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고민이 있어 글을 남겨봅니다.
삼십대 중반 결혼 6-7년차에 아이 둘의 남성입니다.
타고난 성격상 자연스러운 살가움은 힘든편이고 그러한 행동을 하기 위해선 마음을 먹고 해야하는 편입니다.
어제 저녁 저녁식사 후 아이들 씻겨 놓고 감기기운까지 몸이 노곤합니다.
추석맞이 처가댁과 부모님께 페톡으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4명이 주르륵 서서 절로 시작합니다).
보통 처가댁에 전화하면 인사만 드리고 보통 아이들을 비쳐줍니다 (두녀석들은 까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와중에 와이프가 이런저런 얘기하고 저를 살짝비쳐줍니다. 감기기운도 있고 딱히 할말도 없는지라 슬쩍 빠집니다. 부모님과의 통화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저의 부모님이기에 한두마디 정도는 더하지만 딱 그정도입니다 (감기 기운이 없다하여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통화가 길어지면 슥빠져서 걍 할일 합니다 (집안일 등등).
몇번 아내가 말한적이 있습니다. 안부도 물어보고 몇마디 정도는 해야하지 않냐? 동의합니다.
아이들 있기 전 혹은 아이들이 활발하지 않을 당시에는 따로 전화도 드리고 날씨부터해서 이런저런 말을 했었고, 또 노력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활발해지고 난뒤로부터는 여러여건상 (통화할때) 혹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 이러한 것들이 점점 줄어든거 같습니다. 처가댁과 부모님 모두 아이들과 통화하시는 것을 당연히 좋아하십니다.
안부상으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부턴가 이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것이 저에게는 조금은 부담 스럽더군요.
어제 저녁 아이들이 잠든후, 아내는 이런것 (안부 좀 묻고 해라 등등)을 얘기하는것이 스트레스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 말이 들으니 마음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살갑지 못한 제자신이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이런 제 자신을 자책하며 감싸주지 못하는 것도 영 아닌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하는것이 부부의 충돌을 줄이고, 저 자신을 더 위한 길일까요?
(당연히 기본적으로 살갑게 부모님 혹은 처가댁에 하는 것이 가정의 평화에 좋은 것은 알고 있습니다ㅠ)
마모인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아내분도 별로 초인님 부모님께 할말이 없을것입니다. 자기 부모님께도 할말이 별로 없는데 시부모님이면 더하지요... 하지만 안하면 섭섭해하시니까 하는거예요. 최소한 초인님 부모님께 드리는 전화는 초인님이 메인으로 이야기하셔야 하지않나 싶습니다. 전화드리기전에 몇가지 토픽이라도 생각을 하고 전화를 드리세요.
부모님들보다 와이프분을 더 신경쓰셔야 할거 같아요.
저랑 너무나 똑같으셔서 제 이야기 하시는줄 알았습니다.ㅎ
하지만 아내와 충돌은 없습니다. 이유는 전 일년에 딱 이틀만 기억하면 됩니다. 아니
제가 기억하는건 아니고 스마트 폰이 알려줍니다.
"여보 몇 일 후에 장인 어른 생신이야 가족끼리 저녁식사라도 하시게 용돈좀 보내드려"하면 그걸로 1년 동안
제가 처가에 할 일은 끝납니다. 물론 와이프도 제게 불만 없고요...ㅋㅋ
와이프 분과 그런걸로 트러블이 있으면 힘든거 같아요. 저희는 그냥 본인 부모님들은 각자 챙기자는 주의로 상대방 부모님과 전화는 그냥 강요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하되 본인이 전화를 주로 하는걸로 합니다. 서로 불만 없고 명절이나 그럴때도 그냥 간단히 하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돈이나 선물 좋아하시더라구요.
아내분도 살가운 편이라 안부인사를 꼬박꼬박 하시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동참하시는게 부부 모두에게 좋을것 같습니다.
타고난 성격상 살갑지 못한 분이라도 아내의 부모님이고 본인의 부모님인데 노력하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실은 저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효도는 셀프라는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하고 좀 실천에 옮겨야겠다 싶어서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부분 중 하나가 전화입니다. 처가와의 통화는 아무래도 아내가 주도하고 저는 잠시 인사드리고 안부 두어 마디 여쭙는 수준인데, 저희 부모님과의 통화에서는 제가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제가 대화를 이끌고, 제가 아이를 불러서 인사를 시키고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제가 끊습니다. 중간에 아내가 이야기를 거들거나 부모님과 대화를 하는데 언제나 거기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잘 못하는 부분이니까요.
초인님의 마음은 십분 동감합니다만, 적어도 본인 부모님과의 통화는 본인이 하거나 그게 영 스트레스이면 아내분과 잘 이야기해서 처가와의 통화는 지금처럼, 그리고 시부모님과의 통화는 줄이는 편이 어떨까 싶어요. 아마 아내분이 (나쁜 며느리가 되는 듯 해서) 부담스러워 하실 수도 있을텐데, 그 부분은 아내 분의 부담을 덜고 부모님도 섭섭하지 않으시도록 초인님이 잘 말씀해주셔야 겠지요. 통화 대신 카톡 사진을 더 자주 보내드리는 식으로 초인님이 안부를 미리 전해드릴 수도 있을테고요. 가장 좋은 건 물론 부모님 안부가 궁금해져서 자주 통화하는 것이겠지만, 사람마다 집안마다 사정이 다르고 하니 일률적으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문제겠지요. 다만 그다지 나눌 말이 없어서 고민이시라면, 그저 식사 하셨느냐, 주말에 뭐 하시느냐, 오늘 운동은 하셨냐, 건강은 어떠시냐, 이런 레퍼토리가 매주 반복되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렇게 하시면 아내분이 가장 좋아하실 듯 하고요, 그럼 초인님도 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더 기분이 좋아지실 겁니다.
부부의 충돌을 줄이는 것은 결국 본인이나 배우자 어느 한 쪽이 아니라 한 팀으로서의 부부를 더 위하는 방향으로 가야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배우자가 나를, 내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섭섭함을 아마 아내분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계실 듯 한데요, 이 때 보통 더 힘든 사람은 계속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하는 쪽일 듯 합니다. 아내 분과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시고, 아주 간단한 변화부터 한 번 시작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서 아주 오래간만에 로그인해서 긴 덧글 남겨봅니다.
그냥 아주 간단한 역지사지만 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초인님의 부인께서 지금 초인님이 하시는 딱 그정도로만 초인님의 부모님께 하신다면 어떨까요?
즉 초인님의 부인께서 장인/장모님께는 부인이 직접 전화 하지만 초인님의 부모님 즉 부인 입장에선 시부모님인 분들에겐 아예 연락도 안드리면? 물론 초인님이 먼저 연락 하시면 얼굴 비추고 인사 정도는 하구요.
그래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하시면 부인께 그렇게 말씀 하시면 됩니다.
난 불편해서 그리 못하겠으니 당신이 여기에 불만 있으면 당신도 앞으론 하지 말라고.
물론 이 경우 초인님의 부모님께서 언짢으셔서 초인님의 부인께 연락이 갈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건 초인님이 해결하셔야 할 문제이구요.
저도 상당히 비슷한(?) 경운데, 저같은 경우는 따로 메일을 드립니다. 명절이랑 생신등 중요 행사때, 그래서 직접 말로 표현 못할 내용이나 그런 것들 글로 인사도 드리고 이런 저런 안부도 여쭤보곤 합니다. 제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사실 직접 뵙고 말씀드리기엔 여간 어색한 게 아니라... 아무쪼록 지혜롭게 잘 해결하시길^^ 화이팅!
많은 공감과 조언들 감사합니다^^ 사실 원글에 얘기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부분은 쉽게 말하면 나는 성격상 힘드니 와이프에게 너도 (와이프가 보기엔 시댁어른들에게)하지 말아라라고 말한부분입니다. 아내는 이부분에 적잖이 실망을 한거 같은데요. 인성을 이야기하며 기본이 없다고까지 얘기하더군요 (이러 사람인줄 몰랐답니다, 평소 인성과 기본을 중요시하고 주위의 그런부분에 대해 민감한편이긴 합니다). 상당부분 동의했습니다.
상식적인 부분에서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 노력하고 기본적인 부분을 항상 놓치지 않으려 하면서, 형식적이나마 빈도 수를 높여가면 차차 나아지지 않을까, 마모님들의 귀중한 의견과 충고에 기반하여 자체적으로 답을 내리며 마무리 할까 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파이팅입니다!
저는 좀 다른 상황이라서 적어봅니다.
미국에 온지 13년 정도 되었고, 도착한 때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한국시각 일요일 아침)에 저와 제아내가 부모님과 통화를 합니다.
제 아내가 먼저 어머니께 하고 다음에 제가 받아서 어머니와 통화하고 난후 아버지하고 통화합니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아내와 아버지가 통화를 합니다.
전체 통화는 약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 걸리구요. 처가쪽은 장모님만 계시는데 자주 통화하시는 게 불편하다고 하셔서 한달에 한번으로 합의를 했습니다. 사실 워낙 활동적인 분이시라 전화드리면 나와 계셔서 오래 통화를 못합니다.
처음에는 참 어색하고 불편한데 이상한 점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할얘기가 많아지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각자의 남편에 대한 하소연도 하고 그럽니다.
부모님께서 1년 아니면 2년마다 오시는데 만나도 그동안 계속 연락을 하니 전혀 떨어져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저는 자주 연락드리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다만 화상통화는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대화에 집중하기가 힘들더군요. 단순한 음성통화만 하고 애들은 영상으로 따로 보내던지 아님 그때만 화상통화합니다. 그리고 여러명이 한꺼번에 하는게 아니라 일대일 통화를 권유합니다.
아무 할말이 없는 것 같아도 그냥 지난주에 누구를 만나셨고 뭐를 드셨고, 어디 편찮은데 없으신지 물어보는 것만 해도 충분합니다. 거기서 또 새로운 대화가 시작할수 있으니까요.
아내한테 참 고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시댁과 이렇게 매주 통화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집안일을 좀 많이 하는 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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