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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정보-은퇴]
[은퇴 시리즈] 골프, 와인 그리고 커피

개골개골 | 2024.04.30 20:25:0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젝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고딩때 정말 보고 싶었는데 ㄷㄷㄷ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은퇴랑은 멀어지고 잡담화 되어가고 있는 [은퇴 시리즈] 입니다 ㅋㅋㅋ. 오늘은 취미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두서없는 뻘글이 될꺼라고 생각이 됩니다 ㅎㅎㅎ 하지만 최근에 제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 있어서 글로 한 번 작성해봅니다.

 

개골군은 골프 못쳐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는 글렀어

 

혹시 한국에서 회사 다녀 보신 분들 중에서 비슷한 이야기 들어보신 분 계세요? 저는 실제로 10번 정도는 이 이야기 들어 본 것 같은데요. 대부분 이야기의 흐름은 "적당히" 친분이 생긴 회사 동료나 거래처 분들과 이야기하다가, 상대방 쪽에서 "개골군 주말에 골프나 한 번 치러갈까?" 라고 제안을 하고. 제가 골프 안친다면서 거절하면. "깊은 비지니스 대화"는 골프장/술자리룸싸롱/등산에서나 할 수 있는건데, 자네하고는 깊은 관계는 힘들겠네...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구기 종목을 직접하는건 좋아하지 않는데요, 그중 골프는 특히 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골프는 허리를 계속 한 방향으로만 휘둘러야 되는 게임이라 일상적인 부상 대비를 훨씬 많이 해야하고, 공을 치고 나면 그냥 무작정 차례를 기다리는 게임이라, 같은 시간을 들인다면 더 재미있고 건강한 다른 운동이 많을꺼라는 생각인데요. 이 부분은 다 개인 취향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은 사회 분위기가 대다수가 선망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대놓고 기분 나빠하고 배재하려고 드는 경향이 강합니다. 거 취미 생활은 내가 좋아하는거 하게 좀 냅둡시다.

 

술도 비슷한데요. 저는 대학교 때 주량이 소주2잔, 맥주 750cc 정도였고. 지금도 뭐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소주는 반병 (최근 마셔보니 소주가 옛날과 달리 도수가 엄청 약해졌더라구요 ㅋㅋㅋ), 와인은 2잔 정도입니다. 저는 제 주량을 아니까 한국 회식자리 가면 적당히 시간만 때우다가 일찍 돌아가고 하는 편이었는데요. 제 기준으로는 엄청 "신뢰하고 있는 직장 동료"들이었는데, 그분들이 "개골이 너는 술마시고 본모습주정뱅이을 나에게 보여준 적이 없으니, 내가 너를 마음 깊이 신뢰하지는 못하겠다"라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습니다. 서로 술주정을 하고 헛소리를 해야만 신뢰가 쌓이는 그런 한국 문화 ㅋㅋㅋ 요즘 한국 회사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제가 다닐때만 해도 이런게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였던거 같습니다.

 

꼭 이것뿐만은 아니지만, 이런 취미/개인생활에 대한 존중/구별을 안해주는 한국 문화가 싫어서 미국으로 넘어온 것도 큽니다.

 

골프하니까, 제가 골프를 치지는 않지만 골프장 뷰를 싫어하는건 아닌데요 ㅋㅋㅋ. 제가 정착한 지역에는 한 블록 걸러서 골프장이 하나씩 있습니다. 집 반경 3마일 이내에 골프장이 3개나 있어요. 콜로라도 분들 골프치는거 엄청 좋아하시는거 같아요 ㅎㅎㅎ. 콜로라도 정착지 찾을 때 finalist에 올랐던 곳 중 하나까 에로우헤드 골프장 안에 있는 커뮤니티였는데요 (Littleton CO), 결정적으로 아이 등교시키려면 편도 30분 이상 걸리는 곳에 학교가 있어서, 여기는 나중에 더 나이 들어서도 가고 싶으면 그 때 생각해보자고 접었던 기억이 있네요. 콜로라도의 다른 지역으로 정착한 후에도 못내 아쉬워서, 그 골프 커뮤니티와 바로 붙어 있는 Roxborough State Park로 산책하러 자주가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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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골프장을 싸고 보울더들 사이사이에 집들이 지어져 있어요. 제 기준으로 뷰와 갬성만으로는 이 동네에게 최고의 커뮤니티가 아닌가 하고. 그러나 주요마트까지 가려면 편도로 30분 ㄷㄷㄷ

 

난 비싼 와인을 마시는 내 모습에 취한 것이지, 와인향에 취한것은 아니야

 

몇 주 전 미국 동부에 일식이 왔을 때 친구들과 함께 뉴욕에 있었습니다. 호스트 해 주신 분이 겁내 비싼 크리스탈 샴페인 따주셔서, 엘레강스하게 와인잔 들고서 이스트리버가 보이는 맨하탄 고층 빌딩의 발코니에서 일식 감상하고, 그 댁에서 다른 비싼 주류로 저녁식사까지 아주 럭셔리하게 즐겼습니다. SNS에 올리려고 와인 에티켓 잘 나오게 사진 찍어 놨는데 결국 페북에는 안올렸습니다. 예전부터 간간히 하던 생각이었는데, "난 술도 별로 안좋아하면서 왜 비싼 와인이 나오는 사진을 여기다 올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를 몇 주간 심란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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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이어오고 있는 마일모아 CoC 클랜 모임 분들이 워낙 재력도 빵빵하고 와인에 해박한 분들이 많아서, 요 몇 년 동안 분에 넘치게 좋은 최고급 와인을 마셔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또 앉아서 @혈자 의 현란한 와인 설명을 듣고 있으면 나도 이 심오한 맛의 깊이가 이해되려나, 조금만 더 마시면 이걸 알려나, 나도 멋있게 와인의 노트를 읊을 수 있게 되려나. 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게 맞는 해석인지는 제가 와알못이라 검증은 못하지만, 들은 풍월을 종합해보면. 좋은 와인은 단순하지 않고 탄탄한 맛 성분 안에 한꺼풀 까보면 그 다음 노트들이 숨겨져 있고 그런 "깊은" 맛들을 개화시키고 음미하는 그런거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는 와인은 딱 2잔 밖에 못 마시는 사람인데, 언제 그런 복잡다양한 노트들을 혀밑에서 찾아내냐라는 것이었고. 저는 그냥 "맛이 부드러우면서, 식사랑 먹었을 때 부담되지 않게 술술 넘어가는" 와인이 저에게는 최고의 와인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이 이상을 찾으려고 하는건,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것에 과잉 투자하는 것이고, 또 비싼 와인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저 자신의 허영심이 아닌가 하구요. "그래 내가 비록 은퇴는 했지만 이정도 돈은 플렉스할 수 있는 친구들과 여전히 어울려 놀고 있다구" 라는 생각이죠. 이제부터는 술을 마시게 된다면, 비싼 와인보다는 제가 즐겁게 마실 수 있는 한잔을 제공해줄 수 있는 그런 술을 위주로 마시려구요.

 

그간 너무 좋은 와인들을 서빙해주신 지인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마지막 모임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앞으로는 가장 비싼 와인으로 딱 한잔만 저에게 주세요 ㅋㅋㅋㅋ 쩌리들은 훠이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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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마셨던 와인들 중 고급 와인들만 추려봤는데... 우리 참 돈 많이 태웠네요 ㄷㄷㄷㄷ 싸랑합니다 CoC 클랜분들. 허니버터아몬드주가 와인보다 맛있었... 요걸 끝으로 이제 와인병은 안찍고 안 올리려구요

 

커피콩은 한땀한땀 갈아내는거야

 

미국에 와서 새로 시작한 취미 생활이 등산(주로 백패킹)이었고, 두번째로 시작한 취미가 Covid-19 판데믹 때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거였습니다. 어차피 판데믹 때 시간도 많고, 약간의 명상멍때리기타임을 가질까 해서 푸어오버 세트로 구입했습니다. 와인도 그랬지만 제가 맛에 크게 민감한 것도 아니어서, 그냥 커피는 코스트코나 마트에서 대짜로 구입해서 적당히 갈아서 적당히 마시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커피원두에 따른 미묘한 맛의 차이, 사용하는 기구의 중요성, 추출 레시피에 따른 맛의 변화 같은건 와인때와 비슷하게 어차피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꺼라고 어림짐작해서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아침에 커피 한 잔 손으로 갈아서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원해서 시작한 루틴이었는데. 은퇴하고 나서도 하루에 많으면 2번, 한 번에 400ml 정도씩 푸어오버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제대로 커피를 내리고 있는지 궁금해지고 해서, 최근 유튜브로 커피 레시피와 장비 관련 클립들을 자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게, 여러 클립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고급커피의 장점은 "복잡성을 가지면서, 그 원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노트와 뉘앙스들을 잘 끌어내는데 있다"라고 하네요. 와인과 거의 동일. 결국 먹는 것 관련 취미생활은 높은곳/전문가의 영역으로 가게 되면, 일반인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것들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공유하고. 썰을 풀고. 거기에서 value-add를 하고. 이런 흐름이 되는거 같아요. 이것이 마냥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준에서 취미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이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그 문턱을 넘기 전에 적절히 타협하는게 맞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일단 발을 들여놓은 분야라서 어디까지가 내가 즐길수 있는 영역이고, 어디부터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지를 알려면. 일단 테스트를 해보고 push the boundaries를 해봐야 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커피콩 가는 핸드밀을 고오오급형으로 새로 구입했습니다 ㅋㅋㅋ 아니 커피빈은 코스트코면서.... 저는 여전히 커피를 가는 행위가 재미있는거지, 커피맛이 좋아서 하는건 아니어서, 일단 제가 제일 체감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바꿔가면서 해보려구요. 커피맛의 오묘한 변화는 제 혀가 감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핸드밀을 한바퀴 돌릴때 콩 갈리는 맛은 확 체감이 바로 되더라구요 ㅎㅎㅎ. 마치 가솔린차 타다가 전기차 타는 느낌 정도로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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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취향에 맞는 구수한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레시피도 몇 개 암기해서 매일 조금씩 바꾸면서 테스트도 해보고 있습니다. 이미 대용량으로 사 놓은 커피콩의 빠른 소모를 위해서 어제는 콜드브루도 해봤어요. 유튜브에서 본 제일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 (침지식으로 그라인드 커피를 용기에 다 때려넣어서 냉장고에 넣은다음, 커피 필터로 거름)로 해봤는데 온 동네에 커피 찌꺼기 튀는 바람에 엄청 난리였네요 ㄷㄷㄷ. 깔끔하게 콜드부르 내릴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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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커피콩이 어느정도 소모되고 나면 소규모 로스터리에서 볶은 콩들로 다양하게 커피 한 번 내려보려고요. @제제스커피 님 평이 너무 좋아서 스크랩해 놨어요, 빨리 콩오더해서 맛보고 싶어요 ㅋㅋㅋ. 이 취미의 종착점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간의 제 취향을 봤을 때는 아마 엄청 어중간한 장비만 쫌 좋은 일반인 수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취미 생활은 계속되는거야

 

작년 포스팅에도 언급한 것 처럼, League of Legends를 좋아해서 올해 롤드컵 결승전이 있을 London O2 경기장 방문으로 이미 비행기표는 다 예약해 놨구요. T1 결승전 갈수 있나요? ㄷㄷㄷ 저는 아마 독일-프랑스-영국 식으로 롤드컵 경기 일정 따라다니면서 관광도 하고 경기 관람도 하고 그런식으로 생각하고 있구요. 이건 뭐 제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 일정이나 그 당시 경기력 따라서 결정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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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동안 이런 오프라인 이벤트에 아재가 가면 욕먹을까봐 참았던 건데, 8월 보스톤에서 하는 요아소비 콘서트 가려고 표 구매했습니다. 응원봉 사서 음악에 맞춰서 율동할꺼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ㄷㄷㄷㄷ 1층에서 같이 뛰면서 따라부르기에는 덕력 부족이라, 2층 메짜닌 정중앙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 실컷 감상하려고요 ㅋㅋㅋ  @Delta-United @shilph 님 안오십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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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 취미라는건 자기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하는걸 적당한 돈과 시간을 써가며 즐기는거일텐데, 어느센가 취미생활하는데도 다른 사람 눈치를 봐야하고 거기에서 허영심이 생기고 하는거 같습니다. 뭔가를 좋아하면 거기에서 경쟁심이 생기고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거는 누구나 마찬가지일텐데, 어디까지가 건전한 취미생활이고 // 어디서 부터가 허영이고 // 남과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과함인지 판별하는건 참 쉬운일이 아닌거 같아요. 저도 계속 찾아가는 중이고 새로운 취미 생활을 계속 늘려나가고 하고 있던 재미있던 일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하구요.

 

그래서 뜬금 없지만 오늘의 진성 뻘글 한줄 요약: 내가 좋아하는거만 하며 살기에도 인생 짧다. 

 

그리고 마모님들의 모든 취미생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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