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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지 에세이 2편 - 커먼앱 에세이

Guardian3C | 2024.04.06 03:24:0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이글은 함부로 퍼가지 마세요. 그리고 이 글에서 사용한 소재를 읽은 기억이 있으시다면 제가 다른 곳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1편: 개요

3편: 서플먼트

커먼앱 에세이

앞의 글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커먼앱 에세이는 아이가 자유로운 주제로 자신을 표현하는 A4 한장 반짜리 글 입니다. 원서를 리뷰할 때 첫 인상을 좌우하니만큼 어쩌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를 A4 한장 반 입니다. 그런데 "나는 누구고, 어디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이런식의 자기소개서 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에세이는 "수필" 입니다. 그리고 커먼앱 에세이는 나에 관한 수필입니다. 스티브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이렇게 얘기했었죠: 자기 인생에는 점과 점들이 놓여있었는데 돌아보니 점들이 연결되어 지금의 자신이 되어 있었다고요. 컬리지 에세이가 바로 아이의 인생중 점과 점을 찾아내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커먼앱 에세이는 형식에 제한이 없습니다. 코슷코 에세이처럼 정말 특이한 글부터 이 글 중반에 소개할 정답같은 에세이까지 별의별 기발한 생각과 형식이 가능합니다. 코슷코 에세이는 수년전 그 기발함으로 화제가 됐던 에세이인데 토요일 아침 쇼핑객으로 넘치는 코슷코에서 카트를 밀며 모험하는 글입니다. 재치있는 표현, 빵 터지게 만드는 위트, 그리고 지적 호기심으로 연결시키는 결말까지... 한번쯤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저렇게 큰 누텔라 통이 앞에 있는데 우리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고요?"라는  표현이 압권입니다 👍이번 커먼앱 편에서는 우선 가장 중요한 원칙을 먼저 쓰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충실히 만족시킨 에세이를 예제로 사용해 기본 템플릿을 얘기해 보려고 해요. 그리고 후반에는 퀄리티를 더 끌어올리는 지극히 주관적인 몇개의 포인트를 한개의 예제와 함께 나누겠습니다. 

세가지 원칙

이 세가지 원칙은 저만의 의견이 아닙니다. Yale Admission Podcast에서도 강조하는 에세이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이 세가지중 한가지라도 빠졌다고 느껴지면 만족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쳐야 합니다. 그만큼 중요합니다.

Authenticity

에세이는 아이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담아야합니다. 누군가 이렇게도 표현했습니다. 길에다 떨어뜨린 에세이를 아무나 주워서 읽어도 "어 이거 ooo이 얘기네?" 할수 있어야 한다고요. 제 아이 친구중에 성적이 부족한데 아주 괜찮은 학교에 간 아이가 있습니다. 비주얼 아트를 전공하는 그 아이의 에세이를 나중에 읽었는데 이해가 갔습니다. 리뷰도 안 받았는지 글이 깔끔하지도 않고 감정이 절제되지 못해서 글로서의 퀄리티만 따지면 솔직히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딱 한가지 압도적으로 드러나는게 있었는데 그 아이의 비주얼 아트에 대한 진심이었습니다. 카운셀링을 받는다면 이 점을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제 아이 친구들은 자기 카운셀러가 주는 피드백을 싫어했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이야기 같지 않거든요. 자기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카운셀러는 그게 아니라고 얘기하는거죠. 그리고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중간쯤에서 타협해 버립니다.

Reflection

에세이에서는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아래에서 다루지만 에세이는 보통 흥미로운 메타포로 시작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에피소드는 메인 스토리를 불러오는 마중물 역할만 하고 사라져야 합니다. 언젠가는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이런 꿈을 꾸는가"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자신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이런 사건, 사물에 지나치게 몰두해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끝이 납니다. 위의 코슷코 에세이도 약간 그런 위험을 담고 있는데 워낙에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그걸 극복했다고 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Reflection이 없는 글은 그래서 읽고 나면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So what?". 메타포에서 자기 자신으로 연결시키는 생각의 깊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Show, don't tell (or Show and tell)

좋은 글의 가장 기본조건입니다. 글은 누군가를 설명하지 않고 "드러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설명하는 글에서는 자신이 무얼 잘 하고 좋아하는지 그냥 말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드러내는" 글에서는 다른 사건, 인물, 사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이게 효과적인 이유는 독자가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오감으로 같이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우리 가족은 중국인 이민자다" 라는 문장은 설명하는 것이고, "어릴적부터 우리집 주방에서는 만두찌는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드러내는 문장입니다. 메시지는 같지만 두번째 문장은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독자를 현장으로 불러옵니다.

 

이 세가지 기본 원칙은 꼭 지키는게 좋습니다. 한가지라도 빠진 글은 미완성입니다.

기본 템플릿

이제 이 세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정답 같은 에세이를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비유하자면 백종원 식당같은 에세이 입니다. 재료도 풍성하고, 딱맞는 간에 적절한 MSG까지.. 에세이의 기본 템플릿을 충실히 지킨 에세이입니다. 특히 카운셀링 받는 에세이는 이 형식에 많이 가깝습니다. 여기 링크에 가셔서 Prompt #7, Example #2를 한번 읽어보세요 (Dumpling으로 서치하면 됩니다). 

 

첫 문단이 Dumpling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좋은 글 솜씨로 (카운셀링 느낌은 나지만) 주방의 모습을 비주얼하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도 중산층의 화목해보이는 중국인 이민자 가정이라는 배경을 드러냅니다. Dumpling 안에 믹스된 다양한 재료를 메타포로 시작해 다음 문단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사이언스 리서치도 하고, 미술도 하고, 여성인권을 위해 싸우기도 했다는 자기 경험을 말합니다 (전형적인 asian 스펙이죠? 🙂). 그리고 메인에서 학교생활, activities를 충분하게 reflect 한후 결론에서는 과학, 미술, 셰프까지 다양한 주제를 믹스하고 싶은 자기 꿈을 말하며 "내 인생에도 어떤맛이 날지 어떻게 알겠어?" 이런식으로 상큼하게 마무리합니다. Dumpling으로 드러내고 (Show) 바쁘게 산 자기를 돌아보며 (Reflect), 어떤 아이인지 (Authenticity) 충분히 드러낸 교과서같은 에세이 입니다.

 

비슷하게 좋은 에세이는 JHU의 효과적인 에세이 모음에서 더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이 에세이도 좋습니다. 이 글에서는 비행기 조종을 배웠던 경험으로부터 하늘에서는 "좌/우" 구분이 없다는 메타포를 꺼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좌/우"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는게 중요하다는 자기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며 마무리합니다.

좋은 글의 요소들 (어드밴스드)

기본 템플릿을 잘 따라한 위의 에세이들을 백종원 음식이라고 한다면 평양냉면같은 글들이 있습니다. 도대체가 슴슴한게 이게 왜 맛있는지 알수가 없는데 계속 생각나는 글들입니다. 아니면 정말 비싼 음식점에서 먹어본 그 맛이 너무 delicate 해서 다시 가보고 싶은 그런 에세이 입니다. 이 단계를 이루려면 기본 템플릿을 버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글을 만드는데 필요한 몇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니 '아 이런것도 괜찮구나' 정도로 읽으시면 좋습니다. '이게 답이네' 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우선은 특별한 인생 서사 입니다. 아무리 양념을 잘했어도 귀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더 맛있는 것처럼 아이의 인생 자체에 특별한 서사가 있으면 이야기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살아온 삶이 고된 아이들의 글이 그래서 깊이가 더 있습니다. 아래에서 살펴볼 에세이가 바로 그 예입니다.

 

둘째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주제가 일반적이고 생각이 깊어서 어드미션 오피서 마저도 '아...그래 맞아' 라고 공감을 일으키는 에세이 입니다. 학생의 이야기를 다 읽고나서 AO가 그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면 그만큼 좋은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위의 dumpling이야기는 읽고 나서 그런 느낌을 받을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은근 잘난척하네' 그런 느낌이 남죠.

 

셋째는 짧은 글 안에 입체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감정이 압축된 에세이 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생각하면 대충 비슷한 느낌일것 같습니다. 한가지 스토리를 들었는데 뭔가 그 안에 다른 이야기가 더 있는것 같고 나중에 곱씹어 보니 실제 그 안에 twist가 숨어있는 그런 글입니다. 저도 느낌은 있는데 그 수준은 안되니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네요. 이런 입체감을 주는 방법중 하나는 글의 서사 구조에서 예측과 다른 변형을 주는 겁니다. 예를들어 시간적 순서로 배열하면 어린시절 - 현재 - 미래의 순서로 문단을 구성하는게 일반적인데 이 순서를 바꾸어서 현재 - 어린시절 - 다시 현재 - 그리고 미래 이런식으로 시간의 순서를 바꿔보는 겁니다. 은유적 표현으로 입체감을 줄수도 있습니다. 저희 아이는 미술을 했는데 자기가 그림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아기가 말을 배워가는 과정으로 은유했습니다. 이런 말재간을 통해 "나는 미술에 재능이 있어" 라고 말하는 동시에 '사실은 나는 언어에도 재능이 있거든' 이렇게 행간에 숨은 의미를 넣은 겁니다.

 

넷째는 오프닝이 탁월한 글입니다. 오프닝은 사건, 경험, 사물등의 메타포로 시작됩니다. 메타포는 글의 전체 내용이 이입된 한가지 상징물입니다. 그리고 메타포가 얼마나 잘 맞는가에 따라 전체 에세이의 퀄리티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메타포부터 찾아내야 합니다. 저희 아이의 메타포는 발룬티어 하던 동네 미술관 창고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입니다. 브레인스토밍하다가 이 에피소드를 꺼내 놓았는데 전 듣고나서 속으로 '거의 다 끝났네'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메타포가 에세이의 장르와 내용을 이끌기에 너무 적절했기 때문입니다. 에피소드에서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비주얼이 떠올랐고(장르) 아이가 거기서 느꼈던 감정이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험중 굳이 그 에피소드를 꺼내놓은건 아이가 무의식중에서도 이게 중요하다라고 느꼈기 때문일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너무 소소해서 그냥 무시해버릴 그런 이야기이지만요.

 

한가지 주의할점은 많은 사람들이 "스릴러"를 장르로 택한다는 점입니다. AO의 주의를 끌기위해 피와 눈물이 낭자하는 쇼킹한 장면으로부터 글을 시작하는데 생각을 좀 해봐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에세이가 그런 스릴러로 시작할지 말예요. 

 

다섯째는 결론에 살짝 Twist가 있는 글입니다. 에세이를 마무리할때쯤 되면 650 단어수가 너무나 적어 보입니다. 할말이 더 있는데 공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읽는 사람은 사실 2/3쯤 지나가면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이제 뭐 결론에서 다시 한번 요약하고 마무리 하겠네 이렇게 생각하죠. 이때 결론에서 살짝 예측하지 못한 twist가 있으면 좋습니다. 반전까지는 아니고 '다 꺼내 놓은줄 알았는데 이런게 아직 남아 있었다고?' 이런 느낌입니다. 그런게 없다면 그동안의 내용을 요약만 하지 말고 새롭게 표현해서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것도 좋습니다.

 

끝으로 제가 생각하는 마스터피스 에세이 한편을 읽어 보겠습니다. "Trash the library and a worn brown table"로 검색하면 나오는 NYT 기사 중간 "Victoria Oswald"의 글입니다. 우선 이 학생의 경우는 특별한 인생 서사가 있습니다. 가난하고 분해된 가정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그런데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글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세가지 기본 원칙과 위에서 나열한 좋은 글의 요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글로 보면 대단한 고수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낡은 식탁을 메타포로 글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형편때문에 언니들이 하나 하나 집을 떠나는 걸 의자수가 하나씩 줄어드는 걸로 표현했습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데 의자가 빠진 테이블의 허전함이 머릿속에서 그려집니다 (Show, don't tell).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 나간 글에서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결국에 발견하게 되는 이 학생의 특징은 "Resilience" 입니다. 그리고 결말이 특히 좋습니다. 앞에서 힘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래도 감사하다거나 아니면 극복하겠다 이런정도의 결말을 예측했는데 예상 밖으로 결말의 키워드는 "Contentment (만족)" 이었습니다. 테이블에 이제 자신과 아빠의 의자 두개밖에 안 남아있는 그 상황이 그래도 만족스럽다는 표현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Twist 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동안 이 글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는데요 그게 뭘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나중에 생각난 것이 엄마의 존재가 언급조차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17세 소녀의 인생을 돌아보는 글에 모든 가족이 다 등장하지만 엄마를 말하지 않는다는게 어떤 의미 일까요?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더 깊은 감정적 유대를 끌어 냈다는게 제 오버스러운 생각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다음 3편에서는 서플먼트에 대해서 좀 짧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더 찾아볼 자료

1. Yale Admissions Podcast 에서 에세이에 대해 두편을 다루었습니다.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2. "What makes a good essay": 학부모들이 주로 많은 어드미션 사이트에서 좋은 에세이의 조건에 대해 사람들이 올린 의견입니다. 탑에 있는 내용들은 꽤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입니다.

3. JHU의 "Essays that wor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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