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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마모를 모르던 시절 다녀온 캔쿤 3

sleepless | 2014.08.27 10:37:2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다음날은 마야문명 유적지에 갔어요.

Chinchen Itza 에 꼭 가보고 싶었지만
더운날  차안에서 몇시간을 달린다는 것과 내려서 많이 걸어야 한다는 것이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별로 재미가 없을거 같아서
비교적 가까운 곳 COBA 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Chinchen Itza 과는 달리,  코바는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위안을 삼았어요.

보통 호텔존에서 투어를 예약한다는데
우리는 렌트카가 있으니, 
그런 예약을 하고 시간을 맞춰서 새벽에 나가 기다리는 걸 안 해도 좋아서
차를 렌트 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따로 투어비를 낼 필요도 없구요.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 든든하게 먹고
떠나는 길에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어요.

날씨가 더우면 코바에 가는 것도 고역일거 같아, 그냥 바닷가에 가서 스노클링을 더 하거나
세노테를  가려고 했는데
스톰이 온다는 예보를 확인하고 아침녁에 흐린걸 보고,
그날은 유적지로 결정을 했어요.

너무 더우면, 그 넓은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다닐 엄두가 안 나는데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비가 오니,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지만, 
비가 많이 올 것을 대비해서  큰 슈퍼에 가서 우산을 사려고 했는데.
재미있게도,  우산이나 판쵸 같은 건 안 팔더군요.
사람들 중에 비가 와도 우산을  쓴 사람은 아무도 없구요.
아마도 너무 더운 나라라서, 
비가 오면 그냥 시원하게 맞고 다니는 듯 했어요.

가는 길은  일차선 도로로, 길이 아주 열악하고 중간 중간 범프가 너무 많이 있어서
가는데 두 세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길이 아주 테러블하다는 리뷰를 많이 읽었던 터라서
긴장을 하고 갔는데, 

웬걸.

길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길 주변에  작은 마을들이 펼쳐져 있어서
그곳 사람들의 집과 학교나  작은 상점들,
특히 좌판에 죽 늘어놓고 파는 고기들( 생선이 아니라, 육고기요!)
냉동시설이 없어서인지  그냥  길에 내 놓고 팔더라구요

아주아주 오래 전 으로 거슬러 시간여행을 간 듯한
신기한 기분이 많이 들었구요. 
그곳에  전기가 들어오기는 하는지 궁금했어요. 

거의 발가벗고 몰려 다니는 동네 아이들도 보이고 
차를 세우고, 길에서 파는 코코넛도 사서 하나 먹어 보고.

울타리도 없고 벽도 모두 팜트리 나뭇가지로  만들어 놓은 집들,
눈이 마주치면 수줍게 웃는 동네 아이들과  
순하게 생긴 동네 사람들을 보면서
알 수 없게 평화로운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인터넷의 리뷰들만 읽고 가는 걸 포기했더라면
좋은 구경을 못 했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의 리뷰들은 참고는 하되, 
너무 맹신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일단 코바에 도착해서 표를 사려고 주섬주섬 준비하는데
저희차로 다가오는 아줌마 한 분.

작은 바구니에 집에서 만들어 온 듯한, 
무엇인지 잘 알수 없는 무언가를 화장지에 하나씩 싸서
팔고 있는데, 50 페소라고 해요.
달러로 45 센트 . 그래서, 무언지도 모르면서 그냥 하나 샀는데
기름에 튀긴 빵 같은걸 주더라구요.

한입 먹어보니 한국의 술빵? 같은 걸 기름에 튀긴 건데
약간 단 맛이 나면서 맛은 그냥 그랬어요.

그리고 조금 뒤
우리 막내보다 더 작아 보이는 여자아이,
나이가 한 세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가
제 딸아이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씽코!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해요.
손에 든 걸 보니 비닐봉지에 무슨 씨앗 같은 걸 싸서 팔고 있더군요.

제가 하나를 사고 돈을 주니 
제 딸아이가  옆에서, ‘어차피 우린 이 씨앗 먹을 것도 아닌데, 
그냥 저 여자아이에게 다른 사람에게 다시 팔라고 돌려주자’길래, 
제가 그러면 ‘이 아이는 구걸을 한 게 되는데, 
구걸을  배우기보다는, 
자기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돈을 버는 걸 배우는 게 좋을거 같다’고 했어요.

5센트도 안 되는 돈을 받은 아이가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폴짝 폴짝 뛰어가서, 아까 우리에게 빵을 팔았던 여인에게 가더니
손에 돈을 아주 자랑스레 펴 보이며 자랑을 하는 듯 보였어요.

두 모녀가  관광객을 상대로 
오늘 하루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잠깐 걱정이 되었지만
아이를 앞세워 구걸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스스로  열심히 사는 모습이 제 눈엔 훌륭해 보였어요.

코바 입구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투어를 하는 가이드들이 있어요.
가이드 가격이 30불에 45불이고, 한시간에  60불이라고 했는데
저희는 사전에 열심히 관련 서적을 읽고 갔기에 30분이면 족할거 같아서
30분 가이드를  부탁했어요.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적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마야문명과 여러 다른 문명들, 특징들에 대해
알기 쉽게 전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어서 아주 좋았어요.

코바는 비교적 최근에 발굴된 유적지로 
아직 전체적으로 개발이 되지 않아서, 
넓은 면적에 비해 투어는 비교적 간단했고

안에서는 리어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니
아이들을 데리고도 쉽게 둘러볼수 있었어요.
코바 유적지 중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니 
정글이 한눈에 들어와서 참 좋았는데
내려올때는 좀 무서워서 거의 네발로 기다시피 하면서 내려왔어요.
모두들 그렇게 내려오길래  창피하거나 하진 않더라구요.히힛

내려올 때 남편이 자기가  앞에서 먼저 내려 가겠다길래
내가 혹시 굴러떨어지면, 자기까지 같이 굴러떨어질테니
그건 안된다고, 무조건 제가 앞에 가겠다고.
‘한 사람이라도 살아야지.. 애들이 있는데.’
하며 장엄한 목소리로 말 했더니, 
남편이  큰소리로 우하하 웃더군요.
여기서 떨어진다고 안 죽엇 ㅠㅠ 하면서요. 
췟. 떨어져 봤어? 떨어져 봤냐고!!!


돌아다니다가 나무 중간 중간에 커다란 무언가 눈에 띄어
그곳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벌집이랍니다.
높은 나무 꼭대기에 진흙으로 마치 야자수마냥 둥그렇게 집을 지어놓은게
참 재미있었어요.

그곳에는 특별한 팜나무가 자라는데, 그 나뭇잎은 비에도 강하고 햇빛에도 강해서
보통 12년이 넘어도 썩질 않아서, 집을 짓는 용도로 많이 한데요.
더운 지역이라 시멘트벽보다는 통풍이 잘되는 나뭇잎 벽이 더 좋다구요.
가이드 자신의 집도 그 나뭇잎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군요
나뭇잎이 십년동안  안 썩는다니… 놀랍더군요.

중간 중간 군데 군데 얼룩덜룩 나무 껍질이 벗겨진 듯한 나무가 보이는데
가이드가 저 나무 이름이 뭔줄 아느냐고 묻더니
그 나무 이름은 여행자 나무랍니다.
이유가…. 관광 온 사람들이 햇볕에 타서 
온 몸에 껍질이 벗겨져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을 하니
갑자기 남편과 우리 딸이 동시에… 
우호하하. 엄마 나무네. ㅠㅠ 하더군요.

네. 며칠동안 돌아다니면서 너무 많이 타서
등짝이고 엉덩이고.. ( 스노클링을 하느라 엉덩이가 하늘을 향해 있던 동안… 그만.. 으흑.)
온몸이 얼룩 덜룩..  그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말을 말어  어흑.

그곳에는 마야의 볼경기장이 있는데
공을 농구골대처럼 생긴곳으로 넣는 경기를 했는데
가이드 설명으로는 그 경기에서 이기는 사람은 목숨을 내 놓았다고 해요
신에게 목숨을 바칠수 있는 영광을 얻기위해 볼게임을 했다는데, 
팀 전체는 아니고, 주장 정도 되는 사람 한 사람만 그랬다는데
제가 미리 읽고간 역사서적에는
진 사람인지, 이긴 사람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하더군요.

시합이 어떨때는 이박삼일을 가기도 했다는데
그 볼이 안에는 돌이 들어있어서 보통 8파운드 정도 된다고 하고, 
손은 사용할수 없고 힙과 어깨등만을 사용했다는데
그 골대의 높이가... 너무 높아요.
참.. 대단하다고밖에는....


그 유적지를 보면서 
문득 여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생각이 들어서인지..
언젠가 어느 서울대 교수님이 쓰셨다던 글.
우리 왕족은 이집트나 중국처럼 그렇게 백성들을 괴롭히고 학대해야만 만들수 있는
높은 건물같은 건  만들지 않았다.
그게 바로 우리 왕족들이 얼마나 백성들을 위했는지 알수 있는 증거다.. 했던 글이
생각이 났어요

가이드가 보여준 사진 중에 젤 인상 깊던 사진

코바에서 발견된 미이라 중에 하나 
높은 계급인걸 과시하기 위해 이에 옥을 박았다네요. 참 신기..

teeth.jpg


볼게임을 하던 경기장

ball park.jpg



우리는 그렇게 코바를 구경하고  돌아오면서 다시 그 길거리에서 놀던 아이들을 지나치며
저도 모르게 이제 멕시코가 아주 친숙해진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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