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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Interstellar Travels... 항성간 여행

awkmaster | 2018.01.25 20:15:5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요 며칠간 마일모아 게시판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만, 저부터라도 분위기를 다시 살려보자는 마음에 약 1년전 제가 생각을 정리하며 써놨던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선천적으로(?) 이과라 글을 쓰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는건 아니지만, 제가 연구하는 분야와 관련된 주제라서 일반인 분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게시판 댓글 논쟁을 보면서 상처받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치유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Breakthrough Starshot

 

어릴 적부터 늘 ‘10년, 50년, 100년 뒤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2017년도 달력을 한장씩 뜯어내는 지금 자동차는 하늘을 나는 대신 여전히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괜히 30년도 더 된 영화 백투터 퓨처를 만든 감독을 향해 조금은 화가 나지만, 40을 넘어선 나이에도 불구하고 10년, 50년, 100년 뒤의 미래가 너무나 궁금한건 어쩔 수 없나보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면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작은 기술의 발전도 후세의 역사학자들은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으며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게 살던 나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기사거리를 최근에 과학잡지 Nature에서 읽게 됐다. 이름하여 "Breakthrough Starshot”, 인류 최초로 태양이 아닌 다른 별을 향하는 무인우주탐사선을 쏘는 계획이다. 얼핏보기에는 50년 전 공상과학영화에서도 시큰둥하게 받아들일 만한 프로젝트같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과학자들이 심각하게 이런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처음 이 기사를 읽는 순간 내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대는걸 느꼈다. 그리고 관련된 논문을 내 전문분야의 논문집에서 찾아 읽었을 때에는 이게 논문거리가 될만큼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에 또한번 그랬다.

 

2016년 4월 경 러시아의 기업가 유리 밀너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함께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센타우리로 우주탐사선을 보낼 1억 달러 (한화로는 약 1천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Breakthrough Starshot을 발표한다. 이 항성계는 지구로부터 4.2 광년 떨어져 있다. 빛으로 4.2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또 다른 얘기로 하자면 우리가 현재 보는 이 별은 4.2년 전의 별이라는 뜻이다. 공상과학 영화에 익숙하 사람에게는 4.2광년이라면 꽤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가장 멀리 보낸 우주선인 보이저1호 까지의 거리를 2000배나 늘려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이 말인즉슨, 현재의 기술로는 몇 세대가 나고 자라고 죽는 동안이 지나더라도 이 별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Breakthrough Starshot이 제안한 방법은 그래도 꽤 실현가능한 미래의 기술이다. 핵심을 짚자면 돛을 펴고 바다를 항해하는 돛단배처럼 자체의 연료 없이 알파센타우리 항성계로 가는 것이다. 이 우주선의 돛은 가로세로가 4미터 정도되는 얇은 막이고, 바람 대신 지구에서 쏘는 강력한 레이저를 동력으로 날아가게 된다.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의 무게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 배터리, 센서, 수신기, 송신기 등등의 모든 장치가 달린 본체는 지름 1cm 짜리 칩속에 설치해야 한다. 오늘날의 기술로는 이 모든것이 불가능하지만,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해서 꽤 현실성 있게 세운 계획이다. 우주선이 띄워지고 나서 처음 몇분간 레이저로 돛을 향해 쏘게 되면 우주선은 빛의 속도의 5분의 1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약 20년 후 목적지에 “드디어”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를 통해 이 항성계에 속하는 “프록시마센타우리"라는 별은 우리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이라는 의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2016년에 Nature 잡지에 게재된 논문(Guillem Anglada-Escudé et al.)에 의하면 프록시마센타우리를 공전하는 프록시마b라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이 존재하고, 이 행성은 자신의 태양(프록시마센타우리)으로부터 생명이 존재할 만한 적당한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인가! 그 수많은 별들 중에 우리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에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별이 있다니! 물론 후속연구가 계속해서 나와야겠지만 우주탐사선을 프록시마센타우리로 보내는 일이 더없이 중요해졌다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우주선이 위에서 말한대로 별에 도달한다고 해서 마음껏 머물며 프록시마b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거다. 빛속도의 5분의 1이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 자체에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목적지를 그야말로 스쳐가게 된다. 마치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처럼. 이 우주선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2시간 정도다. 이 2시간내에 카메라로 별과 행성을 촬영하는 등 모든 관측이 끝나야 한다. 촬영이 끝나면 우주선은 레이저신호를 지구방향으로 쏴서 자료를 전송하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4.2년 후에 그 신호는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20년동안 날아가서 겨우 2시간만 볼 수 있다니!  정말 너무한건 아닌가? 그래서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른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2월 초에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된 논문(Heller & Hippke)이 한가지 색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프록시마센타우리까지 날아가서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프록시마센타우리는 “알파센타우리” 항성계라는 두 별 주위를 도는 또다른 별이다. 이 세 별의 위치를 잘 계산해서 우주선을 보내면 마치 태양계의 탐사선이 지구나 다른 행성의 중력을 통해 속도와 방향을 바꾸듯이 (이걸 fly-by 또는 gravity assist라고 한다) 항성계의 중력에 묶여서 세 별과 그 행성들을 오랜 시간동안 탐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주선의 돛을 가속하는데만 쓰지 말고 감속하는데에도 쓰자는 제안인데, 이때 역풍에 해당하는 역할은 바로 목적지 별의 빛이 한다. 이런식으로 잘만 조절하면 원하는 별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나그네가 맘씨 좋은 주인을 만나 그 집을 거점으로 마실 다녀오듯이. 물론 이 계획에는 큰 단점이 있긴 하다. 계산해 보면 일단 알파센타우리라는 별까지 가는데 약 95년이 걸리고, 거기서 프록시마센타우리까지 약 46년이 추가로 걸린다. 알파센타우리에서 프록시마센타우리도 우리가 보기엔 가깝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태양-지구 거리의 약 1만배 정도 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우리 모두 죽고 난 다음의 얘기가 되는 것이다.

 

항성탐사선과 관련된 연구가 앞으로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과학자들은 가장 현실적이면서 빠른 시간 내에 태양과 가까운 별에 도달하는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고, 현재는 불가능하더라도 기술자들은 항성간 여행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낼 것이다. 우주선을 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어느날 우리는 태양이 아닌 다른 별의 모습을 화면(3차원이겠지?)에서 보며 환호할 것이고, 지구가 아닌 또다른 지구의 모습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기 위해 직접 영상을 분석하는 모습이 뉴스에 나올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그런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 딸, 우리 아들이 보는 뉴스에 나오리라.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차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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