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언론과 주변의 분위기를 느끼고 그걸 글로 써서 마일모아를 포함한 몇몇 사이트에 전달할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조차도 최대한 중립을 유지하며 생각을 하려 했지만 당연히 힐러리가 압승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간단히 결론을 말해보자면 미국의 숨은 민심이 이번 트럼프의 승리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 미국에 합법적으로 사시는 분들께는 그렇게 큰 피해는 없을겁니다 (아마...). 다만 이제부턴 이민정책이 극우방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에 한해서는 여러가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것 같습니다. 거의 절망적으로요.
어제 봤던 가장 인상 깊었던 댓글 하나를 쓰고 정알못인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Yes, You are on your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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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3차 토론뒤로 한번 글을 쓴뒤로 사실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주전만 해도 힐러리가 압승을 할 수도 있는 분위기였는데 그 기간동안 신기하게도 힐러리에게 많이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갔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 두가지가
1. 오바마케어는 중산층을 벼랑 끝에 몰고 있다
사실 오바마케어에 관해서는 저도 할말이 없습니다. 실제로 오바마케어가 시행된 뒤로 프리미엄이 많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때문이죠. (http://abcnews.go.com/Health/health-care-premiums-rising-obamacare/story?id=43047190)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공격하기 시작, 꽤 많은 사람들의 민심을 돌리는데 대충 성공했습니다. 지금도 공화당의 광고를 보면 가장 처음 나오는 말중 하나가 'repeal obamacare' 입니다. 안그래도 미국은 건강보험에 한해서는 후진국수준이고,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공화당의 이 전략은 꽤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 FBI의 재수사 선언
사실 이건 좀 어이가 없는 사건이고, 아무리 봐도 FBI 국장이 공화당 편들어줄려고 한 짓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타이밍에 재수사 선언을 해서 힐러리의 고공행진에 생각보다 큰 타격을 입히긴 했습니다. 물론 결과는? (http://www.cnn.com/2016/11/06/politics/comey-tells-congress-fbi-has-not-changed-conclusions/ )
마치 예전에 삼양라면 우지 파동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2주동안 생각보다 큰 민심의 변동을 겪으면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원들은 기사회생을 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많은 표를 돌려받을 전망이 되었습니다.
현재 대선을 승부지을 주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지지율이 막상막하인 곳이 의외로 많아졌는데요, Fivethirtyeight.com에서 이에 관한 마지막 정리가 있기에 링크를 달아봅니다. (http://fivethirtyeight.com/features/election-update-the-state-of-the-states/) 2008,2012년부터 시작해서 여러 poll들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리는 곳인데, 상당히 신뢰도가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50:50 격돌 지역인 NC, FL
클린턴 약간 우세 지역인 NV, NH
클린턴 적당히 우세 지역인 PA, MI
클린턴 상당히 우세 지역인 VA, CO, WI
트럼프 적당히 우세 지역인 IA, OH
이 10개주의 경과만 지켜봐도 대선 결과가 결정난다고 보면 됩니다.
트럼프가 힐러리를 이길려면 NC, FL, PA, MI, NV, NH를 전부다 먹어야 합니다. 저중 하나라도 놓치면 트럼프가 미세한 차이로 지게 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클린턴은 NC, FL 요 둘중 하나만 이겨도 거의 90%는 잡은 게임이 됩니다. 저 둘중 하나라도 잡으면서 NV, NH를 잡게 된다면 95%는 이긴다 봐도 되구요.
개인적인 얘기지만 제가 사는 곳이 NC인 만큼 정말 격돌지역이라는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한쪽 지역에 가면 힐러리 광고가 많고, 저희 집 근처에 경우는 과격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별의별 불법 간판들이 다 있습니다;;
내일 이제 모든게 끝나게 되는데, 예상대로 힐러리의 승리가 될지, 아니면 제 2의 브렉시트가 될 트럼프의 승리가 될지..아니면 역대 최초로 무승부가 될지 (이게 될 확률은 5% 미만), 지켜봐야 겠습니다.
제 social network 주위에는 다들 힐러리 supporter지만 동네 평범한 백인들이랑 얘기해보면 힐러리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들의 반감을 표현하기에 트럼프가 잘하면 이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 오하이오는 당연히 트럼프가 가져갈걸로 생각했는데 민주당의 아성인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까지 트럼프에게 넘어간걸 보면 바닥민심은 완전히 달랐던것 같아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것 보다 제가 더 우려했던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 연방대법원의 지형도를 바꾸는거 였습니다.
당장 엄청 보수적인 대법관이 고인이 된 스칼리아의 자리를 대신하겠네요. 극 보수의 공석을 다른 극 보수가 메우는거니 뭐 그렇다고 치지만..
고령인 긴스버그 대법관과 브라이어 대법관이 제발 향후 4년만 버텨주시길.
Roe v. Wade 나 Windsor 같은 미국사회의 큰 케이스들이 대법관의 지형도가 바뀌면 다 뒤집히게 되있잖아요.
가뜩이나 상/하원도 공화당 차지라, 향후 2년 (적어도 다음 중간선거 전까진)은 스펙터클하겠어요.
당장 우리 사무실에도 오늘 아침부터 근심에 쌓인 목소리로 전화오는 손님들이 많네요 ㅠㅠ
저도 Ginsburg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은퇴할 꿈에 부풀어 있었을텐데 강제로 못해도 4년을 더 버텨야하니.....
그리고 4년후의 선거는 민주당이 2010년에 공화당이 이긴것처럼 이겨야된다고 생각해요.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특히나 로컬 선거를요.
2020년이면 센서스 조사가 있을거고 그거를 바탕으로 선거구를 재조정 할텐데 그걸 할려면 민주당이 이겨야할텐데. 공화당이 2010년 센서스후에 미친듯이 한게 바로 선거구 조정이였잖아요? 민주당이 이길수 없게 지도를 이상하게 바꿔가면서.
안좋은 경우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트럼프가 4년동안 죽쑤고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정부 선거에서나 주정부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공화당이 한것처럼 선거구를 마음껏 바꿀수 있는 그런 기회가 왔으면 합니다.
그래야지요. 중간선거를 민주당이 이겨서 gerrymandering을 다시 하는 수 밖에요.
현재 지형으론 하원은 공화당이 계속 이길수 있는 구조에요. 상원은 언제나 바람을 타지만요.
제발 고령의 진보 대법관 2분이 4년은 더 버텨주시길.
진보/보수를 떠나서 연방대법원은 언제나 5대4정도로 유지되는게 좋아요. 6대 3이 되어버리면 그때부턴 나라의 모든 정책과 방향이 한쪽으로 쏠릴수 밖에요.
대통령은 4년있다가 갈면 되지만, 대법원이 미치는 영향력은 몇 세대 입니다.
밉기 힘든 결과네요… 힐러리가 얄밉긴 했지만, 그래도 당연히 대통령이 될줄 알았는데….
멘붕상태입니다....
빌리어네어인 트럼프가 자기네들을 위해 뭘 해줄거라고 생각한 Rust Belt의 백인들에게 놀랐고...
30%의 아시아인이 트럼프를 찍었다는 것도 놀랐고
20%의 히스패닉이 트럼프를 찍었다는 것에도 놀랐습니다.
게다가 여성의 표 특히 White Women without College Degree의 과반수를 가지고 간 것도 놀랐고
Evangelical Christian들이 대다수가 트럼프를 찍었다는 것에도 놀랐습니다.
If라는 것은 없지만 정말 샌더스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미국이 원했던 것은 노련한 정치가가 아니라 허황될지라도 꿈을 줄 수 있는 정치가를 원했던 것 같거든요...
마이클무어의 예상이 거의 예언자 급으로 맞아 들어갔네요.
2016년 정말 통계와 확률이란 개념을 갈아 없앤 한 해네요.
과연 미국의 인권문제, 경제, 부의 양극화 형상, 국제관계, 환경문제 등이 4년간 어떠한 영향을 입을지 너무 걱정 됩니다.
rust belt 의 백인들은 그냥 향수에 쏠렸다고 봅니다. 4년전 한국에서 본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evangelical christian에 대해선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그들은 트럼프보다 더한 사람이 나와도 '공화당'을 찍을 사람들입니다. (White 한정. 저도 Evangelical Christian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정치적으로 그들과 같을 길을 걷지는 않을듯. 나중에 혹시 선거권을 갖게 된다면)
히스패닉. 약간 놀랐지만, 그러려니 합니다. 사실 제가 히스패닉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잖아요. 개인중심, 가족중심까지는 되는데, '공동체이익'에 까지 그들의 생각의 폭이 넓은지는 아직 모른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아시안,
아시안이 트럼프를 찍은 것도, 지금으로써는 놀라지 않습니다. 지난주에 한 나이 지긋하신 교포 분과 대화를 하기 전이었다면, 저도 놀랐을 것 같아요.
식사자리에서 early-voting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은근히 트럼프 (정확히는 공화당) 찍었다고 자랑을 하십니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주된 이유는 '민주당은 증세, 공화당은 감세'라는 공식에 기반하고 계셨습니다. (지금은 retire했지만, 최근까지 비지니스를 제법 크게 하셔서 모은 돈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분은, 그러니까, 자신의 주머니를 지켜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상관없는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rich Asian의 민낯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포분중 트럼프 찍으신 분들 꽤 많아요. 절대 그들의 투표를 폄하하고 싶은생각은 없습니다.
근데 트럼프를 지지하시던 분들의 이유는 거의 3가지더군요.
1. 감세혜택. 힐러리를 찍으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한다.
2. 오바마케어가 너무 싫다. 난 그동안 보험없이도 잘 살았다. 아니면 오바마케어 때문에 있던 보험이 완전 최악으로 변했다.
3. 주로 교회다니시는 분들 말씀이지만.. 동성결혼 / 낙태문제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한다.
2번이라면, 좀 이해가 됩니다. 오바마케어는 취지는 좋았는데, 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3번이라면, 진정성을 인정합니다. 제가 윗글에서 (White) evangelical christian이 공화당을 적극 지지한다는 것도 사실 이것때문이라고 생각되구요. 이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근데, 1번이라서 슬펐습니다. 교회다니는 분이셨는데, 3번은 비슷한 소리도 안하시더라구요...... 과연 세금 몇푼(하긴, tax rate 1%가 어떤 이에겐 푼돈에 불과하겠지만, 어떤 이에겐 굉장한 액수일 수도 있겠지요.)과 자녀들이 살아햐 할 나라의 미래와 바꿀 가치가 있는 건지......
(추가. 예전엔 한미동맹을 의식해서 공화당은 지지하던 분들이 제법 있었을텐데, 이번엔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다만, 공화당의 메인스트림은 국제문제에 발을 빼는 것에 쉽게 동조해 주진 않을 것 같으니, 그냥 그러다 말겠죠.)
주변에 카톨릭친구들이 많은데 3번때문에 트럼프 굉장히 많이 찍은거 같아요.
제가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권 문제입니다.
현재 전미국에서 무슬림, 라틴 계열을 향한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추세고
학교내에서 "따" 당하는 무슬림, 라틴 계열 아이들도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동양인이 이 점을 무시하면 큰일 난 다고 생각해요.
제가 트럼프 찍은 동양인들과 얘기를 해보았는데 대다수가 동양인은 백인에게 저런 취급 안 받을
자신이 있더군요. 우리도 그들에게 결국 이민잔데... 경제가 조금이라도 더 안 좋아지고 조금의 빌미라도 줘보세요.
동양인에게 칼날이 향하는 것도 삽시간입니다.
라틴계, 무슬림, 흑인의 인권이 무너지는 것을 우리가 방관하면
결국 우리의 인권이 무너질 때 우리는 아무말 할 자격이 없습니다.
어제 오늘 처럼 Martin Niemöller 의 First They Came 시가 생각 나는 날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First they came for the Blacks, and I did not speak out—
Because I was not a Blacks.
Then they came for the Mexicans, and I did not speak out—
Because I was not a Mexicans.
Then they came for the Muslims, and I did not speak out—
Because I was not a Muslims.
Then they came for me—and there was no one left to speak for me.
저희 아이(10학년)도 아시안은 racism과는 무관하지 않냐고 그러더라구요. 하긴, 그 아이가 피부로 느끼는 것에서는 아시안에 대한 racism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 자신은 well-perform하고 있고, 부모들은 Asian들이 전반적인 경제적인 위치가 있으면서 결집력도 어느 정도 있으니 minority이긴 한데, 힘이 좀 되는 minority이니까요.
하지만, 말씀 하신 것 처럼, racism의 창 끝이 우리를 겨누는 날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괜찮다는 것은, 자칫하면 결국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를 방관하겠다는 태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 트럼프를 지지한 미드웨스트지역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경제적 불평등,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시스템에 대한 반감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각종 연설을 통해 설파해온 반 이슬람, 반이민자,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을 생각해보면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동양인들도 미묘한 인종차별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당하며 살고 있습니다. 얼마전 NYT기자가 길거리에서 "Go Back to China"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칼럼에 비슷한 경험을 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공감댓글이 주르르 달렸었지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dignity가 무시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언젠가 그게 자신의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트럼프를 그대로 놔둔 공화당 지도세력들도 절대로 잊지 않을 거에요...
미국이 united state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요즘 정말 단어로만 알던 surreality 현실 체험 중...
1940년 6월의 빠리. 이 대머리 아자씨 맘이 이런 맘이였을랑가요....
그쪽은 힐러리 우세지역이며 도심지라서 그런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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