든요. 침수된 것은 무조건 기판을 세척해야 합니다.

2) 배터리 분리를 최대한 빨리 해주세요. 요즘 노트북들은 대부분 enclosure 안에 얇은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어서 하판 분리후 배터리를 뺄 수 있습니다. 주위에서 precision screw driver를 빌리시든, 얼른 하나 사시든 해서 하판을 최대한 빨리 열고 배터리를 분리해줍니다.

3) 세척을 위해서는 이소프로필 알콜(IPA)과 부드러운 칫솔이 필요합니다. (수채화 브러쉬같이 너무 부드러운 것보다 부드러운 칫솔이 낫습니다.)

4) 광범위하게 침수가 되었거나, 우유, 까페라떼, 까라멜 마끼아또, 미역국 등 뭔가 그런 것들을 엎으신 경우, (그만큼 살릴 확률도 낮지만) 아예 기판을 통째로 흐르는 물에 씻으시고 그다음에 세척을 하시는게 좋습니다. 액체에 섞여있는 내용물들이 기판에 말라붙으면서 단락을 유발하거나, 기판 내부에 스며들어 회로 자체를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뱀발. 물로 씻어도 되냐? roughly, 됩니다. 전기공급이 분리된 상태에서의 기판 자체는 물이 묻는다고 고장이 나지는 않아요. 다만 물로 씻어낸 이후에는 PCB에 흡수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줘야 합니다. 이것만 주의하시면 됩니다. 예전에 장마철 지나고 침수복구하는 뉴스를 생각해보시면 TV, 오디오 등 각종 가전제품들 호스로 물뿌려서 기판 씻고 빨래용 솔 같은거로 기판 닦아내는거 보신 적 있을거에요. 기판을 내버려둬서 오염을 지속시키고 기판내부로 침착시키는 것보다는 물로 씻어내는게 훨씬 복구가능성을 높입니다.)

5) 세척 후 건조를 정확하게 해주세요. IPA+칫솔로 브러싱만 하신 경우 헤어 드라이어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기판을 아예 물에 soak 한 경우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말려주셔야 합니다.

6) 세척을 통한 DIY 수리는 단순 침수로 인한 단락으로 인한 고장 정도만 해결 가능합니다. 부품의 손상, 회로의 부식/손상 등은 개인이 하기 너무 어려워요. (단순히 레지스터가 터진 경우는 부품을 수급해서 돋보기+heating gun으로 수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경험이 없다면 도전하지 마세요..^^;) 

7) 하여, 세척 중에 resistor나 이런저런 부품이 터진 자국을 발견하신다면, DIY의 희망을 거두시고 자료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 전환하시기 바랍니다. 혹 한국 방문 일정이 있으시다면 한국의 사설업체 쪽으로 추후 수리를 맡기시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미국도 잘 찾아보시면 기판수리하는 업체들이 있긴 한데 공임도 너무 비싸고 왕복 택배비까지 하면 거의 노트북 새로 사는 값이라서요..

8) 분해후 재 조립시 각종 필름, 케이블, 나사못 등을 정확한 위치에 결합해주세요. 세척 잘 해놓고 다시 조립하다가 뭔가 날려먹지 않도록요..^^; 그래도 요즘 노트북들은 한 10년전이랑 비교하면 기판 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구조가 훨씬 단순하여, 유투브 보고 잘 따라하시면 초보자도 분해/조립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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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엄청 많은건 아닌데, 그래도 한 50대는 해본거 같거든요. 제 경험 내에서 생수/아메리카노 침수의 경우 단순기판 세척으로 2/3 정도는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의 서두에 언급했듯이 제가 해서 되었다고 꼭 된다 이런 보장도 없고, 분해/세척/건조/조립과정의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결과물을 제가 guarantee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리며, at your own risk로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미국에서 노트북 AS 받는게 워낙 어려운 일이다보니, 또 유상수리가 될 경우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이 정보가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 외에 궁금하신 것은 댓글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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