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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닭다리 | 2018.01.02 20:14:28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요즘 온디맨드 코리아에서 보고 있는 쇼프로인데요, 이게 은근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첨엔 흔한 한국말 잘하는 (또는 잘 못하는) 외국인 나오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겠지하고 봤는데 한국에 오래 살면서 가보지 못했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돌아보게 하더라구요.

 

좀 늦게 시작해서 이제 작년 10월 분을 보고 있는데, 독일 친구들의 경우에는 그냥 예능으로만 가면 딱딱하고 재미 없고 좀 공대생 같은 그런 국민성을 부각시켜서 웃음을 유발하려나했는데 왠걸.... 서대문 형무소, DMZ 같은 경우 저는 사실 가 본적이 없습니다. 일제시대 배경으로 갈만한 곳은 독립기념관 정도만 생각했었거든요. 경주도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수학여행으로 가서 아무 기억이 없구요, 그저 밤에 어떻게든 여학생 숙소로 가서 놀 생각, 장기자랑 때 춤/노래 할 생각만 하던 어린시절이니까요.

 

지금까지 나온 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젊은 편입니다. 30대가 주를 이루었고 지금 막 보기 시작한 러시아 친구들의 경우에는 아주 풋풋한 20대 초반의 여대생들이구요.

 

물론 그들은 잠시 며칠 머물다 가는 '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한거라서, 그리고 항상 따라다니는 카메라들로인해 이미 주변 사람들이 '아, 얘네들 TV 촬영 중이구나' 라고 알고 있으니 시민들이나, 상점 주인들이 대하는게 아무래도 특별하겠지요.

 

멕시코 친구들은 무계획이 계획인 것 같이 보이지만 항상 자기 나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한국 좋다고 칭찬은 계속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사진 찍을 때에는 거의 김치~~ 대신 데낄라~~, 멕시코 국기, 멕시코 전통 모자, 멕시코 유니폼 등등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항상 지니고 다닙니다.

 

 

 

이 프로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느낀것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다른 마모님들에게도 물어보고 싶은 질문인데요, 대부분 초딩, 중딩, 고딩, 대딩, 군딩(?) 친구들과 어느정도 아직까지 친분을 유지하고 계신지요? 물론 나이대에 따라 다른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경우 40대 초반인데 외국 나온지 20년 가까이 되어가기에 초딩은 거의 전멸이고, 이번에 한국 가서 중딩 친구 몇을 10여년만에 만났고, 이상하게 고딩때 친구들은 연락이 되는 친구들이 없습니다. 군대가기 전까지는 만나왔는데 제대하고, 또 외국 나오면서 고딩때 친구들은 연락이 끊겼습니다. 한국 들어가면 주로 만나는 친구들이 대딩 때 친구들, 그리고 저는 특이하게도 군딩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군대를 조금 늦게 가긴했는데 유난히 동기 중에 동갑이 서너명이 있었는데 그 중 서울 사는 군딩 동기와 아직도 친분이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 연예인들이 자기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해서 그들이 며칠 지내는 좌충 우돌 여행기를 방송으로 보내는 형태인데요, 한국에 사는 외국인 연예인은 대부분 하루만 같이 놀아주고 나머지 일정은 한국말 거의 못하는 외국친구들이 알아서 해야하는 포맷입니다. 그 초대받은 친구들을 보면 중딩, 고딩 때 부터 알던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서 전 놀랐거든요. 초대하는 외국인도 나이대가 30대라 아무래도 저와는 좀 차이가 나기도 하겠지만 그들도 그들 입장에서는 외국에 나와 사는거거든요. 제 친구들은 주로 대딩 때 친구들이에요. 이번에 10여년만에 겨우 연락이 된 중딩 때 친구들을 만났는데 많이들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더라구요. 그게 그럴 것이 대딩때에는 같은 학교, 같은 과니까 대부분 미친듯이 재주가 특출난 경우가 아니면 비슷 비슷한 수준의 회사에 입사를 하고 다들 비슷한 모습으로 사는데 비해서 초딩, ,중딩 때 친구들은 많이는 아닐지 몰라도 동네도 커가면서 옮기게 되고 어릴 때 놀던 모습만 기억 나다가 다른 전공에 다른 직장에 좀 많이 다른 모습으로 사는 것 같아서 저처럼 정말 오래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경우에는 잘못하면 어색할 수 있겠더라구요. 한창 아일러브스쿨이 유행할 때에도 모임에 나가보면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연예인 비스무레하게 되어있는 친구들, 조폭 비스무레하게 되어있는 친구들, 갑작스럽게 땅값이 올라 졸부가 되어있는 친구들,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있는 친구들.... 정말 각양각색이더군요. 아무튼 대딩때의 친구들이 주를 이루는 저와는 달리 이 외국친구들은 중딩/고딩 때 친구들을 많이 초대하는 것 같았어요.

 

아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외국 친구들이 작은 도시에서 왔어요. 서울은 인구 천만의 대도시이기에 그들이 보기에는 첨단이자, 웅장 뭐 그런 느낌일거겠지요. 작은 동네이다보니 친구들도 어릴 때부터 알던 친구들이 아직 연락이 되는 걸테구요.

 

만났을 때에도 10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너무 씐나게 반갑게 얼싸안고, 헤어질 때 공항에서 배웅할 때에도 남자들끼리도 아쉬운 마음 다 표현하더라구요. 저는 몇년만에 만나도, 헤어질 때에도 사내자식들이라서 그런지 많이 내색하지 않으면서 만나고 헤어지거든요. 그게 친한관계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한데, 아... 우리는 표현하는 것에 인색한 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은 그렇다쳐도 가족들에게도 우리가 얼마나 표현을 하고 지내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는게 그런거지 뭐 하면서 바쁘게 지낸다는 생각에 표현에 인색하게 지냈구나 싶었습니다.

 

 

 

 

둘째는 우리나라에 아직 가본 적 없는 곳이 많다는 것을 떠나서 한국을 떠나온지 오래라면 오래고 아니라면 아니겠지만 (이젠 오래인 쪽이 덜 어색한 편입니다) 한국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ㅠ.ㅠ 문화, 역사, 정치 이런 것들을 외국 나와 산다는 핑계로 일부러 너무 소홀히해서 솔직히 좀 창피하더라구요. 정치쪽에는 제가 좀 냉소적인 편이라 관심이 없는데, 역사나 문화 같은 것들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좀 멍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외국인들만 즐비한 회사에서 한국사람이라고는 저 딱 하나인데 한국 문화 홍보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회사 사람들은 저를 보고서 한국을 간접적으로 판단하고 배우고 할텐데 제 자신이 한국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에도 책을 몇권 사왔는데 그 중에 와인 책 한 권, 맥주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출장 갈 때, 모임 때 쉽게 접하는 와인이자 맥주인데 몰라도 너무 몰라서 대충이라도 알아두면 도움이 될까 사온 책인데 다음에 가면 한국 문화나 역사에 대한 책도 사와야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책으로, 또는 인터넷으로 다 배우지 못하는 문화와 역사를 조금씩은 다들 알고 있을텐데 외국 나와 산다는 핑계로 너무 소홀히 대했나 싶습니다.

 

 

 

이 TV 쇼는 어차피 예능이라 뭐 배우자고 하는 프로그램은 아닌데 출연진들의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저는 솔직히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다들 저보다 어린 친구들인데 생각도 깊고, 내가 저 나이 때에는 뭘 했을까? 저런 생각들을 해본적이 있나 싶더라구요. 며칠만 머물다 떠나는 그들이 대부분의 마모 회원분들처럼 아예 한국에 살게 된다면 또 그들이 받아들이는 점이 많이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정답은 없는 질문이지만 다음에 한국 방문할 때에는 뭔가 좀 다른 마음으로 하고 싶어요. 간단하게 부모님께도,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좀 더 표현을 해보고 그러고 싶네요 왠지. 한국 갈 때 너무 맛 집, 먹고 싶은거, 그런거에만 집중한거 같아요. 물론 그것도 여행의 중요요소이지요. ^^

 

 

아! 그리고 마모회원님들께서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방문 가이드 책같은걸 블로그와 함께 펴내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했습니다. 아마 가장 정확한 한국 방문 가이드가 아닐까 싶어요. ^^ 글 솜씨 좋으신 분들도 계시고, 한국 방문이야 연중 끊임 없이 있고, 영어 잘하시는 분들도 많으실테고. 그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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