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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오늘 자동차딜을 하다가 겪은 씁쓸한 이야기

티모 | 2013.09.29 20:30:1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저는 직업이 플릿메니져입니다. 보통 브로커딜을 거의 전담하기 때문에 리테일 손님들이랑 마주치거나

하는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일요일 오전에 나이 지긋하신 한국 브로커분 한분이 전화가 오셨습니다. 저희같이 도매를 위주로 하는 팀은 보통

월-금 까지 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거의 일을 안하기 때문에 일요일날 전화를 받는일은 거의 없습니다.

 

손님이 계신데 아우디 A4 를 샤핑하고 계신다. 이미 다른 딜러에서 오퍼를 받았는데 더 잘해드릴수 있는지 물어보신 전화였습니다.

꼭 오늘 차를 구입하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요. 예전같으면 일요일날은 업무를 하지 않았으나 요즈음은 컨퍼런스도 다녀오고

의무감 같은것이 들어서 손님이랑 직접 통화했습니다. 인근 딜러에서 어제 가격을 받으셨는데 더 잘해주시면 바로 구입하고 싶다라고

하셔서 샤핑하신 가격에서 1500 불 정도를 더 빼드렸습니다. 브로커분에게는 룸자체가 없어서 감사조로 소정의 리퍼러피만 보내드릴수

있겠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12 시에 교회 예배가 있어서 2:15 에 딜러로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인포메이션을 먼저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딜러에 와서 크래딧체크

하고 서밋하고 차준비하면 2-3 시간이 흐를테니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릴리스해드리려고 먼저 인포메이션을 받아서 은행쪽이랑 연락해서

서류작업을 끝내고 차까지 디테일을 끝냈습니다.

 

손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하셨으나 일요일 예배를 스킵할 상황이 아니라서 최대한 빨리 맞춘 시간이 2:15 이였습니다.

 

예배도중에 문자가 옵니다. "정말 그 다운페이먼트에 그 페이먼트면 구입가능합니까? 히든 피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한참 메세지가 왔다갔다 하다가 갑자기 메세지가 중단되었습니다. 여러가지 페이먼트나 다운페이먼트에 관한 것을 디테일하게

문자로 물어보시고 정적이 흐릅니다. 세일즈를 오래한 경험으로 이런 경우에는 무슨 문제가 있다는걸 직감적으로 압니다.

"2:15 에 오시는거 맞지요?" 라고 확인 문자를 보냈으나 역시 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후 이제 회사로 출발할 시간에 문자가 왔습니다 "어제 샤핑했던 그곳에서 더 나은 오퍼를 받았습니다. have a good day"

... "it's okay, no problem" 간단한 메세지를 보내고 조금 화가 났습니다.

 

사실 새벽에 엘지-삼성전을 (정말 중요한 게임이였습니다) 보느라 잠도 제데로 못잔 상태에서 일요일날 보지도 않는 업무지만

브로커분이 급하게 연락오셔서 거래처에 대한 예의차원에서 손님에게 최대한 성의를 보였고 차까지 회사에 연락해서 기다리시지 않으시도록

디테일까지 끝내논 상황에서 이런 연락을 받았다.. 물론 정석데로 하면 저는 손님에게 너무나 많은 인포메이션을 쏟아주었고 손님은

그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딜러에서 조금더 나은 오퍼를 받은것입니다. 다른 딜러도 월말이고 무조건 내보내야할 할당량때문에 어쩔수없이

아주 어그레시브한 오퍼를 준것이니 탓할수는 없지요.

 

다만, 시간 약속까지 잡아놓고 저는 최대한 원활하게 모든것을 끝내드리려고 디테일까지 저희 딜러에 부탁한 상황에서 난감해지는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의 절반이 허무하게 날아간것이 더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도 어찌하겠습니까.. 저는 선의로 최선을 다했고

손님은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곳에서 좋은 가격으로 사신다고 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고 기분을 바꿨습니다.

 

다만 딜러쪽에서 서류와 디테일때문에 시간을 허비한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어쨌거나 딜러로 직접 가서 이리이리되서 취소가 되었다고 정리한후에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 손님이 또 전화가 오십니다. "파이낸스 오피스에서 사인을 하는데 이런이런 부가적인 옵션을 사라고 하는데 어쩌면 좋지요?"

;;; 차는 다른곳에서 구매하시면 어드바이스는 또 저에게 받으시려고 하시네요. 이번에는 파이넨스옵션을 물으십니다.

 

고사에 유비가 낯모르는 노인을 업고 선의로 강을 건넜는데 전혀 고마워하지 않고 다시 왔던곳으로 돌아가자는 무례한 노인의 요청에 두말없이

강을 거슬러서 다시 업고 돌아간 일이 있다는것을 예전에 읽은 일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선의를 베풀었으면 끝까지 베푸는것이 처음 베푼 선의를

위해서도 좋은일이라는 그런 고사였는데요.. 그런 생각도 들고..

또 오직 딜러 파이낸스 혹은 세일즈 파트가 두려웠으면 본인도 저렇게 몸둘바를 모르면서 나에게 전화를 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아는데로 전부 친절하게 어드바이스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우디 오너가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게 3 시. 하루의 절반이상이 친절한 공짜 advise 아르바이트와 함께 날아가 버리고 어제 모자란 잠을 보충하려고 낮잠을 자고 와이프와

로버트 드니로와 미셸 파이퍼가 나온 family 라는 영화를 보고 지금 들어왔습니다. 혹 감사하다는 문자 한통 정도는 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으나

문자도 전화도 없네요.

 

원래 자동차업계에서 세일즈맨들의 첫번째 금기는 손님들에게 모든 information 을 계약서에 싸인하는 순간까지는 절대 주지 말라 입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얻은 인포메이션으로 다른곳에서 5 불이라도 더 싸게 깍아서 샤핑을 하고 그냥 뒤돌아 버리는게 사람의 천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원래 성격이 답답한걸 싫어하고 시간끄는걸 싫어하는데다가 원체 리테일 손님들이랑 딜을 잘 안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자주 겪지는 않으나

오늘같은 일을 겪고 보니 뭔가 일면 나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뿌듯하면서도 일면 이용만 당한 기분이 들어서 찝찝하기도 합니다.

 

어떤 물건을 싸게 구입하는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예의라는걸 혹은 자존심이라는게 있는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해요.

36 개월 페이먼트에서 5 불을 더 싸게 사기위해서 다른 사람의 하루를 통체로 날려버리고 감사하다는 문자나 전화 한통화 할수없는 이기적인 마음.

혹은 미안하기때문에 더 연락을 못한다면 일면 비겁한 모습에 회의를 조금 느낍니다.

 

그냥 투덜투덜 한번 해봤습니다. 어쩌면 밑에서 논쟁이 붙은 질문자와 답변자의 입장 차이일수도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돈을 버는것에는

별로 미련이 없었느나 이용만 당한다는 그런 기분같은것 같아요..

 

야밤에 투덜투덜이였음.

 

그리고 영화 family 는 그 훌륭한 배우들 가지고 그렇게 밖에 영화 못만드는 감독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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