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글

MileMoa

검색
×

마일모아 게시판   [정보-맛집]
어느 통닭집 이야기

edta450 | 2014.02.04 07:11:2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한 처음에(...) 시장 골목에 튤립치킨(...)이라는 통닭집이 있었습니다. 


닭을 튀겨서 한마리 반반무마니 만원에 시원한 생맥주도 파는 그럭저럭한 집인데, 

늘 손님이 있긴 한데 같은 골목에 세모치킨 사랑치킨같은 경쟁자들이 들어올때마다 매상이 출렁거리는게 골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을 계속 자기네 치킨집의 노예단골로 만들지 고민하다가,

한 알바생이 기가막힌 아이디어를 냅니다.

바로 치킨포장 박스에다가 쿠폰을 하나씩 인쇄해서, 열번 먹으면 치킨 한 마리를 공짜로 주는거지요.

거기에 쿠폰과는 또 별도로, 열마리 이상 시켜먹은 단골들에게는 치킨 시킬때마다 닭다리를 한 개씩 공짜로 더 넣어주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매일같이 야근하면서 통닭 시켜먹는 옆건물 김과장님같은 분들은 튤립치킨 VVIP가 되셔서, 

가끔 가족들 외식을 쿠폰으로 하는 건 아무 문제 없거니와, 매장에 오실 때마다 생맥주도 한 조끼 서비스로 들어가고 그럽니다.

(이쯤되면 사실 이런 분들은 치킨집과 어느 정도 운명을 공유하게 되죠. 탕수육 먹으려고 쿠폰 모으다 중국집 망해보신 분?)

대박이 났으니 세모치킨 사랑치킨에서 안 따라할 리가 없겠죠. 생맥주가 안 팔리는 겨울에는 생맥주 세트 시키시면 쿠폰 두배 증정! 이런 것도 하구요.


이 다분히 '정상적인' 통닭 경쟁 관계에, 어느날 엉뚱한 방향에서 바람이 몰아칩니다.

도시일보에서 공격적으로 구독자를 늘리는 마케팅을 시작한거죠.

정기구독을 받아야 되는데, 프로모션 상품을 생각해보니 돈으로 줄 수는 없고(공정거래법 위반이래요), 이게 치킨 쿠폰만한게 없는거예요.

그래서 튤립치킨이랑 치킨 쿠폰 한장을 팔백원씩에 사는걸로 계약을 맺습니다.

도시일보 1년 정기구독을 하면 치킨 열장! 주간도시를 같이 보시면 스물다섯장!


이게 대박이 나다보니 추격일보 특급신문들도 다 따라하고, 제공하는 쿠폰 숫자도 점점 늘어나죠. 

치킨집들뿐이 아니라, 언덕피자, 칼피자같은 피자집들도 쿠폰 비즈니스를 시작하구요.

이러다보니 튤립치킨집은 치킨을 파는 집인지, 치킨 쿠폰을 찍어서 돈을 버는 집인지가 슬슬 애매모호해지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치킨은 안팔리면 버려야 되지만, 쿠폰은 찍는대로 돈으로 돌아오는데다가, 

손님들이 그걸 들고 와서 치킨으로 바꿔가는데에는 오래 걸릴뿐더러, 100%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자, 이 상황에서 동네의 쿠폰부자(...)들을 한 번 분석해 볼까요?

한쪽 끝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일년에 백마리씩 치킨을 먹어서) 쿠폰을 모은 김과장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 끝에는, (어차피 신문이랑 잡지야 손님들때문에 종류대로 갖춰놔야 되니) 도시일보 추격일보 스포츠특급 구독하시고 치킨이랑 피자쿠폰 백장씩 받으신 기원 주인 박영감님이 있죠.


김과장 입장에서는, 위에 말했듯 이미 튤립치킨 사장님이랑 어느정도는 한 배를 탄 운명입니다. 단골중의 단골이기도 하구요. 

괜히 어쩌다 진상짓 했다가 사장이 삐져서 서비스라도 안 주기 시작하면, 자기 수백장 쿠폰의 가치가 추풍낙엽이 되죠. 

결국 '젊잖은' 단골손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박영감님은 튤립치킨이랑 친하게 지낼 이유도, 필요도 별로 없습니다. 세상에 신문은 여러개고, 잡지는 더 다양하고, 

손님들이야 읽을 거리만 있으면 그게 도시일보건 스포츠특급이건 별로 상관 안하니 자기한테 쿠폰 많이 주는 데서 정기구독만 하면 되잖아요?

자기 치킨 쿠폰은 튤립치킨 세모치킨 사랑치킨 골고루 있구요.

그러니 치킨집에 가서 늘 콜라도 더 달라, 나는 왜 닭다리 한 개 더 안 주냐 슬쩍슬쩍 찔러봅니다. 

그러다 꼬장꼬장한 직원 만나 싫은 소리 들으면, 다른 치킨집 가면 되죠.


김과장은 불만이 생깁니다. 

자기가 힘들게 먹어가면서(...), 사랑치킨이 원플러스원 하는것도 무시하고 충성을 바쳐가며 모은 혜택을, 박영감님은 그런 거 없이 받고 있으니까요.

자기한테 종종 주는 생맥주도, 쿠폰열장 내고 먹는 한마리 대신 열다섯장 내고 세트로 시키면 똑같구요.


그런데 어느날, 튤립치킨이 대륙치킨이랑 합병하면서 $사장(네, 성이 $씨에요..)을 영입합니다.

$사장이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우리가 VVIP라고 단골들한테 너무 많이 퍼준다 싶은 생각이 드는거예요.

특히나 김과장같은 단골은 사먹기만 자주 사먹지, 새로 나온 비싼 메뉴는 안 먹고 맨날 제일 싼 반반무마니만 시키거든요. 쿠폰은 똑같이 한마리에 한장씩 나가는데.

그리고 박영감님도 단골도 아니지만, 쿠폰 모아서 원가 싼 반반무마니 말고, 원가 비싼 프리미엄생맥주세트 이런걸 먹고 있네요?


그래서 우리의 $사장, 어느날 자랑스럽게(...) 쿠폰 정책 '개선'을 선포합니다.


1. 일단, 시켜먹는 마리수에 관계없이, 무조건 일년에 백만원어치 치킨을 안 시키면 VVIP 혜택은 없습니다.

총 오백마리 이상 시켜먹으면 주던 평생콜라무료 혜택도 없애버리구요.

대신에, 한마리에 삼만원짜리 프리미엄세트를 한해 20마리 드시면, VVIP 혜택을 줍니다!


2. 그리고, 닭'만'먹는 메뉴 이외에 뭔가 추가되는 메뉴는(생맥주라든가), 지금보다 쿠폰을 두 배씩 받기로 했어요!


김과장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왠지 이럴 것 같아서 쿠폰도 열심히 쓰고 했지만, 아직 남은 쿠폰도 많고, 게다가 평생콜라무료 혜택까지 없어졌으니까요.

자기도 프리미엄세트 먹고 싶지만, 그건 부장님 이상만 시킬 수 있대요(...)

친구들이랑 화풀이를 하다가, 옆동네 세모치킨에서 튤립치킨 VVIP 한정으로 자기네 VVIP 자격을 1년동안 준다는 소식을 듣고, 

앞으로 튤립치킨에서는 쿠폰만 쓰고, 사먹는건 세모치킨으로 바꿀까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박영감님도 기분이 좀 나쁘긴 하지만, 앞으론 튤립치킨 쿠폰주는 신문 안 보면 되죠 뭐. 앞으로도 쿠폰은 모이는대로 바로바로 털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건 덤입니다.


-----

사실 이 이야기는 유나이티드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시작한 뒤에 지금까지 일어난 일입니다. 실제로 UA가 최초로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구요.

마모 여러분들은 김과장이신가요, 박영감님이신가요? :) 

저는 한 20% 김과장(제일 많이 여행다닐땐 50%쯤?)이었다가, 지금은 10% 김과장, 10% 박영감님쯤 될 것 같습니다.


아니 근데 왜 이 글이 맛집 카테고리에 있지?

찬조출연한 닭집과 피자집과 신문사를 맞춰보시는 재미가!

댓글 [60]

목록 스크랩

마일모아 게시판 [213] 분류

쓰기
1 / 11
마일모아 사이트 맞춤 구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