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들어갈 때 아버님께서 연필은 친구와 같으니 소중히 다루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문인지 필기구를 함부로 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그때는 다 그랬습니다.
몽당연필엔 볼펜 깍지를 껴 쓰는 게 흔했습니다.
사랑은 애착이 되었는지 커서는 잠시 쓰라고 빌려 받은 펜을 무심결에 내 주머니에 넣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러니 미국 왔을 때 연필을 버리고 화풀이로 부러뜨리는 건 충격이었습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거리에 버려진 연필, 볼펜들...
그냥 아깝고 안타까워 보이는 대로 주었습니다.
객사한 친구를 거둬들이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추모(Mourning)'의 마음을 담아 조촐한 장례식을 치르는 마음으로
연필이 마루에 돌돌 굴러다니면
득달같이 불러 세워 잔소리합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아이들을 앞에 두고.
"연필은 그저 싸구려 소모품이 아니라..."
사실 의미 없는 말인 줄 알지요.
그냥 그렇게 그 생각을 물려 주고 싶은 것뿐이란 걸.
고맙습니다. 그런데 모양이 길쭉해서 주문 제작 하자면 액자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선물 마저 흔해진 세상인가요? 비슷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친구가 자기 아들은 선물 보다 자기가 하는 인터넷 게임 아이템을 주는 걸 더 좋아한다고도 하네요.
백번 천번 공감합니다. 저도 어릴적에 생애 처음으로 어머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케익을 사 오셔서 이브날 머리맡에 두셨는데, 그 케익 먹고싶은 생각에 밤을 꼴딱 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풍요속의 빈곤이 이런거겠지요.... 물질의 풍요속에 추억의 빈곤....
몽당연필엔 볼펜 깍지를 껴 쓰는 게 흔했습니다.
..
그때 그 시절.. 줄 서서 불소도 하고, 똥 봉투도 받고... 매일마다 친구들이랑 뛰어 놀고....
몽당연필만이 아니라 모든걸 다 아꼈지요. 물론 저희 세대 (라고 해봐야 30 중반이지만요) 도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펑펑 쓰는 편이었지만요
사실 무조건 마지막 까지 쓰고 아끼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라 잘 쓰는게 더 중요하지만, 그래도 너무 풍족해서 자꾸 버리는 것은 좀 안타깝지요
예, 안타깝네요. 풍족해서 함부로 하는거야 당연하다 여길 수도 있지만, 필기구는 귀하고 흔하고, 비싸고 싸고를 떠나 특별한 존재로 교육 받고 여겼던 저로서는 특히나 안타깝네요.
저도 물려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볼펜깍지에 잘 끼우려고 몽당연필 뒷부분을 요즘 커터칼도 아닌 짧은 접혀들어가는 커터칼로 조심스레 깎아내던 기억도 나네요. 너무 많이 깎아내서 헐렁거리던 것도..
맞아요. 깍기도 하고, 저는 촛불에 볼펜깍지를 달궈 넓히기도 했습니다.
비록 '문방사우'가 옛말이긴 하지만 별 것 아닌 정든 연필 한자루도 갖고 있다 보면 흐믓하고 즐거울 때가 있었거든요. 그러다가도 정말 거의 닳아 쓰기 힘들 때 까지 쓰고 난 뒤에 얻는 묘한 성취감도 있었던 것 같고요. 아이들도 연필과 함께 하는 그런 작은 기쁨을 느껴보길 바라는데 욕심일지도 모르겠어요.
아끼는것도 좋지만, 끝까지 쓰거나, 버릴때를 아는것도 중요한것 같습니다~
그렇네요. 잘 쓰고 잘 처분(?)해야겠습니다. 한편으로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들면(아낀다는 게 함부로 쓰지 않을 뿐 인색한 것과 다르기에) 끝까지 잘 쓰고 잘 버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연필사진이 정말 예쁘네요. 그냥 사소하게 여겼던 작은 물건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소중하게도 여겨지네요 ^^ 좋은 글 사진 감사합니다.
사진을 올리면서, 찍을 때 들었던 그런 마음을 누가 좀 알아주길 은근히 바랬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액자 값이나 할런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셔도 좋습니다.
저도 저희 아이가 종이나 연필 쓰는거 보면 막 깜짝깜짝 놀라요.
"에라이 미국놈아" 가 절로 나와요.
저도 깜짝! 제가 한 소리를 들었나 싶었습니다. ^^
그래도 그시절로 돌아 가고 싶네요
볼펜에 끼워 쓰던 그시절
저녁마다 연필을 깍아서 다음날을 준비 하던 시절
글과 사진 고마워요
새삼 추억에 젖네요
그러고 보니 연필 잘 깍는 아이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더 부러웠던 건 갈색 미제(국산은 없었던 듯) 연필깍기가 있는 아이였고요. ^^
갈색 미제가 어떤건가요? 스뎅으로 된 건 많이 봤는데... 그 스뎅으로 된 연필깍이 몇 달 전에 Office Max에서 보고 아니 이게 아직도... $19.99에 사서 아이 쓰라고 줬는데, 왜 이런걸? 하는 눈빛.
그 '갈색 미제 연필깍기' 같은 모양을 지금도 오래된 학교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대충 기억을 더듬어 골라본 모양이 이렇습니다.
그래도 미국에선 아이들이 연필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닌가요? 우리 애들은 연필통에 들어가는 작은 연필깍기는 거의 수집하다 시피 온갖 걸 갖고 있더라고요.
저보다 위신가 봐요
손으로 깍다가 여러번 손도 비고
어느 순간
앞에 구멍이 두께데로 여러게 있어 맞추어 낀다음 손으로 빙빙 돌려 깎았던 기억이
그게 중학교때인지 그전인지는 가물 가물
미제 (갈색) 연필 깍기는 기억이 없네요
하하, 위인지 아닌지는 '민증을 까봐야' 알겠습니다만^^, 지금도 비슷한 건 볼 수 있던 철로 만든 연필깍기였어요. 위 댓글에 비슷한 사진 하나 올렸습니다.
초등학교로 바뀐게 1996년 이니까... 국민학교 출신이 짐작(?) 보다 나이가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ㅎㅎ
불주사 하니까 파란색 '건강기록부'가 생각나네요. 나름 6년간 성장 기록인데 졸업할 때 저는 못 받았어요. ㅠㅠ
감사합니다. 멋진 할아버지 셨네요. 저도 대학 다닐때 까지 연필을 자주 쓰던 편이라 잘 깍을 줄 알았는데...성질이 급해선가 빨리는 깍는데 늘 모양이 엉성해서 아이들 깍아주기가 좀 민망하더라고요.
제가 연필을 워낙 못깍아서 맨날 혼나고 했었는데, 자동 연필깍이가 나왔을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
개인이 가질 엄두는 못냈고 선생님 교탁에 고정되어 있어서 쉬는 시간이면 줄서서 연필을 깎았던 기억이 있네요.
요즘에는 컴퓨터니 스마트폰이니 해서 실제로 공책에 연필로 쓰는 기간은 초등학교 정도일까요.
옛생각이 소록소록 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그렇네요. 아이들은 물론 연필 쥐고 쓰던 저마저 직접 '손글씨' 쓸 일이 하루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메모도 다 컴퓨터에 전화기로 하고 있으니...
저도 몽당연필 모았어요
약간 집착처럼 몽당연필, 성냥갑, 스티커 모았어요
미국 이민올때 모두 버리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도 어마무지하게 펜이 있는데 얼마전에 그 아끼도 아끼는 하이테크펜이 안나오는걸 보고 아끼다가 똥됐다 했네요
다행히 네이버에서 하이테크팬 살리는 방법 찾아서 소생시켜서 쓰고 있습니다 ^^
몽당연필 너무 반갑네요
아, 그러셨군요^^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집착(?)하는 물건이 다들 있기 마련인가 보네요. 사실 사진은 쓰다가 닳아 버린 몽당연필이라기 보다 버려진(?) 연필들이라 주어 모을 때는 착잡했습니다. 이젠 아이들이 영문도 모르고 종종 버려진 연필을 주어다 주긴하네요. 아빠가 좋아한다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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