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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알라스카 후기 2 - 수워드

sleepless | 2014.08.18 21:39:2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알라스카 후기 1 - 앵커리지 https://www.milemoa.com/bbs/index.php?mid=board&document_srl=2188289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부페 아침을 먹고 앵커리지를 떠나 수워드로 갑니다. 

수워드는, 지난번 리빙피코님이 쓰신대로, 러시아 땅이였던 알라스카를 미국령으로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딴 도시라네요.

무척이나 아기자기 아름다울거라고 상상하며, 

이번 알라스카의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Kenai Fjords Tours 를 미리 한달전에 예약을 해 두었던 참입니다.


리빙피코님이 하신 Prince William Sound 와 Kenai Fjords Tours 를 막판까지 비교하다가, 

빙하뿐 아니라, 많은 바다 생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Kenai 투어를 결정하고 미리 예매까지 했어요.

쿠폰북에 Buy 1 get 1 50% 티켓이 있어요. 그리고, AAA 보험 가지신 분들, 할인이 됩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 망할 넘의 비가 오기 시작하데요. 아침부터. 하와이에서 그러더니. 아 진짜 ㅠㅠ


가는 길에 그래도.. 설마.. 알라스카의 여름비는 보통 좀 부슬부슬 내리는 정도래..

그 정도 비로 크루즈가 취소되는 경우는 별로 없댔어..

혼자 막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가다가.. 

Seward 거진 다 가서, Moose pass 라는 작은 마을을 지납니다.

점심을 못 먹었던 저희는 식당은 안 보이길래, 커피나 한잔 마실 요량으로 멈춰서 작은 가게에 들러 커피를 한잔 사며

 Kenai 공원 근처에 밥 먹을 만한 곳이 있나 물었더니

길 건너를 가르키며, 모텔안에 식당이 있는데 맛있다고 알려주세요.


그래서 고맙다 인사하고 나오는데,

저보고 연어는 많이 봤냐 물어요.

그래서 앵커리지에서 많이 봤다 했더니 아주 가까이서 봤냐 물어요.

그러면서, 가게앞에 작은 펜스를 가리키며 거기 아래를 들여다보라길래, 

길 건너기전에, 몇발자국 걸어, 펜스 아래를 들여다보니..


거기 작은 시내가 있고 그 시내에 연어들이 잔뜩 있네요.

새들도 많고 들짐승도 많을텐데도 연어들이 손 뻗으면 잡힐곳에 어쩜 그리 많은지..

아마 알들을 낳으려고 그러는 중인 거 같았어요.

연어는 알을 낳고 나면 곧 죽는다더니, 

그래서인지, 죽은 연어들도 옆에 몇마리 떠다니구요.


바다에서 강을 힘들게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껍데기만 남아 죽어있는 연어들을 보는데

제가 왜 울컥한지..


이 작은 물고기에게 누가, 바다에 나가 살더라도, 

애 낳을때되면 얉은 물에 가서 흙을 파고 알을 낳으라고 가르쳤을까나요.

생명이란 참...


아이가 손을 뻗어 잡아보고 싶어하는 걸 말렸어요.

알을 낳아야 하는데, 스트레스 받아 알을 못 낳을까봐.

임신한 엄마들을 건드리는 건 안되죠. 사람이건 연어건. 

그렇죠? ㅎㅎ


잠시나마 연어들을 정말 가까운 곳에서 실컷보고 밥을 먹으러 갑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지만, 뭐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식당은 작았지만, 햄버거가 참 맛있어요.

가격이 햄버거치고 좀 비싼 15불대지만, 고기도 크고 맛있습니다.


밥 먹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Kenai Fjord National Park 에 2시 이전에 도착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어요.

공원에서는, Ranger 가 가이드해주는 Exit Glacier hiking program 이10시 2시 4 시에 있는데

저희가 도착해보니, 2시 10분.


다른 레인져에게 물으니, 가이드가 이끄는 팀이 방금 출발했다고 좀 서둘러 걸으면 따라 잡을수 있을거라고.

비도 오는데, 비옷을 입고 아이손을 잡고 마구 뜁니다.

여행와서, 뛰어댕기는 거 참 싫어하는 남편, 뒤에서 천천히 걸어옵니다.

행여나 따라가다 길을 엇갈려 레인져를 못 만나게 될까 싶어 맘 급한 저는

늦장부리는 남편을 버리고 가고 싶습니다. ㅠㅠ


한 십분 정도 걸음을 재촉해 걸으니, 앞에서 긴 행렬의 그룹을 만납니다.

가이드가 서서 사람들에게 Kenai Fjord 공원의 빙하의 지형에 대해 설명하는 중입니다.

수억년전 바다의 진흙이였던 땅이 아시아대륙과 부딪히며 산맥으로 솟아올라

지금의 높은 산맥을 이루고 있는데

그래서 알라스카의 바위들은 무거운 빙하 아래에서 서로 부딪히며 깍여나가면

진흙같은 미세한 가루들이 빙하 녹은 물과 함께 흐른다네요.


그래서 빙하가 녹아 흐르는 맑은 물일거라 기대했던 알라스카의 강물들은

모두 아주 탁한 흙탕물입니다. 정말 의외죠??? 

바다도 마찬가지에요. 아래가 잘 안 보이는 탁한 물이에요.

간혹 흐르는 물중에 맑은 물이 있는데, 그건 눈이 녹아 흐르는 거라네요.

빙하가 녹은 물이 아니구요.


그렇게 설명을 들으며 한 30분? 정도를 걸으니

Exit Glacier 가 나오네요. 

빙하앞에 서면 추운 한기가 느껴질거라 짐작했었으나, 

비가 와서인지, 전혀 그런 걸 못 느꼈어요.

좀.. 실망스런 빙하의 모습. 

녹다 녹다 지친 거 같은, 참 멋대가리 없어 보이는 빙하덩어리네요.

이런 걸 기대한 게 아닌데...

불과 십년전 찍은 사진에 비하면 정말 초라하게 보일정도로 많이 녹아버렸네요.


그러나.. 다음날, 거대한 빙하를 보러 갈거니까.

이깟 빙하야 그냥 맛뵈기니까..


기념사진 몇장 찍고 비가와 웅덩이진 곳을 피하며 조심히 내려와

공원 비지터 센타에서, 아이는 Junior Ranger Program 을 또 합니다.

지난번 하와이 Big Island 에서 한번 해봐서인지,

이번엔 쉬운 것부터 찾아서 하는 요령도 발휘해가며

아이가 지난번과는 달리 참으로 짧은 시간에 끝내고 레인져 배지를 획득합니다.


우리는 공원을 나와

Seward 시내로 가서 호텔 첵인을 하기전, Alaska Sealife Center 에 갑니다.


http://www.alaskasealife.org/


요기도 쿠폰북에 Buy 1 get 1 쿠폰이 있어요.


수족관 좋아하시면 즐겁게 관람하실수 있어요.

특별히 다른 도시의 수족관보다 월등히 더 좋은 정도는 아닌거 같고요.

수족관 좋아하는 저랑 우리 아이는 물고기가 보이는 거대 유리앞에 한참 앉아 즐겁게 봤어요.


알라스카의 수족관답게, 연어의 일생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섹션이 따로 있었구요.

연어가 알을 품으면 더이상 먹이를 먹지 않는대요.

그럼 몸 안에 지방이 없어지면서

호르몬의 변화로 온몸이 빨갛게 변한대요.


제가 남편에게...


알을 품은 연어가 자기가 맛있으면 잡아먹힐 확률이 높으니까

알을 보호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걸 멈추는 걸까?

그럼 지방이 없어지면서 맛이 없어지니

곰도 새들도 맛없는 연어는 안 먹으려고 할테고, 

그럼 알을 안전하게 낳을수 있는 확률도 높아질테고.

게다가 원래 빨간 건 동물들에게 독을 암시하는 색이지않아? 

그래서 알을 보호하려고 산란기의 연어들은 음식을 먹지도 않고 빨갛게 변해있다가 

알을 낳고나면 죽어버리게 진화가 된 걸까????


하고 묻자..


남편 왈.


그건 너무 인간적인 해석 아냐?

무슨 물고기가 그런 생각을 해????

그냥 알을 가득 품어 배가 부르니까 자기가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줄 알고 안 먹는걸거야 ㅎㅎ



ㅠㅠ


뭔가 숭고한 연어엄마들의 눈물나는 희생같은 걸 떠올리며 잔뜩 감동하고 있던 전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이 산산조각 나는 걸 느낍니다.

에잇.

남편 내 감동 물어내!!


수족관 관람을 마치고

Breeze Inn 호텔에 첵인을 합니다. 


방에 들어가는 순간 전 깜짝 놀랍니다.

식당과 가게가 딸려있는 객실이 100개가 넘는 대형규모의 숙소의 방이...  모텔 6 보다도 못합니다.

딱히 더럽거나 하지 않았지만 뭔가 진정성이 없는? 그런 방.

마치, 두번다시 볼 일 없는 손님들을 위한 방.

170불 정도를 냈는데.. 49불정도 내면 적당한 방값이란 느낌이 드는 방. 

위치가 좋아서 리뷰들이 좋길래 방심했네요.



비가 부슬부슬 오더니 쏟아지질 않나.. 게다가 호텔방까지..

전 수워드가 점점 싫어집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예약을 해둔 투어회사에 전화를 합니다.

예정대로 출항하는거지?? 물으니.

비가 와서 취소되었답니다. ㅠㅠ

나 내일 하루밖에 없어. 나 그거 보러 여기 알라스카 왔단 말이야. 정말 안 가?? 

물으니.. 자기네도 보통 비가 와도 출항하는데, 파도가 높단 예보가 있어서 급히 취소를 했답니다.


호텔방에 첵인만 하고 나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비보를 들으니 갑자기 온몸이  오들오들 떨리며 목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하루종일 돌아다녀서인지 한기가 들면서 

갑자기 온몸이 떨립니다.

저녁도 먹을 생각도 없어 남편에게 아이와 둘이 나가서 먹고 오라니 나가기 귀찮다고

그냥 혹시 몰라 챙겨온 햇반과 미소국을 먹겠답니다.

가져간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서 일회용 밥과 국을 준비해주고

전 일찌감치 이불속에 누었습니다.


눈만 뜨면 이곳을 떠나야겠다 생각합니다.

수워드가 정말 정말 싫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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