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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인어사냥님을 위한 변

히든고수 | 2014.04.22 08:26:4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인어사냥님 글에 댓글 쓰기가 차단되었군요. 쩝 ..

인어사냥님을 위한 변을 감히 해 보겠습니다.

마일 모아님 평소에 존경하는데,
이번 댓글에는 비판합니다.

그렇다고, 남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제가 인어사냥님을 아는 것도 아니고,
쪽지를 주고 받은 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모르는 사람입니다.

마모 활동을 꽤 하는 사람들 중에는 두 부류가 있습니다.
댓글을 스무개 이상 단 사람을 꽤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합시다.

첫째 그룹은, 친목을 하는 쪽이죠.
댓글에 가족 안부도 묻고, 애는 잘 크냐,
여행은 잘 다녀왔냐, 아픈건 나았냐,
오프 미팅도 하고,
사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친목으로 풉니다.

둘째 그룹은, 친목을 안 하는 쪽이죠.
종교로 보자면, 절에 가야 할 사람인데,
절이 멀다 보니, 그냥 가까운 교회에 나가는 사람입니다.
근데, 직업이 친목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아니면 성향이 혼자 있는 쪽이거나)
친목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고,
여기 와서는 소소한 정보를 얻어 가거나,
커피 가게에서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지만, 별로 낯선 사람과 말을 트고 싶지는 않은 것처럼,
댓글 정도를 쓰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주변을 정리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미국에서 소수 민족으로 사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을 안돈시키는 그런 역할이 있기도 하구요.

마모는 어찌 보면,
컴퓨터 게임에 관한 인터넷 포럼하고도 비슷합니다.
아이템 비교도 하고 (크레딧 카드 비교를 하고, 마일 프로그램 비교를 하지요)
아이템을 얻으려면 어디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레벨업을 빨리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제일 레벨이 높은 고수인지,
이러다 보면, 게임에 국한되지 않고, 게임 업계 동향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가지를 치다 보면, 컴퓨터 사이언스쪽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결국엔, 게시판이 집같이 편해지다 보면,
게임하고는 상관 없는,
원초적 본능에 가까운, 정치 얘기와 가족 얘기, 쇼핑 얘기가 나오죠.

사람은 다 달라요,
같은 사람이어도 시간이 지나면 또 변해요,
제 경우를 돌이켜 보면,
미국에 산지 처음 십년간은 한국인임을 의식하고 살았던 거 같아요.
이를테면, 한국이 월드컵에 8강 진출하면 좋아하고,
조승희가 한국 사람이어서 쪽팔려 하고,
큰 사고가 났다 치면,
왜 나는 한국 사람보다 나은 선진 시민인데,
한국에 있는 내 동포들은 아직 후진 시민일까 창피하기도 하고,

근데, 십년이 넘어가고 이십년이 되면,
좀 달라져요,
그게 그냥 나이 탓인지,
미국에 오래 살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승희 같은 경우를 보면,
아시안계 미국인인데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가 하지,
한국인이라고 생각을 잘 안하고,
이번 사고 같은 경우도,
아직도 후진국을 못 벗어난 한국의 개탄스러운 상황을 생각하기 보단,
그냥 사고 상황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즉, 말레이시아 항공기 사고나,
한국 페리 사고나,
일본 원전 사고나 비슷하게 보는 거죠,
물론 한국에서 자고 나랐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이 가는 건 어쩔수 없지만요.

한편, 그 반면에,
세월이 지나면,
뼈속 깊이 녹아있는, "한국인"임을 발견하고 놀라고, 혼란스러워 지는 일도 생기게 되죠.
이게 좀 역설적이기는 한데,
"탈한국, 개혁, 선진시민"을 외치는 사람들이 보면, 오히려 더 한국적이고,
오히려, 지극히 개인적이고, 한국에 관심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남들한테 "한국인"의 정체성을 아무 주저함없이 오픈하는 경우가 있어요.
즉, 말로는 아무리 한국을 걱정하고, 인간미 넘치고, 애정 깊고 할 수 있지만,
말 또는 글 그 자체만으로는, 공염불인거죠.

저만해도 이번 사고와 관련된 한국 뉴스는 잘 안 보게 됩니다.
끔찍한 장면이 보기 싫어서 일부러 피하는 것도 있지만,
선장과 승무원이 먼저 내뺐느니, 그럴수가 없는 것이라니, 살인죄로 처벌을 해야 한다느니,
공무원들이 무능하니, 그래서 나름대로 한국 재난수습체계에 공을 많이 세웠다는 사람이, 유가족들 앞에서 사진 찍었다고 직업이 당장 날라갔습니다,
선주가 나쁜 놈이니,
이명박이 선박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서 이렇게 된 거니 하는,
사고 재발 방지에는 도움이 안 되는, 서로 손가락질만 하는 걸 보는게 싫은 거죠.

그래서, 게임 사이트에 들어와서,
늘 그랬듯이, 아이템 획득 이야기를 합니다.
무슨 아이템을 어떻게 얻었다고.
게임 새 버젼에는 이런 기능이 있더라고.
그랬더니, 너는 이 시국에 그런 얘기가 나오냐 하고 공격합니다.
그렇게 치자면, 이 시국에 게임 사이트 들어와서, 남이 아이템 이야기하는 걸 굳이 읽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왜, 남들 다 슬퍼하고 애도 하는데, 시간 날때마다 게임 사이트 들어와서 남들이 무슨 글 썼는가 보면서,
마녀 사냥 합니까?

소수의 나치들이 선도부원들이, 사고의 비극을 자기들만 애통해 하는 양 준동하다 검열하다 보니,
이제 질문이 있어도 다음처럼 게시판에 글이 달립니다.
"우선, 사고에 희생되신 분들께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
그런데, 제가 끊은 유럽 여행 일정이 말이 되는가 한번 봐주세요."


초상집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우선 절하고, 바로 돌아서서는 사는 얘기합니다.
누가 어느 대학을 갔느니, 누가 누구랑 헤어졌느니,
누가 돈을 많이 벌었느니,

그게 망자에 대한 애도심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잖아요?
심지어 초상집도 아니고, 게임 사이트에 들어와서,
"너는 왜 애도 안 하냐, 피도 눈물도 없느냐?" 하고 공격하는 건,
자기가 세상을 보는대로, 행동하는 대로 똑같이 따라하라고 강요하는,
폭력같은게 아닐까요?


수정: "나치"라는 표현과 "준동"이 비판하고자 하는 레벨에 비해서, 지나치게 과격하므로, 고칩니다.

지적 감사히 수용합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지적은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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