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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축구, 이강인, 이선균, 마녀사냥, 남이사 - 우리는 무엇으로 누군가를 재단하고 죄를 논하는가

shilph | 2024.02.15 18:05:0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충분히 다들 이야기 하셨을 듯 하니 서로 감정소모가 되기 전에 댓글을 닫아봅니다

 


 

보통 이런 글은 마모에서는 안쓰지만 오늘은 써봅니다.

 

또각또각...

 

게시판에 축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시안컵 4강이라는, 그것도 뭔가 부진한 게임으로 뒤덮인 준결승 전이 끝나고 며칠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어쩌면 불미스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가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마모 게시판이 아니라, 상당수의 커뮤니티와 SNS 와 각종 기사의 댓글에서 "비난"이 넘쳐나는 글이 올라왔고 + 현재 이 시간에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강의 내용은 이미 아실테니 자세하게 적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손아랫 사람이 손윗 사람에게 대들었고 무언가 다툼이 있었다... 라는 내용입니다. 마침 "어린 선수"로 대표가 될 이강인과 "나이가 찬 선수" 로 대표가 될 손흥민의 이름이 그 중간에 들어갔고, 사과의 내용도 올라왔습니다.

이 내용을 밝힌 영국 찌라시인 The Sun 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찌라시의 대명사이자, 유럽의 대표격인 황색 언론이며, 별별 말 같지도 않은 내용, 특히 자극적이고 + 필요하다면 거짓기사도 써대는 불쏘시개 신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곳에서 난 기사를 "특보" 니 뭐니 하면서 말하고, "마침" 아시안컵 이전부터 경기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클린스만 감독과, 그 감독을 자기 멋대로 뽑은 축구협회 회장인 정몽규에 대한 비난이 많은 이 시점에서, The Sun 에서 기사가 나고 단 몇 시간만에 "ㅇㅇ 그거 맞음" 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가 나오고 사람들은 그동안 열심히 지지하고 함께 해왔던 선수들을 "갑자기"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그러면 안되지" "나이 어린 X 들이 경기 망친거네" "운동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중요하지" 라고 하면서, 마치 선수들을 사생활과 인격까지도 잘 알던 것처럼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재미난건 그 어떤 기사도 뭐가 "진실" 이었으며 그때 라커룸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으며, 그저 사람들의 추측이나 어딘가에 올라온 "관계자" 라는 글만 올라오고 있을 따름 입니다.

유일한 진실은 이강인 선수가 사과문을 올린 것, 손흥민이 그때 손가락 부상이 있었던 것, 그리고 손흥민이 사과를 한 것 뿐. 그 외에는 어느 하나 진실도 사건도 정확하게 어떤 것이라고 이야기가 나온 것은 없지요. "카더라"는 많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난을 합니다. 마치 아시안컵 우승을 못한 것이 그들의 책임인양, 면전에서 이야기 하지 못할 말까지 그들과 그들의 가족 들에게 비난을 퍼붓습니다. 마치 그때 라커룸에 자신이 있었고, "하극상"을 본 것처럼 비평하고 피난합니다. 자신이 본건 "찌라시" 신문의 기사와, 그런 찌라시를 퍼뜨린 기레기들의 기사와, 축구협회의 말만 보고 말이지요. 이 짧은 며칠간 다양한 욕과 비난이 가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이제 고인이 된 배우, 이선균 씨가 사망했습니다. 아니, 자살했습니다. 아니죠. 자살 당했습니다.

하지도 않은 마약을 했다고 머리털이며 곳곳의 털이 뽑히고, 그래도 음성이 나오자 또다른 기사가 나옵니다. 사적인 내용과 다들 아실 그런 내용까지요.

사람들은 또다시 욕을 합니다. 비난을 하고 폭언을 합니다. 하지도 않은 마약 때문에 이미 정신이 피폐한 상황에서, 꽃뱀에게 물린 피해자인데도 마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라면서 인성까지 모욕을 합니다.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몰아세우고, 비난을 하고, 욕을 합니다.

가장 잘 나가던 한 사람은 그렇게 정신적으로 고립되고 맙니다. 하지도 않은 마약 때문에 검찰은 그의 몸에 있는 털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뭐라도 나올거야" 라는 마음으로 조사를 하고하고 또 하고, 기레기들은 누가누가 더 자극적인 기사를 쓸 수 있는지 다툽니다. 그래야 클릭수를 더 유도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게 한 남자, 한 가장을 몰아세우고, 자살을 시킵니다. 자신의 꿈과 희망과 가족을 모두 버리고 "도망갈 수 조차 없어서" "도망을 치고 맙니다".

 

자살 이라는 이름의 타살.

우리는 그렇게 수 많은 사람을 타살 시켰습니다. GD도 타살 당했을지도 모르고, 수 많은 정치인들도 타살을 당했고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이건 넘어갑니다.)

우리에 "나"는 아닌데? 라고 말할 분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저 역시 그런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대변하고 방어한 것이 아니니까요.

 

"방조죄"

물론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겁한 변명이 아닌가 합니다. 

 

 

 

중세에는 마녀사냥이 흥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마녀라고 칭하고, 모두 비난을 합니다. 때로는 돌을 던지고, 욕을 하고, 그 "마녀"가 죽는 것을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니잖아" "(무슨 잘못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마녀로 지목된 너가 잘못한거야"

중세의 시덥잖은 놀이. 유흥. 오락. 피보라가 몰아치는 광기...

 

그리고 중세의 사람들처럼 오늘날의 우리는 다시 누군가를 몰아세웁니다.

"너는 유명인이잖아" "(진짜인지는 내가 확인한게 아니지만) 그런 기사가 나온 너가 잘못한거야"

마치 인터넷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더 깨끗한 선인인" 것처럼 비난을 합니다. 마치 집단 최면을 당한 것처럼 비난하고 비판하고 욕을 합니다.

 

 

 

근데 말입니다.

그렇게 비난을 하는 우리는 그리 깨끗한 사람이 아니고,

그렇게 비난을 받는 그들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운동선수인데 손윗사람에게 따지고 대들면 안되지... 라고 말하지만, 자신보다 열살은 더 많은 교회 집사님이 점심 먹으면서 던지는 한마디 "충고" 때문에 집에서 + 주변에서 화를 내고 그 집사X 이라고 하면서 욕을 합니다. (그래도 교회에서는 웃으면서 그렇네요 ㅎㅎㅎ 하고 말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연예인이면 술 마시거나 클럽 같은데 가면 안되지... 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20대 때 클럽에 가서 원나잇 한게 자랑인듯 친구들끼리 술만 마시면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뭐, 술 한 잔 하고 운전해서 집에 가는건 미국에서는 당연한 것이고요.

 

....

 

저는 깨끗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마도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도, 어딘가 마음속 한 구석에 남에게 공개할 수 없는 그렇고 그런 잘못 한두가지쯤은 가지고 있을겁니다. 

아니, 한두가지가 아니겠지요.

 

완벽한 사람이 아닌 나 이지만, 남을 비평하고 비난할 수 있는 자유 쯤은 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하실 수도 있을겁니다.

근데 말입니다, 예수님도 죄 없는 사람만 불륜녀에게 돌을 던지라고 하셨거든요. 다른 곳에서 이야기 하셨지만 원수라도 사랑하라 (용서하라) 라고 하셨고요. 

 

아니,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그게 진짜 "사람이 사람답게 할 짓" 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잘못을 했어도 조금 용서도 해줘야 사람인거지, 기형아가 태어나거나 약한 아이가 태어나면 젖도 안 물리고 버리는 짐승이랑 다른게 뭔가요?

심지어 잘못 했다는, 그렇게 욕을 처먹을 정도로 잘못했다는 어떤 사실도 밝혀진게 없는데 비난을 하고, 가족에게 까지 욕을 하고, 댓글과 댓댓글로 니가 옳으네, 내가 옳으네 할게 뭐가 있을까요? 

 

 

"그렇게 잘나셨어요?" 라고 저도 비난을 해볼까요?

"그렇게 인성 인성 주장하지만, 얼굴도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본인의 인성은 얼마나 깨끗하신가요?" 라고 비난을 해볼까요?

 

 

네, 저라도 그걸 보면 욕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 말하는 니는 얼마나 잘나서 이 ㅈㄹ 하냐?" 라고 댓글을 달고 싶을 정도로요.

 

 

근데 말입니다, 그건 그렇게 여러분에게 욕을 먹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특히나 그렇게 욕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주고자 며칠 몇달을 연습하고 노력하고 온몸을 다치면서 뛴 선수들이라면, 더더욱 그럴겁니다.

 

 

...

 

예전에 마일모아님이 올리신 글이 있지요. "오이사만 챙기지 말고 남이사도 챙깁시다"라고요.

 

이리 글을 써갈기는 저도 남이사를 방 뒷구석에 잠시 쳐박아두고 글을 쓰는 것이겠지만,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저를 보고서 타산지석 삼고 서로 조금 용서해주고, 인터넷에서 그리 선인인척 굴지 말고, 그냥 조금 조용히 있어줬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자살을 시켜왔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죽여야 이 마녀사냥이 멈춰질까요?

 

 

저는 그것이 여러분이 죽어야 멈춰지는 일은 없길 바래봅니다.

서로 조금 더 용서해주고 다독여주는 사회가 오늘이라도 오길 빌어봅니다.

 

 

 

 

 

P.S. 최근 여러가지 일로 마음이 착잡할 선수들과, 그 선수들의 가족들과 관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훌훌 털고 몸도 마음도 추스릴 수 있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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