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입하고 첫 글을 남겨봅니다. 이번 달에 호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나름 그 과정에서 항공권과 관련해 온갖 일을 겪고 배운 것이 많아 혹시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 내용도 있을까 싶어 그 과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타임라인 순으로 적어야 그나마 가독성이 좋을 것 같네요.
[9월 말] 가족들과 여행지와 일정을 확정했습니다. 부모님과 동생은 한국에 살고 있고, 저만 미국(LAX)에 있기 때문에, 호주 도착과 출발 시간을 최대한 맞춰 첫날 공항에서부터 마지막날 공항까지 같이 이동할 수 있게끔 잡았습니다. 브리즈번(BNE) IN, 시드니(SYD) OUT으로 부모님은 싱가폴 항공을 이용해 싱가폴 경유 (동생이 레비뉴로 구입, no change allowed), 저는 Qantas가 운행하는 직항을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BNE-LAX 직항을 Qantas만 운항). Qantas가 Oneworld 소속이라 AA 마일로 이코노미 발권을 확인해봤는데, 왕복 68K를 요구하더라구요. 하지만 당시 티켓이 레비뉴로는 $1000 약간 넘는 수준이라서 마성비가 안 나온다고 판단, 레비뉴로 티켓 구매를 결심하고 Bilt 카드를 이용해 10월 1일 결제를 계획했습니다 (매달 1일 포인트 2배 적립).
[10월 초] 9월 말부터 티켓 값을 매일 확인했었는데, 10월이 되는 순간 갑자기 $1600 수준으로 값이 뛰었습니다... AA 요구 마일도 68K에서 75K로 올라갔구요. 뭔가 많이 억울했지만 일단 마성비가 마일당 2센트는 나오는 셈이 된지라(?) 눈물을 흘리며 레비뉴 대신 마일 발권을 진행하였습니다.
[12월 초] 티켓 구매 이후에도 억울한 마음에 가끔씩 레비뉴 티켓 가격을 확인해오던차, 12월이 되면서 갑자기 Alaska Airlines을 통해 같은 비행편이 $1100에 올라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AA 마일로 발권했던 티켓을 취소하고, Alaska를 통해 레비뉴로 티켓을 다시 구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A 마일이 자동으로 반환되지 않아서 고객센터에 2~3일 간격으로 3번 정도 통화를 해서 해결한 약간 귀찮은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전산이 어떻게 꼬인건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출발 하루 전에 체크인하라고 이메일도 오더라구요.. 취소한지 한참 된 티켓인데…)
[12월 중순] 갑자기 Alaska로부터 예약 Confirmation 이메일이 다시 날라왔습니다. 예약하고나서 이메일 받았었는데 이게 왜 다시 왔지?하고 꼼꼼히 살펴보니 출발 날짜가 하루 밀렸더라구요 (아니 그러면 예약이 변경됐으니 확인하라고 이메일을 보내야지, 예약 확인 메일이 다시 날라오는건 무슨 경우인가! 여행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눈썰미가 나쁘면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고 넘어갈 뻔 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Qantas가 제가 원래 계획했던 출발 날짜의 LAX-BNE 편을 취소했고 (대체 왜?? 아직도 이유를 모릅니다..), Alaska는 자동적으로 저를 하루 뒤 출발하는 같은 비형편으로 옮겨준 것이었더라구요. 하지만 여행일정을 소화하려면 제가 부모님보다 늦게 도착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원래 예정보다 하루 일찍 Qantas LAX-BNE 직항을 타고 가거나, 원래 출발일에 출발하되 1회 경유를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른 항공사들은 LAX-BNE 직항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또 한 번 억울했던 점이, 이런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무료 변경이나 무료 취소를 제공하는 것 말고는 어떠한 보상도 해주지 않더라구요. 예를 들어, 하루 먼저 도착해서 묵을 숙소를 제공해준다던지 이런게 전혀 없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일찍 출발하면 휴가를 하루 더 써야한다는거부터 이미 손해를 보는 셈인데 말이죠. 그래서 그냥 1회 경유를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옵션들을 다시 검색해보니 United를 통해 SFO를 경유하는게 일정상 가장 낫다고 판단, Alaska를 통한 예약은 취소하고 United 항공권을 다시 레비뉴로 구입하였습니다. 가격은 $1100 수준으로 이전 Alaska를 통한 예약과 비슷했고, 더 이상 Qantas 운항 비행편이 아닌 United 운항 비행편을 타게 되었습니다. 이번 예약은 이것저것 챙길겸 Chase Travel Portal을 통해 진행하였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하는데…)
(진짜 아직도 조금 억울한게.. Qantas가 해당일 LAX-BNE 편을 취소할 것을 미리 알았거나 애당초 편성하지 않았다면, 가족과 여행을 논의하는 단계에서부터 여행일정을 하루씩 앞당기거나 미뤘을텐데.. 그러면 같은 돈 내고 그냥 직항을 탈 수 있었는데 나는 왜 SFO를 경유해야하는가 싶더라구요... 그리고 Qantas 직항을 타는거였으면 후술할 일들을 겪지 않았어도 됐는데...)
[1월 초중순] 비행기 문짝이 대체 왜 날아가는건데!! 다들 아시다시피 올해 초 Alaska 항공이 운항하는 Boeing 737-MAX 기종에서 비행 중 문짝이 날아가는 사고가 있었고... FAA가 모든 737-MAX를 grounding 시키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네! 너무나 당연하게도 제 LAX-SFO-BNE 여정 중 LAX-SFO에 737-MAX가 배정되어 있더라구요... SFO-BNE는 출발 시간이 밤 11시 쯤이고, 제가 선택한 LAX-SFO 연결편은 그날 거의 마지막 연결편이라 (한 편이 뒤에 더 있긴 하지만 그건 SFO에 자정이 넘어서 도착) 이게 안 뜨면 호주행 비행기도 탑승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모님 도착에 맞춰 호주에 도착해야했던 저로써는 FAA의 조사가 길어짐에 따라 점점 더 불안감이 고조되더라구요.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일종의 심신미약 상태에 놓이게 된 저는 Award Upgrade라는 이상한 선택에 이르게 됩니다. 30K United 마일과 $600를 추가로 내고 LAX-SFO & SFO-BNE를 Economy에서 각각 United First (confirmed) 와 Polaris Business (waitlisted)로 업그레이드를 신청했습니다. 이와 같은 추가 지출을 합리화한 이유로는
다행히 737-MAX 이슈는 제가 출발하기 일주일 전 쯤 해결되었고... 저는 업그레이드가 비합리적인 선택이었음을 이미 어느 정도 인지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를 처음 타보는 것에 매우 들뜬 상태로 코 앞으로 다가온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2월 초] 출발날짜가 다가오니 캘리포니아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출발을 하루, 이틀 정도 남긴 시점에서 LAX와 SFO에서 많은 비행편들이 delay 되거나 cancel 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비가 천천히 잦아들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내가 탈 비행기도 제 때 못 뜨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737-MAX 이슈 때 생각했었던 것처럼 LAX-SFO 편을 더 이른 비행편으로 변경하고, LAX에 당일 일찍 가서 상황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SFO에 밤 10시 쯤 도착해서 11시 쯤 SFO-BNE를 타는 일정인데, 그 시점에 SFO-BNE가 캔슬되버리면 하루를 꼬박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LAX-SFO를 더 이른 시간으로 당긴다면, SFO에 도착해서 SFO-BNE가 캔슬되는걸 알게 된다고 해도 SFO-SYD-BNE, SFO-AKL-BNE 등 다른 대안들이 있을 수도 있고, LAX에서 SFO의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된다면 LAX-SYD-BNE, LAX-AKL-BNE로 변경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LAX-SFO 비행편 변경을 시도했는데, 레비뉴 티켓을 United에서 직접 구매한게 아니라 Chase Travel Portal을 통해 구매한 것 + Upgrade Award를 신청했고 이미 확정이 되어버린 것 때문에, 제가 United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일정을 변경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상담원을 통해서만 변경이 가능했는데, 이 경우 change fee를 부과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서 하면 안 내도 됨). 마침 마모를 통해 United의 same-day change/standby에 대해 알게 되어 공부를 미리 해둔터라, 그냥 체크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same-day change/standby를 시도함으로써 change fee를 회피하고자 하였습니다.
[출발 하루 전] 출발 24시간 전, 체크인이 열리자 마자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same-day change/standby 옵션을 확인했는데, 가능한 옵션이 전혀 없다고 나왔습니다 (change, standby 옵션이 모두 뜨지 않음). LAX-SFO 비행편들이 하루에도 여러 편이 있고, 모든 비행기가 fully booked 됐을 리가 없는데 뭔가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되어 상담원을 통해 비행편 변경을 시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제가 국내선을 First로 업그레이드 해버렸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First를 유지한채로는 변경을 해줄 수 없고, 국내선 업그레이드를 포기하면 원하는 비행편으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상담원이 안내해주었습니다. 제가 변경을 시도했던 시점에 다른 비행편들에 1~2 자리 정도씩 First 좌석이 남아있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First를 유지할 수 없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LAX-SFO는 짧은 비행이기도 하고, SFO에 일찍 도착하면 라운지에서 더 오래 놀수도 있기 때문에, 큰 아쉬움 없이 Frist를 포기하고 비행편을 변경했습니다. 따로 change fee나 fare difference는 발생하지 않았는데, 저는 same-day change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상담원은 SFO에 travel waiver가 나온 상황이라 면제됐다고 하더라구요 (이것도 뭐가 맞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 집에서 상담원을 통하는 대신, 공항에 직접 가서 승무원을 통해 same-day change/standby를 시도했다면 First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다행히 이렇게 확정된 최종 비행편들은 정시에 문제없이 잘 출발했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처음 타 본 Polaris Business와 관련해 몇가지 짧은 소감/생각을 남기자면
(SYD-LAX 같은 경우 5분 간격으로 Delta, AA, United, Qantas 비행기 4대가 거의 동시에 뜬다. 초초초성수기가 아니고서야 이 비행기들이 다 찰 일이 있을까 싶다. 같은 시간대에 비행기가 다 같이 뜨는 것은 curfew 때문일거고, 격일도 아니고 매일 비행기가 뜨는건 아마도 미국과 호주 사이에 open skies agreement가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무튼 이런 노선의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눕코노미가 가능하니 쓸데없는 마일낭비 돈낭비는 안 하는게 낫겠다 싶다)
쓰고 나니 가독성이 이렇게 떨어질 수가 없겠다 싶네요... 정리해놓고 나니 막상 정보랄건 없고 한탄만 가득한거 같은데... 그래도 첫글이니 이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