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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10평짜리 아파트에 매일 소박한 밥상이라도,
세상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시간 부자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정말 가치 있는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말에 공감하기에.)
그러려면 도데체 얼마나 벌어서 모아야 할까 라는 화두는 평생을 가지고 살아왔다.
99%의 사람들이 항상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주제, 은퇴는 얼마가 있어야 가능할까라는 질문.
최종 액수는 세월을 따라 변해가는 돈의 가치에 따라 변해 왔지만,
현재 가치로 환산해 보면,
집 한채 값과 월 6천불의 생활비.(미국 가구 한달 평균 지출이라고 한다)
일도 안하면서 남들 쓰는 만큼 쓰면서 살 수 있다니, 정말 환상적인 목표라고 생각했다.
6년전 나는 이 목표에 도달했다.
(쉽지 않았다, 마이 힘들고 아팠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은퇴를 해서 어떻게 살아볼 생각이야 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했고,
회사에 새 직원을 뽑아야 한다고 훈수를 두기 시작하고,
회사일에 관심이 적어졌고, 좀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월급루팡이 되었다)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고,
하고 싶은 일들(버켓리스트)을 써 내려 가보았다.
삶이 좀 더 행복해졌다.
그러자,
세상은 나의 행복을 시기 질투하기 시작했다.
6천불로도 행복하게 살 수는 있지만, 그래도 만불 정도가 안전하지 않을까?
이건 악마의 속삭임일까?
아니면 현자들의 지혜일까?
주위의 걱정을 달래주기 위해,
그리고 지금도 이미 행복한데?
은퇴 결정을 미루고 좀 더 천천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생존보다는 행복을 삶의 우선순위로 두는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나는 매일 매일 더 행복해 지는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작년에 두번째 목표에 도달해 있음을 깨달았다.
월 생활비 만불에 가까워져 있었다.
회사에 퇴직을 통보했다.
일단 집을 처분하고 십년짜리 세계 여행을 떠나 보기로 결정했고,
구체적으로 가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일들에 대한 일정표를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했을 내 계획의 허점은 바리스타 파이어로,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벌 수 있는 돈으로 메꾸어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복병을 만났다.
회사에서 바지 가랭이를 붙잡고 매달리는 것이었다.(죽어도 못보내)
주 10~20시간 바리스타 파이어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럼 새 직원을 구해서 트레이닝이 끝날때까지,
일하는 시간을 30시간으로 줄이고,
그리고 올해부터는 20시간 이하로 더 줄일 계획이었다.
그래야 계획했던 세계 여행을 시작 할 수 있으니까,
일년 정도는 세계여행과 동시에 하기는 힘든, 버켓리스트의 최상단에 있는 골프 실컷 쳐보는 해로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도 라운딩을 하고 버디 두개의 성과를 들고 귀가했다. 내 목표는 버디 두세개와 파가 보기보다 많은 라운드다.)
물론 반대 급부로, 연봉의 삭감이 없는(실제로는 시간당 연봉 인상) 조건으로.
그때 P2에게 했던, 연봉도 올려주고 보너스까지 계속 주면,
은퇴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 거야라는 농담 반 걱정 반이던 말.
말이 씨가 된다고,
회사는 올해도 보너스까지 올려주면서,
플랙스블한 내 바리스타 파이어 스케쥴에 감사하고, 노매드로 어디서 일하던 상관하지 않겠다라는 따스한 손을 벌리며 안아달라고 한다.
나는 이제 꿈꾸고 계획해온 노매드 바리스타 파이어를 시작한다.
하지만 5년뒤,
혹시 내 은퇴의 다음 정착역은,
한달에 만오천불 정도의 소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그뒤에는 또 자연히 은퇴후 월 소득 이만불이 되는 날도 올지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러면 은퇴 목표 자산이나 소득이라는게 뭔 의미가 있는거지?
뒤돌아 보니,
내가 목표로 생각했던 은퇴와 필요한 자산의 크기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중요한건,
그 과정이 정말 보람있고, 행복 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이 긴 여정이 처음부터 더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은퇴는 목적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여정의 등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어느 정착역에서 내리든 계속해서 여행을 하는지 보다 더 중요한건,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이고 즐길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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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댓글
언젠가세계여행
2024-02-10 00:38:32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에 많은 의미가 있네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길줄 안다면 어느 목적지를 가든, 그곳이 내가 원한 목적지일거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과정을 그냥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공허함이 들수도 있구요.
마아일려네어
2024-02-10 00:56:07
제가 평소에 은퇴는 하는게 아니라 당하는거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많은 부분이 공감이 되네요.
아직 조직에 기여 하실 능력이 있고 인정받으시니 이또한 감사하고 대단한 일이라 생각해봅니다.
후지어
2024-02-10 11:23:17
소중한 지혜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은퇴 후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 및 은퇴 후의 행복한 삶이겠지요.
항상고점매수
2024-02-10 11:31:54
과정 자체가 행복한 삶 그리고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삼냥이집사
2024-02-10 12:20:56
멋지십니다! 저도 지금 한달에 딱 6천불 정도 나오면 그만두어야지 생각하는 그 단계에 있는데, 속으로는 막상 그 단계에 가면 내가 만 불을 갖고 싶겠구나 (그리고 어? 이거 좀만 더하면 만 불이 되겠는데? 생각이 들겠구나) 라는걸 알고는 있습니다. ㅎㅎㅎ 하지만 그때 가서 직장을 계속 다니더라도 그만한 자산을 가지고 계속 다닐 때의 마음가짐은 분명 다를 것 같더라고요. 적어주신 글을 보니 제가 생각하던 대로 자산이 생길수록 마음가짐이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고, 육천 불이 생기면 만 불도 가시권에 들어오는 것 같아서 왠지 희망이 듭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서 이루신 것도 대단하고, 마침내 (일시적이 되더라도) 달리기에 마침표 혹은 쉼표를 찍고 원래 바라던 삶을 살아 보겠다 결정하신 것도 대단하고, 언젠가 만오천 불을 향해 다시 달릴지도 모른다는 부분도 제겐 inspiring하네요. 공유 감사합니다 ^^
사과
2024-08-13 17:11:01
유랑님 지난글 덕질중. 숙제끝
"
이러면 은퇴 목표 자산이나 소득이라는게 뭔 의미가 있는거지?
뒤돌아 보니,
내가 목표로 생각했던 은퇴와 필요한 자산의 크기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중요한건,
그 과정이 정말 보람있고, 행복 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이 긴 여정이 처음부터 더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은퇴는 목적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여정의 등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어느 정착역에서 내리든 계속해서 여행을 하는지 보다 더 중요한건,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이고 즐길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맘에 들어여
오번사는사람
2024-08-13 17:43:25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 미국땅에서 직장생활한지도 7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조기은퇴를 어떻게든 해 볼라고.. 소셜+401k+roth 등등을 가지고 미래를 계산해보고 있네요. 하지만 현실은 55~60세까지는 일을 해야하는데... 은퇴만을 바라보고 마라톤 달리기를 하고 있으니, 그 은퇴라는 결승점에 다다르면 나는?? 그때가 되면 노인이 되어있는 나 뿐일텐데... 과연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바둥바둥 은퇴만을 위해 경주마 삶을 사는것이 맞는지... 그게 정말 큰 고민입니다.
은퇴가 목표이긴 한데... 그 목표가 정말 이루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루었을 때 노인이 되어 있는 내 모습이 두렵고 하네요...
"즐기면서 행복하게 일해라" 이게 가능하신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kaidou
2024-08-15 09:08:41
이 글을 이제 봤네요. 주변에는 60대 후반- 죽을때까지 (?) 일하겠다는 분들을 하도 본지라 ㅎㅎ 넘 새롭습니다.
pnrGPT
2024-10-06 15:58:48
제가 딱 그랬습니다, 아직은 에너지가 있을때. 아마 FIRE 각이 안보여서 마음속에서 합리화를 했던것 같습니다, 일을 계속하는게 의미있는 삶이라고. 단단한 착각이죠.
아하이거시네
2024-10-07 18:57:23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에 대한 신성시가 있는 것 같아요. 노동을 해야만 삶의 의미가 있다는 강요. 산업화 시대에 대부분 교육을 받아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 주변에 은퇴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면 대번에 은퇴하면 뭐하고 살래라고 반문들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직장에서 하는 일도 매일 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닌것 같은데요.
pnrGPT
2024-10-08 23:14:50
그렇게 주입해야 유리한 사람들이 있으니깨요. 자본소득은 결국 남의 노동소득을 자기주머니로 옮기기 위한 과정 아니겠습니까. 이 과정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근면 성실히 노동만 하는 사람이 최대한 많아야죠.
아하이거시네
2024-12-10 14:20:10
이제는 노동자가 많이 필요한 시대가 점점 아닐테니, 배우고 익힌것 반대로 노동없는 삶을 다시 배우게 될지도요.
Oneshot
2024-10-06 17:51:16
공무원들이 다 그렇죠.. 80넘어서도 일하는사람들 있으니까요.. 그래도 거동이힘들면 그만두더라구요..
yunoyuno
2024-10-07 19:30:05
10여년전 제 은퇴 계획이 6천불정도면 여유잇게는 아니여도 걱정은 안하고 살겟구나 생각하고 달려왓는데
이제 막상 은퇴 나이가 되고보니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을 만나서 물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엇네여
6천불이 작은 돈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많다고도 볼수없는 요즘 현실에 부딪히고 보니 숫자에 의미가 부질없는듯 느껴집니다
그냥 맘편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현명할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네여
돈에 가치가 점점 없어져감에 조금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니 돌아가는대로 살아야 겟지요
은퇴를 정말 코앞에 두고있는데 미국사람들 역시 시간을 줄이고 현역으로 잇으라고 조언들을 하네여
찐돌
2024-12-10 14:41:35
인생을 대부분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온 한국인에게는, 은퇴이후의 여유로운 삶이, 고된 직장 생활이후의 보상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인생의 경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유럽같이, 적게 일하고, 평소에 취미 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백인들에게는 은퇴이후의 삶은 평소에 추구하던 근로의 즐거움이 사라진, 김빠진 인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한국인에게는 오히려 이직 혹은 이민을 가듯이 전혀 다른 삶의 목표일거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는 은퇴 이후에도 회사에서 업무를 보듯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서 실행하는 생활을 하다보니, 은퇴라고 해서 딱히 여유롭거나 한가롭거나 하진 않네요. 다만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집안일/아이들과의 관계가 좋아짐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대충하던 Home Improvement도, 이제는 제대로 공부해서 공구를 갖추고 일을 하다보니, 결과가 이전보단 훨씬 좋아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등 여러가지 불확실한 미래가 있으니, 경제적인 문제를 제대로 준비하는게 필요할것 같습니다. 은퇴 연령에 따라 다르겠으나,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때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무형/유형의 베니핏이, 은퇴 이후에는 본인의 부담으로 다가오니 현직때의 생활비로 은퇴후의 생활을 준비하는건 조금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돈을 아끼기 위해서 여러가지 타협을 하다보면, 왜 은퇴를 했을까 하는 현타가 올수도 있을것 같고, 많아진 시간을 제대로 활용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