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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Gary씨 이야기

달라스초이 | 2024.03.23 00:43:0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Gary씨는 차가 없다.

그는 내 가게에 오기 위해 그의 전용 자전거를 이용한다.

그의 집에서 내 가게는 오르막길... 힘도 시원찮은 Gary는 자전거를 그저 끌고 온다.

하지만, 집에 갈때는 내리막길... 시원한 질주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올때 그는 늘 흥얼거린다. 재즈다.

허밍으로 루이 암스트롱을 흉내낸다.

그는 오면 늘상 32oz 짜리 맥주 2캔을 사가지고 간다.

계산을 끝내고 나갈땐, 어김없이 맥주가 든 플라스틱 봉투안으로 얼음 몇조각을 넣고간다.

집으로 가는중 차가운 맥주가 식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3시간 뒤... 작열하는 태양아래 Gary씨가 또 온다. 여지없이 그의 전용자전거를 끌고...

그 사이 2캔을 모두 마신것이다.

왜 두번 걸음을 하냐고? 한번에 4캔을 사지 않고?  더운 날씨에?

 

그의 집에는 냉장고가 없다.

대명천지에.. 자본주의 일등국가 시민의 집에 냉장고가 없다는 것이

아마도 생경스레 들릴것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아! 그는 담배도 산다. 제일 싸구려... 한 갑에 1불 85센트짜리 시가를....

이렇게 Gary는 하루 두차례, 또 어떤날은 세차례 우리 가게를 들른다.

 

한번은, 매일같이 들르던 그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일수도장 찍듯이 오던 그가 보이지 않으니 나도 걱정아닌 걱정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한달, 두달....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6개월만에 나타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서로 격정적인 포옹을 나눴다.

안고 보니 가슴팍이며, 얼굴이며 부실했던 그의 몸이 아주 건강하게 상태가 좋아졌다.

 

6개월간 감옥에 갔다 왔단다.

가서 술도 안먹고, 담배도 안피우고, 운동했더니 이렇게 몸이 좋아졌다고 껄껄댄다.

그가 무슨 큰 죄를 진 것이 아니다. 그저 무슨 명목의 벌과금을 내지 않았고,

과태료 기간에도 내지 않았고, 이전에도 같은 명목의 과실이 있어 기소유예기간에

다시 걸린것 뿐이다.

 

그후에도 그는 계속 내 가게를 찾는다. 매일같이...

다시 그의 몸은 쇠약해져 갔고,

나는 죄인아닌 죄인 심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Gary는 직업이 없다. 부인도 가족도 없다. 아니 있었는지 모르지만 현재는 혼자다.

정부에서 지원되는 지원금으로 그는 생활한다.

 

자본주의 1등 국가,  뉴욕의 마천루와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선 돈이 흥청망청 굴러 다닌다.

슬롯머신 버튼 한번에 150불을 베팅하고, 100불짜리 시가를 피운다.

태풍 카트리나가 보여준 흑인들의 도시 뉴올리안즈는 그래서 더욱 슬프다.

그들의 재즈는 수백년을 거슬러 올라가 대서양을 횡단하는 배안에서

고열에 신음한 저 깊은 심연의 소리이다.

 

어제 낮 내가 있는곳에 폭우가 내렸다.

가게밖을 나가보니 빗물이 Gary씨가 사는 동네로 폭포수처럼 흐른다.

한국도 미국도 폭우가 오면 빗물은

그들의 동네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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