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다는, 헤밍웨이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고 하죠.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의 배경이 된 곳이라고 합니다.
일정이 빠듯해 망설이다,
다행히 세비야를 향하는 길에, 좀만 돌아가면 되니.
일박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나절 여행은 괜찮겠다 싶었어요.
론다.
도착하자마자, 파라도르에 차를 세우고
일단 파라도르 카페에 앉아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하면서
론다의 다리를 바라보았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리는 아래까지 훤히 보이지 않아 얼마나 대단한지 감이 오질 않았어요.
한참을 아래로 내려가야만 다리의 전체의 모습을 볼수 있다길래,
내려가는 길을
다리위에서 내려다보니, 음, 난간도 없이 좁은 길에, 아래는 그야말로 절벽.
다리 위에 서서 내려만 보는데도,
바이킹을 탔을때처럼 발가락끝이 찌릿찌릿해지는데,
그 길을 한참 뛰어다니는 거 좋아하는 아들과 내려가는 건,
음, 다리 전체의 모습을 보는 건 그냥 사진으로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릭스티브 책에서 찾은, 옛 무어인의 궁전을 가보기로 합니다.
Palacio del Rey Moro
미국 영부인인 미쉘 오바마가 론다여행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곳이라고도 해요.
이슬람이 론다를 지배했던 때,
무어왕이 적들이 쳐들어오는 걸 효과적으로 막기위해 협곡위에 궁전을 만들고
그 아래 바위를 뚫어 비밀요새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적들의 공격이 있어도, 물에 접근이 가능해야 하기에,
요새안에 협곡 이래에 흐르는 시내물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들었어요.
그 높은 협곡 암석안을 뚫어
협곡아래까지 바위를 깍아서 계단을 만들어,
노예들을 시켜서, 내려가서 물을 길러오게 했다는데,
내려가는 좁은 길 중간중간 밖으로 작은 창문 역활을 하는 구멍을 뚫어놓아 빛이 들어오게 되어있어요.
거기로 내다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그야말로 암벽을 수직으로 내려가게 안으로 구멍을 파서 계단을 만든거에요.
물을 만나는 바닥까지 거의 백미터 정도를.
심지어 암벽밖에선 그게 요새인지도 알수 없어요.
바위를 백미터 가까이 구멍을 내고 계단을 만들어 요새를 만든 건,
드릴도 없던 시대에 어찌 그게 가능했는지.
참고로 그라나다가 이사벨라와 페르난도에 의해 함락되기 전에 만들어졌을테니,
14세기 이전일거라고 짐작할 뿐,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은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론다의 다리의 높이만큼의 계단이 약 300개가
바위 안으로 지그재그 만들어져 있는거에요.
그 어둡고 미끄러운 계단을 오르락거리며 물을 길러왔을 노예들을 생각해보니
대체, 무슨 낙으로 삶을 이어갔을까 싶어져요.
종교에서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협박하는 그 이유를 알거 같았어요.
300정도 되는 계단은, 바위를 깍아 만든거라, 제각각인데다,
가파르기도 하고, 물이 묻어 미끌거려요.
손잡이를 꼭 잡고 다녀야했어요.
아래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무기를 저장해두었다던 넓직한 공간도 나오고,
무슨 용도로 씌였는지 싶은, 천장이 이쁜 동그란방이 나옵니다.
거길 비밀의 방이라 이름을 붙인 이유는 공간 한가운데 서있으면 구석에 하는 말이 안 들립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오래전 물을 길렀다는 우물이 있고요,
거기서 더욱 내려가면, 협곡 바닥의 시내로 나가는 작은 문이 나옵니다.
그곳에는 울타리가 되어있어서 협곡 밖으로 나갈수는 없지만,
협곡 아래에서 시간이 멈춘듯 고요한 골짜기 기분은 느끼실수 있습니다.
다시 계단을 올라와 건물밖으로 나오면,
프랑스에서 당시 가장 잘 나갔다는 정원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정원이 나옵니다.
정원은 작지만 디자이너 명성답게 아기자기 예뻐요.
그 정원에는 숨어살고 있는 공작새 한쌍이 있습니다.
가시면 한번 찾아보세요. 저희는 쉽게 찾았는데 못 봤다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요새위에 지어진 건물은, 현재 보수중이라 들어갈수없었어요.
외벽 모습은 이렇게 생겼어요.
보수가 끝나면, 론다의 훌륭한 명소가 될거 같아요.
그 건물을 나와,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론다의 새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의 다리가 보이고요,
그리고 이슬람때의 목욕탕이 있어요.
저희가 갔을때 휴관중이라 볼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가실분들 시간 체크하고 가세요.
그리고 나서, 시내로 나가 사람 구경도 했어요.
론다에 누에보 보러 가시는 분들, 시간이 나면 한번 들려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Jean claude forestier 라는 랜스캐이프 디자이너가 19세기 디자인을 했다는데,
그 사람은, 에펠탑 아래 공원을 디자인한 걸로도 유명하답니다.
제 생각엔, 저 공작새도 그 디자인의 일부가 아니였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더욱 정원을 럭셔리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장식적 요소로 넣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이 무어왕의 궁전이, 사실은 아직 개발이 안 된 곳이에요. 나눠주는 팸플릿도 엉성한 종이 한장이구요.
공작새 이야기는, 팜플렛엔 아예 들어있지도 않아요.
그래서 아쉽게도, 제 생각이 맞는지는 확인해 볼 길이 없었어요 :)
ㅎㅎㅎㅎ 다음에 가실 땐 내부 공사가 끝나서 안까지 다 보실수 있으면 좋겠네요.
음....좋은데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완공된 것 보러 다시 스패인 갈때 필히 론다에 가서 무어왕 궁전까지 내려가 봐야겠네요ㅋㅋ
저도 스페인은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에요. 내년 여행 짜면서도, 안 가본 다른 나라 다 제치고, 스페인 또 갈까?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ㅎㅎ
앗! 저 여기 갔었어요. 계단 내려갈때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솔솔~~ 저랑 딸이랑 샌달신었거든요. 미끄러운것도 그렇고 물이 들어오니까 싫더라구요. ㅎㅎ
맞아요. 저는 내려갈 땐 구경하느라 힘든 줄 몰랐다가 올라올 땐 정말 예전 물길러다니던 노예의 심정으로 저절로 빙의가 되더라구요 ㅎㅎㅎ
근데 루시아님은 저희랑 관심분야가 비슷하신가봐요. 아이들이 비슷한 연령대라 그런걸까요?
sleepless 님 다른 후기 보다가 이 후기를 이제야 봤습니다. 다행히 여름에 스페인 갔을때 여기 가 봤어요. ㅎㅎ 아이가 공작새를 보고 너무 좋아하며 몇날 며칠을 난생처음 공작새를 봤다며 신나했던게 기억납니다. 그리고 여기 아직도 보수 공사 중입니다. 공사 중에 연다는 사진을 건너 편에서 찍은게 있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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