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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여행중에 만난 좋은 한국인들과 나름의 보답

파노 | 2024.04.29 18:37:4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저도 댓글을 달긴 했지만, 한국인임을 들키지 않아 하는 모습에 대한 글에 달린 댓글을 읽다보니, 그다지 유쾌하지 않는 기억을 가지신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https://www.milemoa.com/bbs/board/10919482

 

최근에 다녀온 영국 여행중에 한인 여행사에서 하는 1일 투어를 3번 했는데, 너무 쉽게 사생활을 물어보시는 어르신도 계셨고 받아드리기에 따라서 첨 보는 사람들에게 살짝 무례한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알고 싶지 않는 자기의 이야기를 계속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여행중에 만난 한국분들중에 정말 고마웠던 분들도 많이 계셨고, 기억에 가장 남은 2분이 생각이 나서 글로 남겨봅니다.

 

30년전에 태어나서 첨으로 해외로 (일본) 2주 일정으로 배낭 여행을 갔던 대학교 3학년때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알바를 해서 모은 돈으로 배낭 여행을 가다보니 정말 알뜰하게 여행을 다녔더랬습니다. 먹는것도 아끼고 숙소도 제일 저렴한 곳을 찾아서 잤구요. 경험해본다고 무려 노숙도 한번 해봤네요. ^^

여행중에 무한 리필 고기 뷔페가 있길래 체력 보충도 할겸, 당시 여행 경비를 감안하면 거액이 필요한 식당을 갔었습니다.

함께 여행을 간 친구랑 신나서 수다를 떨면서 고기를 폭풍흡입을 하고 있는데, 옆 자리에 앉은 노신사가 갑자기 우리말로 말을 거시네요.

주변 사람들은 본인이 일본 사람인줄 알지만 자신은 한국사람이라고 알려주시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후에 헤어졌는데, 배낭여행을 다니는 저희가 기특했는지 나중에 계산을 할려고 했더니, 이미 계산을 해주셨더군요. 고마움도 제대로 전하질 못했는데 말이죠. 한국 사람의 정을 제대로 느낀 하루로 기억됩니다.

 

3학년때 여행이 너무 좋아서 대학 4학년때는 유럽으로 한달간 배낭여행을 갔는데, 이때도 몇달동안 알바한 돈으로 가다보니 당연히 짠돌이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였는지는 이젠 기억도 나질 않는데요. 미술관 앞에서 미술에 대해서 문외한들이 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보는게 맞나를 여행을 함께 간 친구랑 고민을 하던중에, 옆에 계셨던 중년의 신사분이 본인이 미대교수인데 나랑 같이 미술관 구경을 하자고 하시네요. 우리끼리 갔으면 그냥 그림 잘그렸네 라면서 휙 지나가고 교과서에서 배운 그림 앞에서 사진만 찍고 왔을텐데, 전문가랑 함께 하니 당시 화가, 시대상황, 그림의 배경등등을 설명해주시니 완전 차원이 다른 관람이 되더라구요.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도 사주시고 커피까지 사주셨구요. 나중에 한국에 가면 꼭 찾아가서 인사를 드려야지 했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결국 실행에 옮기질 못했구요.

 

그분들께 직접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한걸,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고 좀 여유가 생기면 꼭 그분들처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기회가 잘 오지 않더군요. 그런데 드디어 그런 기회가 왔습니다.

 

이번 영국 여행중에 한인 여행사를 통해서 세븐 시스터즈에 1일 투어를 갔는데, 앞자리에 키 큰 해리포터 같이 생긴 여학생이 있더군요. 영국에서 유학중이라고 했는데 정말 밝고 맑고 씩씩하고 예의도 발라서 아내와 두명이서 우리 딸내미도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일 투어가 끝나고 런던의 교통체증때문에 7시 넘어 도착해서 바로 헤어졌는데, 저희는 요즘 인기가 좋다는 Co&Ko라는 한식당을 가기로 해서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그 여학생을 지하철에서 만났네요.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는데, 식사를 어떻게 하냐라고 했더니 8명이서 식당을 공유하는데 요리를 헤먹기는 그렇고 컵라면을 먹을거라고 하네요.

아내와 눈빛이 딱 마주쳤는데 마음이 통해서 우리가 한식 먹으로 가는데, 괜찮으면 같이 가자고 했더니 절대 괜찮다고 사양을 하는데 마치 우리 아들, 딸 보는것 같아서 그렇다고 부담을 안가져도 된다고 했더니 씩씩하게 "그러면 맛있게 감사하게 먹겠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네요.

알고보니 유학 경비를 아낄려고 영국에 온지 몇달이 되었지만 여행도 이번에 처음 했고 외식도 거의 안했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부부는 어려보여서 1년 짜리 교환학생 혹은 어학 연수로 온 대학생인줄 알았는데 무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인재네요. 영국에 교통 시스템 관련해서 유명한 학교가 있어 런던으로 유학을 왔다고 하네요.

원래 2명으로 예약하고 예약을 바꾸지 못한체 도착을 했더니, 4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결국 그 친구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투고로 포장을 했는데 이거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배부르면 룸메이트랑 나눠 먹으라고 한국식 치킨까지 덤으로 포장해서 보내줬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유학생활 잘 마치라고 했더니 몇번이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저희 부부가 타야 하는 지하철까지 안내를 해주는데 그 모습도 넘 보기가 좋더군요.

 

글을 쓰다보니 기억이 하나 더 나서 남깁니다.

마일모아에 여행기도 남긴적이 있는데요. 몇년전에 아이슬란드에 고딩인 아들과 2주동안 캠퍼밴을 타면서 여행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https://www.milemoa.com/bbs/board/6766988?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D%8C%8C%EB%85%B8

주상절리 폭포로 유명한 Svarifoss와 근처 빙하 투어를 하기 위해서 머물렀던 캠핑장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앞에 캠퍼밴에 20대 후반 혹은 30대초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커플이 캠퍼밴에서 나오네요.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했는데, 신혼 여행으로 아이슬란드에 왔다네요.

신혼 여행이라서 그렇겠지만 ^^ 서로를 바로 보는 눈빛에 사랑이 뿜뿜하는 모습도 이쁘고 편한 휴양지보다 사실 피곤하고 귀찮은 캠퍼밴 신혼여행을 선택한것도 왠지 기특하더군요. 살인적인 물가때문에 정말 아껴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으니, 예전에 제가 배낭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Svarifoss를 보러 간다고 하길래, 폭포만 보지 말고 좀 더 위로 올라가면 빙하를 위에서 바라 볼수 있다고 알려줬고, 아침후에 하이킹을 가는 신혼 부부와 작별을 했습니다. 

저희도 다음 일정을 위해서 떠나야 하는데, 우린 모자라면 식당가서 사 먹으면 되지 싶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밑반찬, 각종 캔, 컵밥, 컵라면등등과 아이슬란드에서 샀던 식료품을 함께 비닐 봉지에 넣어서, 짧은 결혼 축하 메세지 쪽지와 함께 차문에 걸어두고 왔습니다. 캐시가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넣어주고 싶었는데 동전밖에 없어서 음식물과 쪽지만 전해주었네요. 받아드리는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30년전에 받았던 한국인의 정을 드디어 보답할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흐뭇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남의 일에 간섭하기도 좋아하고 남의 사생활에 가끔은 지나친 관심을 보이기는 분들이 계신게 현실인데 (특히 어르신들), 아무래도 그렇지 않는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더 도드라지게 보이는것 같고 그런 부분은 좀 변했으면 하는 솔직한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특유의 따스함과 정이 많은 민족이 우리민족이란 생각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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