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저는 읽은 것들, 다녀온 것들, 새로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거의 예외없이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그것들을 분류합니다.
언제부터 이런 습성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디트로이트에 대한 '마일모아적인' 정보는 거의 없는 후기이지만
제 블로그에 올리면서 함께 올려봅니다.
무플이나 추방만 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여행기 올릴 때마다 함께 올려보겠습니다.
물론, 다음부턴 실용적인 정보다 함께 추가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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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사람에게 주는 좋은 점들은 매우 분명하다.
사람들은 여행 역시 독서만큼 좋은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형편에서 벗어나는 막대한 돈을 여행에 쓰고서도
다른 지출에 비해서는 덜 자책하는 편이다.
여행은 정말 독서만큼 좋은 것일까? 돈을 쏟아부을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디트로이트처럼,
두번 방문할만한 가치가 없어보이는 곳을 여행할 때면
이 질문이 더욱 단단하게 이마빡을 두드려댄다.
하지만.
베버는
"두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말했는데
많은 점에서 독서와 비교되곤 하는 '여행'에는
이런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 디트로이트 여행에서 어렴풋이 느꼈다.
시간과 돈이 썩어 문드러진다해도 디트로이트는 다시 방문할 생각이 전혀없는 도시였지만
한번쯤은 잠시 그 복판에 있어볼만한 도시였다.
(자꾸 문장들이 관계대명사를 넣은 영어문장처럼 쓰여져서 나 자신 몹시 신경쓰인다. 이해들 하시라.)
나는, 한때 매우 흥했으나, 반대로 너무 빨리 망한 이 도시를 돌아보며
만약, 우주의 어느 거대한 공간에 역사에 존재했던 도시들을 통째로 옮겨 도시박물관을 만든다면
이 도시가 반드시 의미있는 한 코너를 차지할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결국 나는 이 도시를 돌아보는 동안,
이 도시 안의 어떤 것들을 보았다기 보다는
이 도시의 외모를 보았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다.
최남선은 <삼도고적순례>에서
소금의 값이 짠 것에 있고, 설탕의 값이 단 것에 있듯이
유적의 맛은 '쓸쓸한 것'에 있다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유적으로 '백제'를 꼽았는데
쓸쓸하기로만 따지면
디트로이트도 만만치 않다.
다만,
백제의 쓸쓸함과 디트로이트의 쓸쓸함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 차이가 세월의 더께에서 오는 것인지 어떤지는 쉽게 단언할 수 없지만
백제의 쓸쓸함이 애잔한 쓸쓸함이라면
디트로이트의 쓸쓸함은,
그렇다.
한때 머리에 포마드 기름좀 바르고 다니며
저잣거리를 주름잡았던 사람이
나이들고, 돈떨어지고, 거기에 병까지 들어버렸을 때 오는
그런 쓸쓸함이다.
두께가 좀 되는 미국여행안내서라면,
그래도 꼭 빼놓지 않고 디트로이트에 대해 한두장 할애하는 까닭이
망한 도시에서 무언가를 찾아보라는,
그런 기특한 이유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책들은 한결같이,
GM의 본사와 헨리포드 박물관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디트로이트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그래서 그들 나름대로 시장도 뽑고 시의원도 뽑았을 것이므로
이 쇠망한 도시도 다시 살아보려고 애쓸 것이다.
종종 그것이 눈에 띈다.
백제,
옛부터 이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정신을 남기는 곳
바람버섯도 찢기우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새 씨가 된다.
-<금강> 일부/ 신동엽
한때, 자본주의의 단물, 디트로이트의 건투를 빈다.
한국있을 때 회사 출장으로 디트로이트 가서 공항 호텔에 머물렀는데 업무 끝나고 피곤해서 한숨자고 저녁 9시 정도에 렌트카를 빌려타고 시내에 갔었는데 무섭더라구요.. 같이 출장 간 사람과 함께 바에 가서 술한잔 하려고 했었는데 무서워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그냥 차로만 돌아 다니다가 카지노가서 머신 좀 돌리다가 온게 다였습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낮에 박물관이랑 주변 구경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네, 헨리포드 빌리지 (정식 명칭은 Green Village 였던 것 같네요)는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이었습니다.
물론 억지로 추억을 쥐어짜낸 느낌이 농후하지만
민속촌을 둘러본다는 기분으로 돌아볼만했습니다.
다만, 입장료 이외에도 추가비용 때문에 디트로이트에 대한 인상이 더 안좋아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여행기네요. 자주 올려 주세요,
솔직히, 활기차고 영양가 넘치는 정보들로 가득찬 곳에서 분위기 깨는 것 같아서 열번도 넘게 망설였지요.
절교예찬님의 디트로이트 감상문을 읽고나니 디트로이트는 어쩐지 제게 늦가을, 초겨울의 이미지로 느껴져요.
아마 "한 때 매우 흥했으나 너무 빨리 망한", 이 부분과 단풍의 화려함을 자랑한 후 나뭇잎 다 떨어진 쓸쓸함이 연상되나 봐요.
절교예찬님 매우 감성 풍부하실 듯 ^^
근데 "읽은 것들, 다녀온 것들, 새로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거의 예외없이 기록으로 남기고,"-----> 우와.... 대단하세요.
전 거의 예외없이 기록으로 안남기는데...... 뇌만 기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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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읽기 넘 좋은 감상문 입니다. 완소여행후기네요.
앞으로도 쭈욱~ 부탁드립니다. 제가 팬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이젠 여행후기도 예술의 경지에 올라야지 올릴 수 있는 듯 하네요.
저도 예외없이 기록으로 안 남기는 사람이요... 뇌도 기억할 지 모르겠어요;;
잡곡님하고 자꾸 팬심이 겹치네요.
절교예찬님은 처음에 소개인사글부터 뭔가 다른 느낌이 있었어요. 그걸 지우셨는데 정말 아쉬워요. 참 잘 쓰셨고 마음도 잔잔하게 해 주는 글이었는데..
지금 숨쉬고 있는 지역도 겹칠 것 같아요. 거의 10마일 이내인 듯 ㅎㅎ
벙개 함 하시죠.
Peet's coffee 번개?
잉? 어디 계세요?
유자이모님, 잡곡님 저한테도 Peet's Coffee 한 잔씩 던져주세요 : ) 스타벅스보다 Peet's 가 좋아요!
네~ 회장님!! '완소여행후기'라는 말은 제가 들어본 최고의 찬사입니다. 마일없이도 날아갈 것 같습니다.
처음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던 이유야 다른데 있었지만
지금 기록을 계속 이어가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인 소양이 우리 부모님을 아주 꼭 빼닮은 제가
아이들에게 재산을 남겨줄 자신이 없어서 입니다.
그래서, 아이 몰래 만들어둔 이메일에
제 기록을 남겨줄 작정입니다.
지난번 시카고 여행 때는
하이얏 리젠시 시카고에서
아이가 처음으로 변기에 대변을 본 이야기도 써서 보낼 작정입니다.
아참, 그리고
마일모아를 알고나서 새로 생긴 계획,
아이 몰래 마일을 몽땅 남겨줄 작전도 짜고 있습니다.
3대 항공사의 항공마일리지와
5대 호텔 (제가 그냥 선정한) 체인의 마일리지를
아이가 본격적으로 여행을 즐기기 시작할 성인 무렵에
발견할 수 있도록.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그땐 제가 세상에 없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지만 말입니다.
절교예찬님 아이가 나중에 커서 그 이메일을 읽을땐 완전 감동의 도가니겠네요.
아버지의 사랑을 절절하게 느끼겠어요 ^^
많이 공감가는 여행기이네요. 제가 디트로이트를 한달에 한번씩은 출장을 가는데 그래도 요즘은 조금씩 좋아지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예전의 화려함 (?)을 찾기에는 멀었지만요... 디트로이트도 문제지만 디트로이트를 보고 살아왔던 주변 도시들의 몰락도 참 안타깝게 느꼈습니다. 수필 한편을 읽은 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알라바마와 조지아 일부 지역은 똑같은 산업으로 그 반대현상이 일어나니 흥망성쇠를 반복하는 인류의 역사 같아요.
맞습니다.. 알라바마와 조지아는 오늘도 생산한다고 라인 돌리고.. 사실 그 반대현상과 반복하는 역사 때문에 사실은 조금 천천히 가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숙소를 디트로이트에서 1시간 떨어진 톨레도에 잡았었는데 톨레도가 딱 그런 곳이었습니다.
근데 출장가시면 렌트하시나요?
공항 교통편이 너무 황당하더라구요.
네.. 가면 미시간과 오하이오를 휘졌고 다니는 관계로 렌트해야 합니다. 제가 말씀 드린 곳 중에 톨레도가 포함되고 대표적인 도시였습니다. 디트로이트 가면 느끼는 점이 공항만 깨끗하다입니다. ㅎㅎ
한 때는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활동을 많이 해서 예술의 도시로도 불렸는데요... Paris of West 였던 디트로이트가 그렇게 망했다는게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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