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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문예) 반사회적인 티모

티모 | 2014.10.20 08:48:4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생각해보면 나는 뼛속부터 반사회적인 아이였다.

 

일단 나는 수학여행,소풍,현장학습,극기훈련 이런건 질색이였다. 소풍가기전날 다들 설랜다고들 하지만 나는 곤욕이였다.

어디를 가서 많은 친구들과 똑같은 목적지를 향해서 걷는게 굉장히 싫었다. 소풍날 싸가는 도시락도 싫었고 나는 그냥 식당에서

주는 따끈따끈한 밥이 좋았다. 도시락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학여행을 가서 박물관을 가면 학년전체가 시계방향으로 돈다면 나는 혼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사색하는

어린이는 혼자서 유물 감상하는걸 즐겼다.

 

학교갈때 책가방안에는 책들이 항상 들어있었다. 교과서가 아닌 읽고있던 수필,소설,역사책 그냥 닥치는데로 어렸을때부터

많은 책들을 읽어왔다. 주제는 문제가 아니였다. 그냥 뭘 읽고 있는걸 좋아했다. 서점 주인아저씨는 하도 책을 사들이는 내가 기특했던지

더럽게만 보지 않으면 무슨책이던 가져가서 보고 가져오라고 하시기까지 하셨다. 서점에서 4-5 시간 동안 주저앉아서 책을 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학교에서는 이런 학구적인(?) 나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지우개 뺏기, 책받침 싸움, 고무줄 끊기 등등 좋아하지도 않는

장난들을 좋아하는 척 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아이들과 다른 아이라는게 알려지면 그안에서는 나는 소외될것 같았다.

학교는 나에게 연극의 장소였고 단한번도 즐거웠던 기억이 없었던것 같다.

 

숙제라는걸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어머니는 나에게 한번도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하신적이 없으셨다.

사립학교를 다녀서 학교안의 다른 친구들은 다들 바빴지만 정작 나는 한번도 뭘 배우고 한적이 없다. 그냥 수업을 듣고 기억하고

그걸로 시험을 보고 그렇게 학교생활을 했다. 성적은 생각한것보다 잘 나왔던것 같다. 숙제를 안해서 맨날 뚜들겨맞고 허구엇날 지각하는데

사립학교들 연합 시험 같은걸 보면 좋은 성적을 받곤 했다. 나중에는 선생님들도 나에게 대학생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학교를 마음대로 다니는 아이라고들 하셨다.

 

아버지는 가끔 어디로 놀러가실때면 그때가 학교에 가는 때던 아니던 나를 데리고 다니곤 하셨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차안에서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티모델고 부산 다녀옵니다. 일주일 학교 못갑니다" 라고 이야기 하셨을때의 그 쾌감은 아직도 기억날 만큼 크게 남아있다.

 

그렇게 지내다가 고등학교 입학할 무렵 미국에 오게 되었고 완전히 해방되었다는 해방감을 가지게 되었다. 누구하나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에 오게 됐다.

 

어릴때부터 항상 두려웠던 이렇게 규칙에 어긋나는 사람으로 살면 커서 뭐가 될까 라는 두려움은 거의 없어졌는데..

그래도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가는 내가 나도 가끔 신기하다. 만약 계속 한국에 살았다면 나는 그 사회안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생에 나오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취업하게 된 그런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든다. 혹 취업도 못했을수도 있을것 같다  - -

 

는 일기같은 문예.

 

후기 :

 

그후에 결혼해서 아이들이 태어났다. 내심 나와 같은 성향의 아이가 나올까하는 야릇한 기대감이 있었다.

만약 나처럼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나오면 더욱 세심하게 배려하고 행복하게 키우리라는 생각도 있었고 걱정도 많이 되었다.

그리고 큰아이가 프리스쿨에 들어가고 유치원에 들어가고 나의 기대는 산산히 깨져버렸다.

나의 아이들은 학교를 너무나 좋아했고 내가 아무리 가지말라고 꼬셔도 기여코 학교에 가겠다고 했다.......

만약 가기 싫다고 하면 이 아버지는 다른걸 같이 해줄 용의가 있었는데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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