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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살아가는 맛.

참울타리 | 2024.05.23 04:25:3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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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게는 한국 올 때마다 시간을 내어 만나봐야 할, 언제나 만남이 즐겁고 설레였던 두 형님이 계셨습니다. 한 분은 2년여의 투병 끝에 작년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셨고 다른 한 분은 가지고 있던 지병이 악화하셔서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의대를 나오고 공보의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복무했습니다. 제게 그 기간은 미국 의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했지만 또한 치과 한의과 선후배 동기들과 우정을 나누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이야기 할 형님은 제가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치과 의사 형님이셨습니다. 좋은 아빠이자 남편/존경 받는 치과의사였던 우리 형님은... 참 마음씨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제 미국행이 결정되고 축하하는 자리에서 축하의 말씀을 건네시면서 미국 가서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라고 주셨던 용돈이 참 뭐랄까요... 마음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항상 자리하는 순간마다 늘 지지와 위로를 베풀어 주셨던 형님이 작년에 저도 모르는 지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제가 그래도 횟집에서 밥이라도 한 번 사드릴 수 있었던 것이 제가 근래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형님과 만나는 자리에서 재수생 아들이 수험 생활을 거치면서 겪을 모험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말 예기치 않은 죽음이었습니다.

 

 원래 형님 아드님 대학 가면 크진 않지만 용돈을 좀 챙겨주고 싶어서 식사 자리를 빌어서 물어보다가 아이의 수험생활을 알게 되고 일년 미뤘다가 입학하면 줘야지 생각하던 찰나에 작년에 형님의 부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공원묘지에서 황망하게 형님의 묘지를 바라보면서 마음 아파했고 또 아버지의 부재에 힘든 수험 생활을 이어갈 아드님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올해초 형수님께 아이의 서울대 합격 이야기를 듣습니다. 형님의 후배로 들어가게 된터라 더더욱 형님이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마음에 기쁨과 슬픔이 교차합니다. 이번에 한국 들어와서 형님과 친분이 있었던 다른 친구 하나와 형님의 아드님을 만나 밥을 같이 먹고 큰 돈은 아니지만 축하편지와 함께 모은 용돈을 전달했습니다.  아이한테는 형수님한테 이야기 하지 말고 꼭 필요한 곳에 쓰라고 이야기 했는데 어머니한테 이야기 했나 봅니다. 저녁에 형수님께 위와 같은 카톡이 옵니다...

 

 마음이 따뜻합니다. 그 형님이 제게 베풀어 주셨던 사랑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그 사랑을 갚고자 한 일인데... 이게 감히 살아가는 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형님과 축하주 한 잔 하면서 형님한테 아드님 드릴 용돈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많이 아쉽습니다. 친 형님은 아니었지만 친 형님보다도 더 큰 마음씀씀이를 보여주셨던 그 형님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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