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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음식이 모자랐던 비지니스 석

새우깡 | 2013.12.09 10:12:4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지난달 추수감사절을 끼고 한국에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쟁여왔던 마일을 사용해서 비지니스석 발권을 했는데요, 스케줄 상 747-400 기종을 타야해서 45도만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한가지 에피소드가 생겼는데요, 다른 분들은 비슷한 경우 어떻게 하셨을 지 궁금해서 글을 적어봅니다.

 

비행기에 타서 보니 제 좌석이 2층 맨 뒷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옆자리 창가쪽에는 러시아 여권을 들고 탄 아줌마가 앉으셨습니다. 첫번째 식사 메뉴 주문을 받기 시작했고, 저와 러시아 아줌마는 똑같이 스테이크가 나오는 서양식을 주문합니다. 잠시 후 세팅이 시작되고 서빙이 시작되려 합니다. 이때! 승무원중 가장 주니어로 보이며 명찰에 중국국기가 세겨진 분이 오시더니 저에겐 한국어로, 러시아 아줌마에겐 영어로 이런 설명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히 무슨 말을 하셨는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녁 코스 메뉴중 서양식 메뉴가 다 떨어져서 나와 러시아 아줌마 두명에게는 메인코스로 스테이크가 나오긴 하는데 전식과 후식은 한식으로 대체해주려하는데 괜찮으시냐.'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여기가 무슨 한정판매 원조 한우스테이크집도 아니고 음식이 부족하니 딴거 대신 먹으라는 말이 이해가 안되더군요. 그래도 전 뭐 알아서 비슷하게 주겠거니 생각하고 그러라고 했고, 러시아 아줌마도 잘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일단 그러라고 하십니다.

 

식사서빙이 시작되고 전식과 메인코스까지는 아쉽지 않게 잘 먹었습니다. 후식이 나올 때가 되어 주변분들에게 과일,치즈와 함께 디저트와인이 서브됩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저와 러시아 아줌마에게 갑자기 쌈밥 또는 비빔밥으로 보이는 트레이가 나옵니다. 아까 말한 대체메뉴인가 싶었지만 얼핏보기에도 남는 한식코스메뉴를 그냥 들이밀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배가 덜 차서 먹을 수 있긴 했지만 나중에 라면과 삼각김밥을 먹기 위해 안먹겠다고 돌려보냈고, 러시아 아줌마도 '이건 뭐지?' 하시며 안먹겠다고 하십니다. 그후로 저와 옆자리 아줌마에겐 커피/차 외엔 다른 후식이 서브되지 않았고, 이때쯤부터 옆자리 아줌마께서 조금씩 언잖아하시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시니어 승무원께서 오셔서 아줌마에게 일단 미안하다를 연발하시며 상황을 또 설명하려 하십니다. 그런데 두분 다 영어가 짧으셔서 시원스런 대화가 오가지 못하고 러시아 아줌마는 조금 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시며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이 먹는 치즈와 와인을 안주는거냐, 비지니스 클래스에 음식 모자라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십니다. 승무원분이 계속 쩔쩔매시길래 제가 슬쩍 끼어들어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식사 서비스가 메뉴와 다르게 나오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클리어하게 설명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비지니스석에서 음식이 모자르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미안하다고만 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울 제스쳐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 뭐 이런 식으로 정중히 말씀드렸고 승무원께서 1등석에서 과일과 치즈를 구해오셨지만 한접시 밖에 구하지 못하셔서 제가 옆자리 아줌마께 드리라고 했습니다. 

 

결국에는 비슷하게 구색에 맞춰 식사를 마무리한 셈이 되었지만, 과정 상 서비스는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저는 유할만 내고 탄 공짜 승객이라고 쳐도, 제값주고 탔을 옆자리 러시아 아줌마의 입장에선 열받을 만 했거든요. 무엇보다 그분이 앞으로 한국항공사의 서비스에 대해 가지게 될 안좋은 인상은 어쩔건가 싶더군요. 

 

이럴 경우 승객은 어떤 요구를 하는 게 적당할까요? 전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는 껀수가 생겨서 좋기는 하지만 만약 내가 4천불이나 주고 탄 비행기에서 먹고 싶은 밥 안주면 멘붕올 것 같거든요. 경험많은 마모고수님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p.s 승무원께서 착륙직전 제게 오셔서 미안하시다며, 드릴게 없어서 이거라도 드린다고 어린이용 비행기 모형 키트를 주시더군요. 이걸 보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나보고 이거 가지고 놀라는 건가? 난 애도 없는데... 밥도 제대로 못얻어먹고...이래저래 서글픈 노총각의 삶이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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