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글

MileMoa

검색
×

마일모아 게시판   [정보-은퇴]
어느날 번아웃이 왔다

발칙한인생 | 2024.02.19 12:25:48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90낸대 후반 미국에 와서 다시 학교를 다녔습니다.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하고싶은게 무었인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취직만 하면 고생끝 행복시작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직이 정말 간절했기도 하구요. 어렵게 일자리 잡고 남들 몇배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냈습니다.

 

처음엔 간단한 이메일 보내는것도 시간이 걸리더군요. 이 문장이 문법이 맞는지, 이 표현이 적절한지 인터넷을 찾아보고 여러번 고쳐쓰느라 시간도 에너지도 두 배로 들었어요.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도 일은 쉬워지지 않더군요.  조직내 사람들 어르고 달래기, 능력없는 상사를 죽이지 않고 적당히 관계유지하기, 직장내 policts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기 등등, 게임의 스테이지가 점점 높아질수록 에너지가 빨리 닳아 없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빨간불이 들어왔고 바로 Game over..

 

그래서 2023년, 과감히 놀아보기로 했습니다. 어디서 읽었던 책한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인생을 80세로 봤을때 너의 그 1년은 인생에 1%로 안된다고. 

고작 1%도 안되는 1년을 그냥 하고 싶은거 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저는 아이도 없고 양육을 책임져야할 가족이 없어서 그 결정이 조금 쉬웠다고 할수있겠죠. 

 

처음 한달은 정말 빈둥대는게 무엇인지 온 몸으로 실천했습니다. 알람없이 일어나는게 좋았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산책을 하고 매끼 집밥을 해먹고 책을보고 그 동안 못봤던 모든 드라마를 정주행 했습니다. 그리고 슬슬 여행계획을 세웠습니다. 우선 가까운 남미로 가보자. 첫 여행지는 에콰도르. 그 곳에서 스페인어 어학원에 등록하고 현지인 집에서 같이 생활하며 한달을 지냈습니다. 어학원에서 만난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온 30대 독일청년, 60대에 은퇴하고 세계구석구석을 여행하는 캐나다인 건축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좀 더 다른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서 스페인어을 배우러 온 17살 청소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면서 느낀건, 아, 다들 나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일들이 무었인지를 열심히 찾고 있구나..

 

사실, 좋은 대학갈려고 열심히 공부만 했지 한번도 내가 좋아하는게 무었인지, 마음이 이끌리는 일들이 무엇인지 살필 기회가 나에게는 아니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더 늦기전에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었구요. 

 

저의 여행은 계속되었습니다. 에콰도르를 떠나 코스타리카, 과테말라를 거쳐 멕시코를 돌아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독일과 체코사이를 방랑했구요. 그후에는 한국에서 몇달을 가족과 함께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죠. 아, 이제 돌아가야겠구나 한국으로. 부모님 옆에서 별일없이 일상을 나누고 같이 밥을 먹고 시시콜콜 수다를 떠는 그 하루하루가 행복했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와 다시 취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일을 설렁설렁합니다. 완벽주의자 처럼 늘 긴장하고 살았던 것도 좀 느슨하게 풀었놨구요. 

 

제게는 새 목표가 생겼습니다. 5년후에 미국일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자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정적으로 어떻게 준비를 하고 어떤 생활습관을 만들어야 할지 곰곰히 생각을 하게 됐구요. 자연스럽게 얼마를 저축해야 하는지. 그 저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절약을 해야할지 구체적인 행동 방식도 떠오릅니다.

 

제가 1년 휴직으로 얻은 한가지는 작고 단순한 삶이 주는 만족과 행복입니다. 아직도 미래는 불안합니다. 그렇지만 기대가 되기도 해요. 나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일들이 무엇인지 찾을수 있을거 같은 희망이 있어서..

 

번어웃으로 고생하는 분들께.. 힘들면 쉬어가셔도 됩니다. 좀 앉아서 숨고르기 해도 별 큰일은 일어나지 않더라구요.. 다들 힘내세요!

 

댓글 [24]

목록 스크랩

마일모아 게시판 [239] 분류

쓰기
1 / 12
마일모아 사이트 맞춤 구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