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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후기

달라스초이 | 2023.12.11 23:25:3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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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난 구닥다리 얘기지만, 영화때문에 기억을 떠올립니다.


 제가 군에 입대한 이후 가장 놀란것은 한달에 한번 돌아오는 당직병을 설 때였습니다. 저는 본부 부대에 있었는데 인터넷도 뭐도 없는 당시엔 낮에는 수발병이 밤에는 예하부대에서 문서를 당직실로 배달했습니다. 

 당시 과천에 있는 문서고라는 곳에서는 청파병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임무는 주요인사의 통신감청을 하고 그 내용을 타이핑해서 본부부대로 보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적은 주요 지휘관의 동향파악을 함과 동시에 대전복, 다시말해 쿠데타 방지목적의 감청이었습니다) 

 한번은 보안과에 전달되는 내용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당시 주요장군들 (예를들어 수방사령관)의 통화내용이 세세히 기록되어있었습니다. 기가막힐 정도로 세세한 내용이 토씨하나 빠지지않고 타이핑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12.12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당시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예, 맞습니다. 저는 서울지역 보안부대의 본부에 병으로 근무했었습니다. 전복(쿠데타)을 방어해야 할 부대가 쿠데타를 진두지휘한 것입니다. 거기에 하나회라는 괴물 사조직이 정식 군 명령계통을 무너뜨리고 존재한것입니다. 


 사령관에 보임된지 24일 밖에 안된 장태완장군은 부대를 통솔할 수 없었습니다. 청와대 내외곽 경비를 맞는 30단, 33단, 헌병단의 수장들이 사령관의 명령을 거부하는 군대.. 

자식같은 1,3,5 공수여단장마저 특전사령관의 명령을 거부하는 군대. 

 영화의 주요인물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특전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체포한 최세창이 이끄는 3공수여단은 전시 특전사령관의 호위부대 역할을 하는 부대입니다. 사령관을 호위해야 할 부대의 부하가 하나회의 이름으로 사령관에게 총격을 가하는 만행. 


 예전부터 늘상 12.12 와같은 스펙터클한 내용이 왜 영화화가 안될까 하고 생각했던 터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영화 중간중간의 웃음끼를 떠트릴만한 요소마저 몹시 방해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바리케이트 장면은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기에 더더욱 저의 집중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저의 실망감과는 별도로 이 영화의 역사적 의의를 알기에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제작진 그리고 출연자분들께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묵은 숙제가 풀린듯 하면서도 아직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유도 모른채 저들의 야욕에 아군에 의해 명을 달리한 김오랑 소령, 정선엽 병장, 그리고 이름모를 병사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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