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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테넌트 입장에서 렌트 후기 - 1

doomoo | 2023.10.13 19:01:3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얼마 전에 아들의 하숙집 주인과의 문제에 대해 질문 올렸던 사람입니다. 때마침 사과님이 테넌트 관련 글을 올리셨길래, 전 반대 입장에서 경험했던 landlord들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미리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제 생각엔 집주인들은 디파짓을 웬만해서는 제대로 돌려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미리 하는 것 같구요 그걸 도구로 상황을 자기들 유리하게 마무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경험한 사람들에 한해서 입니다. 

별로 중요한 글도 아니니 심심하시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전부 세 번의 케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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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가 작년 6월부터 3개월간 Bay Area의 한 회사에서 인턴쉽을 했습니다. 그 기간 머물 곳을 알아보던 중, 모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인 한 친구가, 자기가 3개월 한국에 가는 동안 기숙사 서블릿 할 사람을 찾는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해서 그 방에 있게 됐습니다. 신분조회를 위한 몇 가지 증명과 함께 디파짓을 2천불을 요구하더군요. 순간 좀 많은 듯 싶었지만 딱히 걸릴 게 없었기 때문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방값은 웬만한 수준이었구요. 

 

자, 여기서부터 크게 3가지 사건(?)이 있었는데요, 한가지씩 말해 보겠습니다.

 

1. 애가 입주하기 전에 기숙사와 회사와의 교통편을 고민하던 중에 그에 관해 물어봤더니, 자기가 타는 자전거를 렌트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속으로는 자전거도 렌트비를 받고 타도록 한다는게 좀 야박하다 싶었는데 아직 돈을 못버는 신분이라 그러겠거니 하고 그러자고 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별 딱히 다른 방법도 없긴 했지만 먼저 그 친구가 세달에 얼마에 빌려주겠다고 나오는 걸 들으니 영업사원이 물건을 끼워팔기 한달까요 그런 기분이 들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애가 올라가서보니 자전거를 굳이 탈 필요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원래 계획은 자전거를 버스 스탑까지 타고가서 그걸 버스로 옮겨서 회사로 갈 생각이었는데 그게 너무 번거로워서 그냥 기숙사에서 회사까지 우버를 이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카톡으로 방주인한테 연락을 해서 자전거를 탈 필요가 없어졌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 안탄다고 해도 렌트비는 환불해줄수 없다고 합니다. 이 당시에 그 친구는 한국에 이미 가 있었는데, 만약 떠나기 전에 우리 애한테 빌려주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서 렌트비를 받고 빌려줬을 거기 때문에 자기로서는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얼마간에 논쟁(?) 끝에 반값을 지불하기로 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기숙사에서 학생들끼리 bike를 3달 동안 돈을 받고 빌려주기도 하는지 의아합니다만 이건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 그러자고 했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꼭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다기 보다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2. 위 이슈가 해결된 후에 며칠을 생활하고나서 아이한테 들어보니 전반적으로 좋기는 한데 저녁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는 겁니다. 물론 집에서 만들어 먹으라고 권해보기도 했습니다만 뭐 젊은 애들의 미덕이 귀차니즘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수소문을 해보니 바로 그 기숙사 근처에 학생들을 위한 카페테리아가 저녁 시간까지 오픈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또 카톡으로 집주인한테 그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자기도 그걸 알지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답니다. 이유는 그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방주인의 어카운트로 결재가 되어야 하는데 일전에 방을 빌려줬던 사람이 그 발란스를 갚지 않고 연락을 끊은 적이 있어서 그랬답니다.

 

저는 이 시점부터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 보통 인간이 아니구나. 아니, 그게 걱정이 되면 미리 이 학교에 이런 시스템이 있는데 이걸 이용하려면 나한테 미리 얼마를 주면 거기에서 나중에 먹은만큼 제하고 주겠다... 이러는 게 일반적 아닐까요? 안좋은 경험이 있었다고 해서 자기 방에 들어와서 살 아이한테 뻔히 옆에 저녁먹을 방법이 있는데 알려주질 않는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안갔습니다. 결국 이 문제도 몇번의 대화끝에 500불 디파짓을 하고 나중에 렌트가 끝날 시점에 남은 만큼 돌려주는 걸로 됐습니다.

 

휴... 여기까지도 전 답답해 미치는줄 알았습니다만 아직 큰 게 남았습니다. 

 

3. 어느새 인턴쉽 기간이 끝나고 아이가 내려올 때가 됐습니다.

 

위의 두 번의 경험으로 주인장 성격을 대충 파악했기 때문에 아이한테 내려오기 전에 청소와 마무리도 잘하고 내려오라고 했죠. 아이가 꼼꼼한 성격이라서 생각보다 깨끗하게 청소도 했고 나오기 직전에 비디오로 집안을 찍어서 아직 한국에 체류중인 방주인한테 보내서 컨펌까지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디파짓을 보내오지 않더군요. 연락을 해보니 자기 일정에 변경이 생겨서 아직 한국에 있는 상태이고 미국으로 오자마자 처리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또 일주일 가량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왔는데, 돌아와서 보니 1번에 언급한 그 바이크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아이말에 의하면 갔을때 벽장안에 바이크가 들어있었다고 하는데 안탈 것이기 때문에 그 뒤로는 한번도 열어보지도 않았답니다. 마지막 비디오 찍을 때 그래서 그 안을 찍는 걸 깜빡했다고 합니다 (그걸 안한게 패착). 방주인 말로는 자기가 그 동안 커뮤니케이션한 걸로 애를 파악하기로는 우리애가 가져간건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학교 쉐리프에 상황을 리포트 했고 거기서는 일단 디파짓 돌려주는 것도 홀드하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또 열흘 가량이 지났는데 아무 연락이 없길래 카톡으로 상황에 대해 물으니, 미국 시스템 느린거 잘 아시지 않느냐 나도 답답하다... 라고 하면서 자기가 찾아가 보고 알려 주겠답니다. 

 

다시 일주일 되는날 연락이 왔습니다. 찾아가서 얘길하니 우리 애는 범인이 아닌거 같으니 애한테 자기가 가져가지 않았다라는 레터 한 장을 받고 디파짓은 돌려주는게 낫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아이한테 그렇게 써서 메일로 보냈습니다.  

 

또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무 소식이 없길래 제가 연락을 했더니 한다는 말이 "아드님이 보내주신 레터를 학교에 냈고 확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라고 합니다. 여기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레터를 받았다는 확인까지 받고나서 돈을 돌려준다는 게 좀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나중에 확인을 안한 상태로 돌려주웠다가 지금 수사중인 상태에서 학교에서 뭐라고 할수 있답니다.

 

제가 쉐리프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다음 주에 찾아가서 거기서 알려줘도 된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휴~~~~

 

처음 자전거 렌트껀으로 한번 통화를 하고 웬만하면 전화는 안하려고 했고 또 그럴 일이 없겠거니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카톡전화를 했습니다.

 

위에 한 말들을 되풀이 하더군요. 자기는 아마도 청소부들이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가끔 그런 경우가 있었답니다. 하지만 쉐리프 측에서는 계속 수사를 하고 있고 자기가 오히려 우리 애는 수사선상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해서 레터를 받고 디파짓을 돌려주기로 했다네요. 

 

2만불도 아니고 단돈 2천불 때문에 저한테 계속 연락을 받을 때마다 나중에 사채를 쓰면 이런 기분이겠거니 한답니다. (이 대목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최대한 연락을 자제하려고 했고, 디파짓 때문에 제가 연락한 건 이거 포함 세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 2천불을 단돈이라고 여길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위의 1, 2번의 경우도 있고 특히 2번 얘기할 때 음식값 소수자리까지 먹은거 정산해서 알려줬었거든요)  

 

쉐리프 전화번호는 공적인 전화번호인데 왜 못알려주느냐고 했더니 뭐라더라... 아무튼 안된답니다.

 

그리고 제가 다시, 아니 거기 찾아가서 레터 받았다고 확인을 얻으면 그 때 돈을 보내주면 되는 건데 전화번호는 왜 알려주느냐 했더니 제가 알려달라고 하니까 그랬답니다. 제가 알려달라는 이유가 레터를 확인해달라고 독촉하려는 목적이지 그 확인이 되면 왜 번호가 필요하겠습니까.

 

이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아마 일주일 정도 후에 벤모로 받았습니다. 

 

이 사람과 상대하면서 여러가지 든 생각은,

 

- 일단 이 친구가 악한 사람은 아닙니다. 통화할 때도 전혀 화를 내거나 한 적이 없구요.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우리 애가 복귀하자마자 그 친구 일정 딜레이 때문에 한국에 더 체류함으로써 바로 방 체크를 못한 부분도 있고, 또 자기가 치워놓고 없어졌다고 거짓말하는지 어떻게 압니까? 그런데 그렇게까지 의심할 사람은 아닙니다.

 

- 하지만, 항상 자기는 어쩔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면 왜 이해를 못하시냐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 말은 자기생각은 항상 옳은데 왜 다른 사람들은 그걸 따르지 못할까 라는 거죠. 자전거 렌트도 일단 빌리기로 했으면 돈을 내야지 못타는 건 애 사정 아니냐, 내가 식당의 소재를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먹고 살 방법이 있을텐데 내 어카운트에 손해가 갈지 모르는 일을 왜 하냐, 쉐리프가 일 처리를 늦게 하는데 나보러 어쩌란 말이냐...

 

- 전 아무리 좋게 생각해주려고 했습니다만, 쉐리프가 레터받고 돌려주라고 하고 애가 레터를 보냈을 때 돌려줬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거까지 쉐리프의 확인을 기다린다고 하고 원칙을 내세우는 걸 보고 처음에는 엔지니어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냥 사람 성격인 것 같습니다.

 

-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마 미국생활 20년 동안 이런 경험은 없었던 것 같은데, 사람과 대화하면서 느끼는 답답함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사건마다 내가 너무한 건 아닐까 하고 최대한 배려해 대응을 했지만 인간관계는 상대적인 거라서 그 친구는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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