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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마모문예) 손글씨

DaC | 2013.10.28 10:09:4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가을인가봅니다. 다들 사시는 곳에 가을비가 오는지요? 티라미수님, 원월드님, 티모님의 글을 보고 생각난 글을 올려봅니다. 

SFO -> ICN 아시아나 비즈니스석에서의 경험이었고, 일부 창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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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자고 일어났더니 잘 보이는 곳에 스티커가 붙어있다.

'식사 필요하시면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사라'

주위를 둘러보니 식사 시간이 조금 지났나보다.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식사를 부탁하고 다시 수첩을 펼쳤다.

이날 따라 다음에 할 작업의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어서 즐겁고 힘차게 써내려가는 중이었다.

식사 쟁반이 시야에 들어와서야 승무원이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아챘다.

그리고 이름표에 이사라라고 쓰여있었다.

식사 세팅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수첩에 아이디어를 적어나갔다.

식사 세팅을 해주는 그 짧은 시간 떠오른 생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자 지나가던 다른 승무원이 이사라씨에게

"또 적으신다"라고 한마디 건내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후식까지 다 마쳤더니 자리를 정리해주던 이사라씨가 묻는다.

"일지 적으시나봐요"

일지?

일기의 잘못된 발음인가 싶어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아까 스티커도 거기 붙여놓으시고"

라고 한마디 덧붙인다.

아, 비행기 탑승일지를 물어보는가 싶었다.

이것저것 수첩에 붙여두던 평소 습관대로 아까 그 스티커가 펼쳐진 수첩 왼편에 붙어있다.

그제서야 수첩에 파묻고만 있던 고개를 찬찬히 들어서

이사라씨의 얼굴을 처음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오늘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씨의 마음을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사라씨의 손글씨는 가져갈 수 있네요.

더 이상 서로 말없이 대화는 끝났고 나는 다시 수첩을 펼쳤다.

'루비색 작은 귀걸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귀여운 얼굴.'이라고 그 스티커 옆에 일단 한 줄 적고 다시 작업 아이디어를 적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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