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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잖은 영어이름 쓰기. 평등한 문화? 촌빨의 정석

와치프 | 2024.04.03 00:47:08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한 10여년 전에 국내 최고라 칭할 수 있는 대기업에서 직원 간 영어 이름을 쓰는 문화로 바꾼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그렇다. 한국 사회에 일단의 이러한 흐름이 있다. 그것은 일종의 '반성'에 기반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존대말 문화가 너무 악습이다', '위계적 사회질서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 등 말이다.

어쨌든...그 뒤 뉴스를 찾아본 적은 없다. 성공할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스타트업 기업 등에서도 이런 문화를 채택하고 있는 사례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택시 서비스를 했다가 정치권에서의 압력으로 굴곡을 겪었던 모 스타트업도 관련 비디오를 보면 무슨 영어 이름을 쓰면서 사내에서 소통한다고 한다.

보면서 기도 차지 않았다.

 

그 뒤에 숨어있는 논리는 이러한 것들이다: '미국 봐라, 부장님한테도 'Mike'라고 이름부르면서 서로 수평적으로 소통한다. 구글/애플같은 미국 회사들 봐라 얼마나 수평적이고 자유로운가?'...이러한 것들 말이다.

 

여기에 필요한 질문은 하나이다.

그렇게 해서 엄청난 수평적 조직과 성공을 이루어냈는가? 영어 이름 쓰고 존대말 안 써서 기가 막히게 성공했거나 회사 분위기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사례가 단 한건이라도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사례를 1도 본 적이 없다.

애시당초 위계 질서가 근간인 조직에서 평등 문화를 찾고 있는다는 거 자체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철학척 토대가 부재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 사대주의는 그 근본 원인이 촌빨 때문이다.

촌빨은 촌구석에서 살아서 티가 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 확신이 없이 남들이 하는게 다 좋아 보이면 그게 촌빨인 것이다. 남들 하는건 다 멋져 보이고 좋아보이니 줏대없이 이것저것 따라하다가 자기 중심을 잃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적 위계가 없는 조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계가 없으면 조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한국어에서는 그 위계에 따른 존대법이 극히 발달해 있어서 언어적으로 명시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영어에서 you를 쓴다고, 사장에게 Hey, Steve!라고 부른다고 위계가 없는게 아니란 것이다. 호흡, 눈빛, 말투, 자세 등으로 이미 존경을 표하면서 의사소통 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한국 문화도 바뀌어서, 이제 존대말 쓰는 상사에게 할말을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의사소통의 평등성과 기본 인권적 평등성은 확립된지 오래다.

성희롱 따위를 했다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리가 날라가는 시대이다. 상사한테 맞으면 고발을 하면 매우 법적으로 처리된다.

즉, 존대말이, 사회적 서열이 인권을 유린할 수 있는 위력을 이미 잃은지 오래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의 최소한의 위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존대말과 경칭은 오히려 살려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촌빨날리는 한국 사회 및 경영자들은 구글과 애플이 있는 미국의 영어 문화가 마치 조직의 구세주라도 될 것인양 그런 껍데기만 복붙하면 조직 문화가 선진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철없는 희망을 품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촌빨이며 문화에 대한 몰이해이다.

 

오히려 나이와 지위에 따른 존대법 사용은 적극 장려해야 한다. 상사의 반말은 구성원 간의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하고 부하의 존대말은 조직의 위계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럴 때 조직이 끈끈해지고 조직으로서 시너지가 날 수 있다. 한국인은 한국 문화적 장치 안에서 시너지를 내야하지 어줍잖게 촌티나는 저열한 문화적 인식으로 영어이름 따위를 수입한다고 성공하는게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구성원 간 화합이라고 본다. 갈등이 있어도 형이기에 대들지 않았던 것이고 동생이기에 그냥 넘어갔던 것이다. 개인대 개인은 결속력이 없지만 형과 동생은 한 공동체 내에서의 구성원임을 의미한다. 많은 문화적 요인들은 뼈속까지 유전인자에 기인한다. 우리가 문화적 차이라고 여겼던 수많은 국가적, 인종적 특성들이 사실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문화적 세뇌를 받기 전의 유아에게서 이미 발현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있다.

 

요컨대 한국사람은 나이 따져서 형 동생하면서 어울릴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고,

미국 사람은 그냥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즉, 편안하게 느끼는 쪽으로 장점을 극대화시켜야 조직과 국가의 발전이 있는 것이지,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어줍잖게 따라하면 위계상 2등 국가에 머물 뿐만이 아니라 성과도 낼 수가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칠성 그룹은 이번 조직 개편 때부터 직급을 없애고 수평적 문화를 도입하여 영어 닉네임을 쓰기로 했습니다'와 같은 촌티나는 뉴스가 안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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