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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Dallas 개기 일식 준비 과정 및 여행 후기 입니다

동쪽기러기 | 2024.04.09 23:51:4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1년 전부터 계획 했던 일식 여행이 끝났습니다. 여행 준비 단계에서부터 마일모아 회원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은 덕분에 좋은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여행 준비에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https://www.milemoa.com/bbs/board/10130458

 

계획한 일정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4월 6일 저녁 DFW 도착, JW Marriott Dallas Arts District 숙박 (35k 숙박권 + 4k 추가. 호텔 완공되기도 전에 예약을 헀는데요 요즘도 이 가격으로 예약을 받는지는 모르겠습니다)

4월 7일 Ritz Carlton Dallas 숙박 (85k 숙박권 + 4k 추가)

4월 8일 Perot Museum of Nature and Science에서 진행하는 Great North American Eclipse 행사에 참여, 저녁 6:50 비행기로 출발

 

일식 이야기를 자세히 하기 전에 호텔에 대한 간단한 저희 가족의 느낌을 말씀드리자면요...

JW Marriott Dallas Arts District는 생긴지 1년도 안된 새 호텔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당연히 시설은 다 깔끔했는데요, 운영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단편적인 일들이라 일반화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하는 일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저희가 밤 8시에 체크인 할 때 뜬금없이 저희 방 문 옆 복도에 놓여있던 커피 잔은 저희가 다음날 2시 체크아웃 할 때 까지 그대로 있었고, 라운지에 9시 반에 갔는데 맥주 냉장고는 잠겨 있고 직원은 아무도 없었고요 (프론트데스크에 문의 했더니 "직원이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네요. 얼른 불러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다음날 낮에 다시 라운지에 갔더니 맥주 냉장고가 잘 안잠겨 있었나본지 다른 손님이 슬쩍 냉장고 문을 당기니까 열리면서 맥주가 쏟아져 내렸고요, 저녁에 식당에서 시킨 맥주는 바텐더가 잔에 따라 놓은 채로 한참을 서빙이 안되어서 거품이 다 가라앉은 채로 왔고요 (써놓고 보니 거의 다 맥주 얘기네요...), 식당에서 아직 영업 종료 시간이 한시간 가량 남은 시점에서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나본지 그릇과 갤런사이즈의 양념통들을 접객 공간으로 꺼내놓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부분은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급 호텔 식당의 분위기에는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Margaret's라는 식당의 음식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 애피타이저 위주로 시켰는데요, 익숙한 음식들에 살짝살짝 변화를 주어서 요리했더라고요. 저희 가족이 이런 식당에 자주 가보지 않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Ritz Carlton은 다른 회원 분들께서도 언급해 주셨던 것처럼 로비에서 나눠주는 guacamole가 진득~허니 맛있었고요, Fearing's라는 식당 자체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저희 가족은 개인적으로는 전날 갔던 Margaret's의 음식을 더 좋아했습니다.

 

이제 일식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요...

원래 계획은 다운타운을 살짝 벗어난 한적한 호텔에 숙박하면서 주차장에서 일식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거대도시(Dallas!)의 심장부(downtown!!)에 있는 과학관(Perot Museum of Nature and Science!!!)에서 일식 행사를 한다는 공지를 보고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제가 준비를 해봤자 전문가들이 준비한 행사를 따라갈 수 없을테고, 일식 시작 전에 비는 시간을 더 알차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런데 여행 계획을 다 확정한 상황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카메라 삼각대가 금지된다고 안내 이메일이 왔습니다. 제 개인적인 여행의 목적에는 상치되는 이 공지 때문에 plan B를 가동했습니다. 우선 위성지도를 보니 과학관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사설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차장 남서쪽 한켠에 삼각대를 설치하기 딱 좋은 정도의 공간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정남쪽으로 꽤 커보이는 건물이 있어서 이 건물이 당일 해를 가릴지 안가릴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구글 맵에 의하면 수평거리 742 ft, 구글 검색에 의하면 건물 높이 281 ft로, arctan(281/742)=20.7도였고, 이 각도는 일식 때 태양 고도 56에서 65도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일식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가족과 다 같이 과학관 구경을 하다가, 일식이 본격적으로 진행 될 때 저만 따로 길 건너 주차장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plan b.png

 

 

사진 촬영 준비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여러 기사 정독 및 유튜브 영상 시청 결과, 초점거리는 500mm로 결정했습니다. 태양이 사진안에 가득 차는 것을 원하면 1500mm정도의 초점 거리가 필요하지만 (2017년 일식 때에는 1250mm 초점 거리의 천체 망원경에 핸드폰 붙여서 찍었습니다), 이 경우 totality때 corona가 화각 밖으로 넘어갈 정도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150-500mm 줌 렌즈가 있기 때문에 추가로 장비 구입이 필요하지 않았고요. (사족이지만 1250mm  초점 거리의 경우 화각이 심하게 좁아서 처음에 태양을 찾는것도 쉽지가 않은데 비해, 150-500mm 줌 렌즈는 큰 어려움 없이 바로 태양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처럼 마음만 급해서 렌즈뚜껑은 안열고 태양필터를 덧씌운채로 태양을 찾으려다간, 아무리 이리저리 돌려봐도 검게만 보이는 화면에 패닉에 빠지실 수 있습니다. 에휴...)

2017년 경험에도 그랬고, 여러 유튜브 추천에도 그렇고, 자동모드 촬영은 제가 원하는 결과를 내어 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당일날 하나하나 시험해 보면서 최적의 세팅값을 찾기에는 일식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Dallas에서 totality는 4분 미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래 영상과, 그 영상에서 추천하는 사이트를 통해 미리 두어가지 설정 값을 마음에 두고 갔습니다. Totality 전에는 solar filter를 장착하고 ISO 100, f/8, shutter 1/400, totality 중에는 solar filter를 떼고 ISO 100, f/8, shutter 1/125, corona 찍을 때에는 shutter 1/30를 기본으로 잡았습니다. 거기에 카메라의 continuous bracket을 이용해 한 번에 1.0EV 간격으로 9장을 찍는 식으로, 물량을 쏟아 부을테니 한 놈만 걸려라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0HZJZzccUM

http://xjubier.free.fr/en/site_pages/SolarEclipseExposure.html

 

카메라를 얹어놓을 마운트가 가장 시행 착오가 많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삼각대에 있는 ball mount로는 화면상 태양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절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렴한 equatorial mount를 시도했습니다. Explore Scientific의 EXOS Nano EQ3라는 물건이었는데요 곧 포기하고 return했습니다. 제 기대와는 달리 DEC ring은 calibration이 안된채 빙글빙글 돌아갔고, 앞으로 또 이걸 쓸 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무게와 부피도 상당했고요. 그 다음에는 fluid head를 시도했습니다. 차후 활용가능성만 보면 가장 기대가 컸던 물건으로, eBay에서 Benro의 S6PRO head를 구입했습니다. 다만 이것도 제가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제가 받은 물건이 불량품이었는지 몰라도, counter balance세팅을 아무리 바꾸고 drag세팅도 계속 바꿔보아도 60도 정도의 고각에서 카메라가 자꾸 처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조금 움직이다보면 counter balance 세팅이 그냥 풀려버리는 듯한 문제도 있었고요. 결국 이 head도 return하고, K&F Concept의 3-way geared head로 정착했습니다. 아무리 고각을 해도 처지는 일이 없었고, 어차피 tracking이 필요한 장노출 사진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습니다. (Sky Watcher Star Adventurer GTi도 고려했지만 다른 옵션에 비해 가격이 급격히 뛰는데다가 역시 차후 활용을 많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결국 제가 촬영에 사용한 장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카메라: Sony A7 III

렌즈: Tamron 150-500mm f/5-6.7

삼각대: Peak Design Aluminum Travel Tripod + universal head adapter

삼각대 head: K&F Concept 3-way Geared Head

삼각대 anti-vibration pad: Astromania Anti-Vibration Suppression Pads (이게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카메라 remote release: Pixel TW-283 S2

solar filter: Baader Planetarium AstroSolar Safety Film (제 카메라 필터와 아내가 쓸 쌍안경 필터를 만들었습니다)

GoPro Hero 11 (주변 풍경 time lapse)

GoPro mount: ULANZI R094 Super Clamp (삼각대 다리에 장착)

기타: Solar Eclipse Timer app에서 추가로 1.99유료 결제 (분/초 단위로 음성 안내를 해줍니다. Totality가 언제 시작되는지 countdown도 해주고, solar filter는 언제쯤 remove해야 하는지 안내도 해주고, 적절한 타이밍에 shadow band도 보이는지 관찰하라고 remind도 해줍니다. 이 app 덕분에 모든 신경이 하늘에 집중되어 있던 상황에 바닥에서 일렁거리는 shadow band도 봤습니다.)

 

 

일식 10일을 남긴 시점에서 첫 장기 예보가 나왔을 때는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식 전날인 4월 7일부터 삼사일 연속으로 Dallas에 thunderstorm이 온다고 예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이게도 결국 4월 7일에 발표된 예보에는 totality가 진행될 1시 40분에서 44분에는 비가 안오지만 cloud cover는 60% 이상이고, 4시부터는 비가 온다고 예보가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저녁 8시 부터는 우박이 포함된 thunderstorm이 올 것이라면서 severe weather alert가 예고 되어 있었고요. 결국 eclipse를 목전에 둔 예보 상황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불쌍한 Dallas ㅜㅜ)

weather.jpg

https://www.space.com/solar-eclipse-2024-national-weather-forecast

 

아니나 다를까 당일날 아침 9시에 주차장에 차를 세웠을 때에는 해가 구름뒤에 숨어서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날은 밝았지만 제 그림자 경계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제 그림자도 잘 안보이는데 달 그림자라고 별 수 있겠냐는 걱정을 하면서 10시 과학관 입장을 위해 줄을 섰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보안 검색 통과를 위해 30분 넘게 서있으면서 지루해 하던 와중에, 아내가 이번엔 못봐도 울지말라면서 앞으로 살뜰히 돈 모아서 2026년 여름에 Ibiza 보내 줄테니 그 때 본인은 집에 두고 애 데리고 일식 보러 다녀오라면서 농담을 하고 있을 때 쯤 처음으로 구름 밖으로 빼꼼 나온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이미 일식이 시작 되었을 즈음 (즉, first contact인 C1 직후) 과학관 구경을 마치고 나와서, 아내와 아이는 과학관 마당에서, 저는 길건너 주차장에서 초조하게 해와 구름의 숨바꼭질을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대략 10분 정도가 남았을 무렵에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하늘을 반 쯤 덮고 있던 구름 사이로 큰 공간이 생기면서, totality 시점에는 해가 구름에 가려지지 않겠다는 것을요 (달 그림자로 인해 낮아진 기온으로 하강기류가 생기면서 구름을 어느 정도 없애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이 그런 경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Totality의 5분 countdown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몸이 으스스하고 떨리는 것이 느껴졌는데, 기온이 실제로 내려간 것도 있었지만 2017년 이후로 몇 년간 기대했던 것이 드디어 눈 앞에 펼쳐진다는 전율도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crop이나 기타 수정없이 사진 사이즈만 줄인 JPG파일들입니다.

 

C2 (1:40:26 PM에서 1:40:44 PM), ISO 100, f/8, 1/400s

C2_1.jpg

 

C2_2.jpg

 

 

C2_3.jpg

 

C2_4.jpg

 

C2_5.jpg

 

C2_6.jpg

 

 

 

C2-C3 사이 Corona (1:41:48 PM), ISO 100, f/8, 1/500s에서 1/2s까지

Corona_500.jpg

 

Corona_125.jpg

 

Corona_30.jpg

 

Corona_8.jpg

 

Corona_2.jpg

 

 

 

Eclipse max (1:42:38 PM), ISO 100, f/8, 1/2000s부터 1/8s까지

max_2000.jpg

 

max_500.jpg

 

max_125.jpg

 

max_30.jpg

 

max_8.jpg

 

 

 

C3 (1:44:26 PM에서 1:44:38 PM), ISO 100, f/8, 1/250s

C3_1.jpg

 

C3_2.jpg

 

C3_3.jpg

 

C3_4.jpg

 

C3_5.jpg

 

 

Time lapse

초반과 후반에는 6배 빠르기 time lapse이지만 totality 전후로는 real time으로 찍었습니다 (1분52초부터 9분 56초까지. 대략 4분부터 보시면 급격히 어두워지는 풍경을 보실 수 있으십니다). 어차피 태양의 밝기 변화는 카메라의 dynamic range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여서 태양이 화면에 잡히지 않는 방향으로 time lapse를 찍었습니다. 멋진 풍광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일식 도중 느껴지던 주변 밝기 변화를 실제에 가깝게 담은것 같습니다. 참고로 영상 시작 부분에 보시면 일식 전 구름이 얼마나 있었는지 보입니다.

https://youtu.be/bUpWXatELms

 

 

Totality가 끝난 후 (즉, third contact인 C3 이후) 15분 정도 지났을 무렵 장비 정리를 했습니다. 워낙 사람이 몰려서 선제적으로 비상 사태 선포를 한다는 뉴스도 있었기 때문에 한발 빠르게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교통정체는 전혀 없이 수월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귀가운을 날씨운에 쏟아 부었나본지 집으로 가는 항공편이 취소되었고, 집으로 가는 비행편 중 빈자리가 있는 것은 다다음날이 제일 빠른 것이라는 안내를 받고 많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날 마지막 직항편의 대기번호 6/7/8로 지정되면서, 각오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다만 거대도시의 풍요로운 삶을 체험해보고 싶어서 캐피탈원 라운지도 방문하려 했는데 항공편 취소로 긴장하면서 게이트앞에서 대기하는 바람에 못가봤습니다 ㅜㅜ). 저녁 9시 반쯤 이륙할때 쯤, 지난 10일간 저를 걱정하게 만들었던 그 thunderstorm이 드디어 사방팔방으로 번개를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bucket list 아이템 하나를 지울 수 있었습니다. 국립공원에 갔다가 날씨가 안좋으면, 덕분에 이 좋은 곳을 또 찾아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기일식은 가볼 만한 엄두를 낼 수 있는 곳을 세계로 확장하더라도 겨우 몇년에 한 번 정확한 날짜/시간/날씨가 맞아야 하는 일이라, 이번에 얼마나 운이 좋았나 실감이 안나기도 합니다. 함께한 가족들에게 고맙고, 그러면서 정작 totality때 사진 찍겠다고 도망간 남편/아빠를 용서해준 가족에게 한 번 더 고맙습니다.

 

 

 

 

 

 

자, 이제 다음은 오로라 원정대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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