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의 제주에서 글에 이은 제주시리즈입니다)
90년대 초중반으로 기억한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나왔던 것이.
그 책 이후 아주 많은 부모들이 '역사'를 찾아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그당시 '우리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신보수주의적 민족주의의 맥락도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다.
지금도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갈 때면
어찌됐든 꼭 '교육적인' 혹은 '역사적인' 곳들을 넣곤 한다.
대부분의 유적지로 가는 발걸음은 이런 부분을 지우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런 흐름에서 나는 좀 무엇인가가 빠져있다고 생각했다.
왜 역사는 항상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는 그 오래된 무언가에만 있는건가 하는 의문으로 시작됐다.
좀더 생생한 역사를 찾고 싶었다. 그 발자취를 함께 하고 싶었다.
살아있는 현대사를 찾아 여행을 가보자.
제주에 있을 때 문득 든 생각이었다.
함께 있던 선배들에게 물었다.
다들 흔쾌히 동행을 해주었다.
우리는 그래서 9월 첫날,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현대사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이른바,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사건..
죄목이 공연음란죄라고 한다.
사건을 담당했던 기자 친구에게 연락을 하여
자세한 사건의 장소들을 찾았다.
그가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썼다던 같은 크기의 존슨즈 베이비로션...
범행의 주요 장소인 그가 거닐었던 길... 지검장의 집...
우리는 모두 그곳을 한국 현대사의 큰 스캔들을 날린 성지로 생각하듯
제주검찰청 앞에서 로션을 샀고 또 그가 사회를 들었다 놓은 장소를 거닐었다.
역사 산책을 함께 해준 친구들이 무척 고마웠다...
함께 해봅시다. 그날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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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날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역사 여행을 하러 가기엔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우선 제주지검 앞의 편의점에서 같은 로션을 구입했다.
제주지검 앞에서 동행한 역사산책가들과 함께 차례로 사진을 찍었다.
주요 무대인 지검장의 사택을 찾아냈다..
그리고 주요 장소였다던 건물들과 마을을 산책한 후
우리는 다시 제주의 바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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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캔들 현대사 산책 - 제주편. 끝.
다들 기 쎄기로는 대한민국 상위 0.1% 안에 드는 여성 선배님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는데...
로션만 샀지요!!! @.@
제가 맛집은 잘 모르는데...
제주에서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곳은, 물메골이라는 사찰음식 전문점이 있어요.. 거길 정말 좋아해요.
"맛집"하면 걸죽하게 양념 찐하고 뭐 그렇잖아요. 그런 걸 싫어하는 입이고.. 그냥 여행 다닐 땐 김밥 먹는 걸 젤 좋아해서;;;
물메골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집이라서 강추는 하기 힘들 것 같고..
애월리사무소 1층에 있는 슬로비라는 식당이 있어요.
아주 좋은 식재료로 좋은 쉐프가 만드는 곳이에요. 정말 좋아해요. 갈 때마다 세번은 먹는 듯해요.
제주에 수제 맥주 하는 곳이 한두군데 있는 걸로 아는데 둘다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찾아보셔요 한번...
"19금" 붙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ㅎ
사리님 글은 항상 살아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제주도를 못 가봤기에 패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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