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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Mono Lake, Death Valley National Park

armian98 | 2013.06.28 14:03:5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안녕하세요. 알미안입니다.

다들 이번 주말, 즐거운 계획들 세워두셨나요?
요즘 마모에 여행기 풍년이에요. 덕분에 엉덩이는 들썩 들썩거리는데, 몸은 회사에 매여있으니 답답해서 괜히 예전에 끄적거린 여행기나 다시 꺼내읽고 앉았습니다. ㅎㅎ
기씨 형제님들처럼 묵혀둔 글이 많진 않지만, 저도 가끔 하나씩 마모로 옮겨와볼까 합니다. 물론 BM시절이라 마일이나 포인트 관련 내용은 전혀 없구요. 그 외에도 사실 쓸모있는 정보는 없습니다. ㅋㅋㅋ
그냥 이런 곳에 다녀왔나보다~ 예쁘게 봐주세요. 

오늘 꺼내든 여행기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노레잌이랑 데쓰밸리 국립공원인데요, 아내와 아이들 없이 잠시 혼자 지내던 때에 휴가도 안쓰고 주말에 돈 아껴보겠다고 2박을 노숙까지 했던, 총 운전 거리 1,000mi에 달하는 무리수의 끝 여행이었습니다. ㅋ 그 때는 참 고생스럽고 왜그랬을까 싶었는데, 지나고 나서 가장 많이 다시 생각나는 여행이기도 하네요. 역시 고생=추억? ㅋㅋ 항상 그렇듯이 이번에도 걍 긁어온터라 말이 짧음을 미리 양해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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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다녀온 Mono Lake와 Death Valley National Park 여행은 정말 고생의 연속이었다.

출발하기 전까지도 엄청나게 고민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특히 Mono Lake는 California Budget 문제로 내년 가을에 닫을거라는 발표까지 있어서 이번에 기회가 생겼을 때 가지 않으면 결국 못 갈 것 같았다. 계획은 금요일 퇴근 후 곧바로 Mono Lake로 운전, 오전에 Mono Lake를 둘러보고 Death Valley로 가서 주말을 보내는 것. 목요일에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Mono Lake로 가는 Tioga Pass와 Sonora Pass가 모두 열려있었는데, 금요일 아침에 둘 다 Closed로 바뀌었다. 하는 수 없이 좀 더 북쪽 U.S. 50을 통해 가야했는데, 금요일 오후에는 이마저도 Chain required로 바뀌었다. 가지 말고 집에서 쉬라는 계시인가... 했는데, 퇴근하기 한 두시간 전부터 U.S. 50이 아무 제한 없이 풀렸다. 덕분에 회사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올때까지도 계속 고민… 결국은 차를 북쪽으로 몰아 Mono Lake로 향했다.


Sacramento까지 갈 때만 해도 차가 엄청 많았는데, 그 이후부터 88, 89, Hwy 375로 갈수록 앞뒤로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운전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Road condition도 생각보다 좋지 않아, 계속 속도를 줄여야했고, 가끔은 시거리가 10m도 되지 않도록 안개가 낀 곳도 있어 무섭기까지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이 온지라 돌아갈수도 없었다. 결국은 6시 반에 Redwood City에서 출발하여 6시간 반의 운전 후 Mono Lake South Tufa Area에는 1시가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 날 최저 기온 예보는 17F. 트렁크에서 이불과 배게를 얼릉 챙겨왔는데, 너무 추웠다. 카메라도 가져왔어야했는데, 도저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잠을 청했다.


영하의 추위덕분에 밤새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동틀무렵이 되니 차 두어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너무 추워서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었지만, 결국은 트렁크로 가서 주섬 주섬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들고 짧은 trail을 따라 Mono Lake로 걸어갔다. 사진에서만 보던 Mono Lake는 너무 멋졌다. 정말 외계 행성에라도 와있는듯한 기분이었다.  잠시 멍하게 서서 풍경을 감상하다가 정신차리고 사진 찍을 준비를 했다. 곧 해가 뜨기 전에 새벽녘의 사진을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밤 새 추운 트렁크에 있었던 때문인지, 4개나 준비해간 카메라 베터리가 모두 방전됐다.


잠시 공황상태에 빠져있다가 결국 iPhone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차로 돌아왔다. 다행히 카메라 베터리용 Car charger를 가지고 왔기에 30분가량 충전한 후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물론 새벽녘 그리고 일출의 빛은 모두 놓쳤지만, 아침 시간대의 빛도 나쁘지 않았다. 전날 밤에 길을 빙판으로 만들어 고생시켰던 눈도 사진을 찍을 때는 멋진 전경이 되어주었고 배경의 산들도 눈이 쌓여 더욱 운치가 있었다.


고생했던 밤운전 덕분이었는지, Death Valley까지의 운전은 동네 drive 나온 마냥 즐거웠다. 4시간 반 가량 운전 후 동북쪽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고민은 원래 목표했던 Racetrack Playa를 가느냐 마느냐… 그곳까지 가는 비포장길은 27mi 밖에 되지 않지만, 날카로운 돌들이 많아 많은 사람들이 high clearance 차와 여분의 타이어를 추천하는 곳이다. 그래서 사실은 금요일 아침에 출근할 때 SUV를 몰고 나오려고 했는데, 마침 베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출퇴근용 승용차를 타고 온 터라 더욱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비지터센터에 문의해본 결과 전날 내린 비 때문에 playa로 걸어 들어갈수가 없는 상태였고, 그렇다면 어차피 유명한 Moving Rocks를 볼 수 없었기에 의외로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전날의 힘든 운전때문이었는지 포기 후에도 아쉬움보다는 안도감이 더 들었다.


Racetrack을 포기한 덕에 일정에 여유가 많이 생겼다. Titus Canyon을 잠시 구경하고, 원래는 일요일 저녁에 가려고 했던 Mesquite Dunes로 향했다. 일몰은 대략 5시 반이었는데, 4시 정도에 도착해서 장소도 미리 봐두고 일몰까지 시간을 보낼 곳도 물색해두었다.


그래도 National Park여서인지, 전날보다는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들은대로 하루 종일 다녀간 사람들의 발자국때문에 프레임을 정할 때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당장은 근처에 사람이 많은 게 더 마음에 들었다. 



망원으로 Dunes를 찍으니 광각으로 찍을 때 와는 달리 더욱 사진이 외로워보이고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Mono Lake나 Death Valley 둘 모두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을 느끼기에는 더 좋은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좀 외롭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해가 질 때까지 모래밭에 있으니 머리부터 귓 속, 신발이나 양말 속까지 온통 모래 투성이가 되었다. 일몰의 마지막에는 Dunes는 햇빛을 받지 못해 어두워졌지만, 멀리 산들이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었다. 이미 높이 뜬 달을 바라보며 Dunes를 빠져나왔다. 차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온몸의 모래를 털어내느라 주차장을 떠나지 못했다. 머리카락 틈에 낀 모래들은 결국 여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한 후에야 다 털어낼 수 있었다.



여행 전부터 Badwater Basin에서 처음으로 별 일주 사진을 찍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해가 지고 다시 어두워진 길을 따라 Badwater Basin에 도착했다. 7시가 갖 넘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해가 져서인지 도착한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flash light를 비추며 basin으로 걸어내려갔다. 아직 어둠에 눈이 익지 않았던 탓인지, 주위가 잘 보이지 않아 이 곳이 사진에서 보던 그 곳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알고보니 주차장에서 10분은 걸어들어가야 유명한 Salt flat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 차로 돌아와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들고 사진 찍을 곳을 물색했다.

인터넷에서 미리 열심히 공부를 해 두었다. 나침반으로 북쪽을 찾고 카메라를 대략 30도 정도 위쪽을 바라보도록 하였다. 셔터 우선모드 30초로 둔 후 테스트 샷을 몇 장 찍어가며 전경이 잘 나오도록 감도와 조리개를 조절하였다. 마지막은 계속 기다리는 일 뿐. 카메라를 연사모드로 두고 케이블 릴리즈를 이용해서 계속해서 셔터가 눌려있도록 했다. 1시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카메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드러누워 iPhone으로 열심히 성난 새들을 돼지들에게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30초마다 들려오던 셔터소리가 멈췄다. 또 베터리가 문제였다. 20분가량 지난 후였는데, 도저히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아 첫 일주 사진 시도는 그정도로 마치기로 했다.


원래는 다음날 일출 사진을 찍을 Zabriskie Point 주차장에서 밤을 지낼까 생각했었는데, 사람이 너무 그리워서 Furnace Creek Ranch 주차장에서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Daylight saving이 끝나는 주말이어서 일요일 일출은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Z Point는 일출때보다 그 전 새벽녘이 더 좋다하여 5시에 일어나 차를 몰았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한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나도 자리를 찾아 삼각대를 펼쳤다. 


해가 뜰 무렵에는 주차장도 가득차고 사람도 꽤 많이 모여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봉우리마다 한 명씩 삼각대를 펼치고 선 모습이 재미있었다. 


좀 더 해가 높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배경의 산들이 붉게 물들기를 바랬는데, 그 날 아침에는 구름이 너무 많아 그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듯 했다. 하루 이틀 더 있을 예정이었다면,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기다렸을 것 같은데, 곧 집으로 돌아가야했기에, 오전 시간대에 Badwater Basin을 한 번 더 보고싶어 그만 삼각대를 접고 Z Point에서 철수했다.


부랴부랴 20mi 가량 운전해서 도착한 Badwater는 아직 해가 들지 않았다. 동쪽으로 높은 산이 있었기에 해가 늦게 뜰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어두울 줄은 몰랐다. 하늘은 이미 밝고 멀리 산들도 햇빛을 받아 밝은데, Salt flat만은 너무 어두워서 아무리 Graduated filter를 써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질 않았다. 게다가 햇빛이 들지 않으면, 그림자가 지지 않아 특유의 육각형 모양이 드러나질 않았다.


햇빛은 Badwater에 도착한 후 40여분이 지난 후에야 제대로 들었다. 그마저도 구름이 많아 사진을 찍으려고 다 준비하고 나면 갑자기 해가 가려 어두워지기 일쑤였다.



우여곡절 끝에 몇 장 건지고는 주위에 사람이 없길래 셀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세우고 10초 타이머를 걸고는 생각해둔 곳까지 무조건 달려가서 점프샷에 도전했다. 계속되는 실패에 지쳐가다가 한 두장 점프한 모습이 찍히긴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였는지, 전날 먹은 컵라면 때문에 얼굴이 부어서인지 표정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은 다 지워버리고 다시 9시간의 운전 끝에 집에 돌아왔다. 

아직도 금요일에 집에 가지 않고 여행을 선택한 것이 잘 한 짓이었는지 확신은 들지 않지만, 그 때 집으로 그냥 갔다면 계속 언젠가는 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어차피 한 번 해야했을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좀 마음이 편해지지만, 다시는 이런짓을 또 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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