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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계기들과 현재 계획

파노 | 2024.02.14 13:41:4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최근에 은퇴 관련글을 다시 한번씩 정독을 하면서 여러가지 소중한 생각과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서 은퇴 관련 글과 댓글을 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전 40을 넘기고 미국으로 취업이민을 왔고 지금 다니고 있는 미국회사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서 그동안 다녔던 5개의 회사들중에 가장 오래 다닌 회사가 되고 있고 올말이 되면 한국 회사 15년, 미국 회사 15년을 합해서 직장생활 만30년을 딱 채웁니다. 

 

한국에 있을때 채용을 하기로 한 회사가 막판에 취소하는 바람에 강제로 3개월 쉰걸 빼고는 쉬지 않고 일을 해오고 있는데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도 나름 재밌어 했고, 미국으로 옮겨온 후에도 답답한 점들이 있었지만 워라벨이 보장되어서 나름 만족하면서 회사생활을 해오다 보니 FIRE이야기가 막 쏟아져 나와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3년 넘게 재택 근무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지 그때부터 은퇴에 대한 생각을 시작한것 같고, 작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한것 같네요.

 

몇가지 계기들이 있었고 그중에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몇가지를 적어봅니다.

 

첫번째 이유이자 가장 큰 이유는 회사 생활이 그다지 재미가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진단을 해보니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 온게 아닌가 싶네요.

한참 일할때보다 일하는 시간도 훨씬 적고 일도 대충(?) 하는것 같은데 왜 그럴까 곰곰히 따져보니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일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에너지를 과하게 써온것 같습니다.

이메일 하나를 쓰는데도 우리말로 쓸때보다 몇배의 시간이 걸리고, 매일 몇개씩 있는 콜이나 심지어 동료들과 가벼운 스몰톡을 할때도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말로 했다면 전혀 필요가 없을 집중을 하느라 에너지를 15년째 과하게 쓰다보니 저도 모르게 번아웃이 온 모양입니다. 아마도 성인이 되어서 미국으로 오신 분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시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두번째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입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양가 부모님이 모두 살아 계신데요. 몇년에 한번씩 한국을 방문할때마다 아니 페이스 타임으로 연락을 드릴때마다 늙어가시고 약해지시는게 눈에 보입니다. 특히 최근 몇년이 더 그러네요. ㅠㅠ

나이가 나이인지라 친구들, 지인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거의 모든 친구와 지인들에게서 살아계실때 더 자주 뵙고 더 잘할걸 이라면서 후회하는 모습을 보니 이대로 지내면 저도 똑같은 아니 외국에 살면서 부모님과 떨어진 시간이 길다보니 훨씬 더 큰 후회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더 늦기전에 부모님 곁으로 가서 함께 많은 추억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주변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신 분들 혹은 큰 질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것 같습니다.

저보다 어린 나이인데 암으로, 사고로,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난 친구와 지인들도 있었고 암 혹은 루게릭병 진단을 받아서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친구, 지인, 동료들이 지난 몇년간 생겼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그럴때는 막연히 안타깝다 정도의 감정이었는데,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그 상황에 직면하는걸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더군요.

이런 아프고 슬픈 경험을 하면 할수록 최대한 현재에 충실하면서 하고 싶은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많이 표현하고 나누고 베풀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어느때보다 강하게 뇌리를 스쳐가더군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가장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내 시간을 잡아 먹고 있는 회사생활을 잠시 멈춰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좀 더 자유로와진 제 자신입니다.

일단 아이들로부터 자유로와졌네요.

어제 학비/목돈 관련 글도 남겼는데요. 아이들이 다 대학을 가서 예전처럼 일상에서 즉각적으로 해야할 부모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점이 은퇴를 더 본격적으로 생각할수 있게 만들어주네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예전보다 자유로와진게 한몫을 한것 같습니다.

미국에 늦게 오고 처음 몇년동안 경제적 관념도 여유도 없어서, 401K를 맥스로 넣지도 않았고 투자 상품도 디폴트도 선택된 타겟 펀드에 그대로 두었고, ROTH IRA도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더 젊은 나이부터 잘 관리를 하신 분들에 비하면 은퇴계좌의 잔고는 적을것 같고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깨닳은건 천만 다행이고 깨닳는데 큰 도움을 준 마모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부동산 투자도 고민은 여러번 했지만 정작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다 보니, 이미 조기 은퇴를 하셨거나 준비하고 계신 분들처럼 미국에서의 경제적 준비는 충분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 직장생활 기간도 길었고 맞벌이를 하면서 알뜰하게 살았고 한국에서 현명한 투자를 한 덕분에 미국에서 충분하지 못한 부분을 메꿀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아이들은 아무래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할테니 건강이 허락할때 까지는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지만 최종은 한국에서 안착하고 서울대신 큰 병원이 근처에 있고 인프라도 좋은 지방에서 살기로 아내와 결정을 하고 집값과 생활비등을 조사해보니 경제적으로 좀 더 자유로와 질수 있을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심적으로도 자유로와 졌습니다. 부담이 적어진게 더 맞는 표현같네요.

고맙게도 아내는 일찍 은퇴해서 집에 있는 것보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나름 보람도 있고 재밌어 자기는 몇년 더 다니겠다고 하면서 저의 빠른 은퇴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주는 덕분에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 ^^

 

은퇴를 생각했다가 접으신 분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보니 아직 최종 결심과 시작 시점은 정하지 못했고 실행을 옮기기전에 면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할것 같습니다만,

상징적으로 30년은 채우고 2024년 성과에 대한 보너스는 받는게 맞을것 같아서 내년 4월에서 6월 사이로 생각을 하고 있고, 일단은 가능하다면 1년 휴직으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회사에는 병가가 아닌 이상 1년 휴직을 받아주지 않을듯 싶긴 한데 일단 시도는 해볼 생각입니다. 아니면 퇴직을 해야겠죠.

그리고 일단 한국에서 부모님들과 시간을 보낼거고 제 성향을 봤을때 회사 생활을 그만 둔다고 심심해 하거나 우울해 하지 않고 아주 즐겁게 시간을 잘 보낼것 같지만 1년정도 해보면 지금의 예상이 맞을지 아닐지를 확인할 수가 있을듯 싶네요. 아니다 싶으면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되지라는 생각도 있구요. 물론 받아주는 회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혹시 내년에 실행에 옮기게 되면 경과보고를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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