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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Update 7/25) 빈 둥지

kaidou | 2018.05.08 21:05:5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7/25

10일쯔음 네마리중 세마리가 독립을 했습니다. 덜 자랐는데도 나가서 뛰는 걸 우연히 봤네요. 아마 주변에 방해요소가 너무 많아서 새들이 위협을 느끼고 나간거 같습니다. 99% 죽었을 거라 믿습니다..왜냐면 나무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을 기는 새는 고양이/독수리/까마귀의 타겟이 되거든요.

11-12일쯤 마지막 한마리가 사라졌습니다. 둥지가 파괴되어 있는게 인상적이네요. 사람이 한건지 천적이 한건지..이젠 구분조차 안 갑니다.

 

비록 다 큰걸 보지는 못했지만 즐거운 경험을 해서 참 좋네요.

 

 

7/3

제가 둥지 찾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어쩌다 보니 바로 맞은편 소나무에 둥지를 발견했네요. 근데 이번에는 너무 높이가 낮고 잘 보여서 저로써는 반갑기는 하지만 반대로 천적한테 발견당할 확률이 너무너무 높아 보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최대한 자극 안 하면서 관찰할 수 있을거 같아서 행복하네요.

참고로 아기새는 그다지 예쁘지 않습니다. 최소한 1-2주는 지나야 좀 귀여워 집니다.

 

bird.jpg

 

 

 

 

 

5/9 아침 업데이트

결국 제 예상이 맞았네요. 아침 7시 반쯤 둥지를 살펴보니 마지막 새끼도 사라졌습니다. 어제 밤 8시 반쯤 마지막으로 생존을 확인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11시간 사이에 100% 천적에게 먹힌거 같네요 (밤에 아이들이나 그 외에 사람들이 새를 해칠리는 없을테니깐요). 둥지/나무 주변을 뒤져봐도 없는걸로 봐서 아예 먹혔거나 잡혀간거 같습니다. 생일날 아침부터 뭔가 우울하네요 ㅜㅜ.

 

 

IMG_1452.JPG

(사진은 네마리가 다 깨어나서 잘 살아있을때 한마리를 호기심을 못 잡고 잠깐 만졌습니다! 절대 죽은거 아닙니다)

 

 

집 앞에 어떤 작은 나무에 새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Mockingbird 라는 나름 미국에선 유명한 새입니다. 

이녀석들이 매년 여름에 우리집 블루베리를 먹어대서 무진장 얄밉기는 하지만 막상 둥지를 집 앞에 트는 걸 보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칸쿤 떠나기 일주일전에 둥지를 아이폰으로 동영상 찍어봤는데 알이 네개 있더군요? 매추리알 수준으로 매우 작았고 새가 얼마전까지 품었었던지 따뜻했습니다.

떠나기 직전까지는 알이었고, 칸쿤 일주일 다녀와서 둥지를 보니 막 태어난 새끼 네마리가 있었습니다.

 

옛날 옛적에 한국 아파트 8층 살던 시절, 베란다 바깥에 에어컨과 집 사이의 공간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어서 새끼 세마리 키우는 걸 본 저로써는 사실 매우 반가웠습니다. 어떤 한편으로는 보살펴 주고 싶기도 하지만 최고의 선택은 내비두는 거라는걸 알기에 그냥 냅뒀습니다.

나무를 툭 살짝 치면 새끼 네마리가 엄청 큰 부리를 열고 위로 짹짹거리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때 봤던 비둘기새끼랑은 좀 달랐기 때문입니다.

 

새끼가 나오고 나서부턴 부모들이 엄청 거칠어졌습니다. 알만 있던 시절에는 둥지속을 봐도 아무런 기동도 안 하던 녀석들이 이제는 제가 근처에만 가면 막 달려들더군요. 지붕에서 저를 째려보는 부모들을 한참 쳐다보다 출근하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새끼들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두마리인가 세마리는 뒤집어져서 자고 있는거 같았고 나머지 한마리도 축 늘어져 있더군요. 어제 날씨가 더워서 그랬나.. 하고 출근을 했고, 퇴근을 하고 올때부터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둥지를 살펴보려는데 부모는 보이지도 않고, 새끼가 반응이 없었습니다. 나무를 툭 쳐보니 한마리만 반응을 했습니다. 

나머지는? 하면서 둥지속을 보니 네마리중 세마리가 없어졌더군요. 기가 막혀서 둥지랑 나무 주변을 찾아봤는데... 아뿔사, 한마리는 제 차 바퀴 밑에 깔려있었습니다 ㅜㅜ. 새끼가 이미 드라이브웨이 위에서 죽어있었던 건지 아니면 기어다니다가 운 나쁘게 차에 밟힌건지... 느낌상 전자 같았고, 이미 개미들도 많았기에 죄책감은 좀 사라졌습니다. 반찌부가 된 새끼새를 옆에 땅에다 묻고, 다시 다른 새끼들을 찾아봅니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입니다.

평소라면 부모새들이 날 공격하고도 남아야 하는데 오늘따라 보이질 않습니다. 30분 간격으로 나와서 근처를 살펴봐도 아무것도 없고.. 남은 한마리는 울고 있고. 마음이 참 거시기했습니다.

 

결국 아끼고 아끼던 컴포스트 지렁이들 10마리 정도를 잡아다가 새끼한테 먹여줬습니다. 왠지 이번이 마지막으로 보는 살아있는 새끼라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들었고, 그래서인지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녁 해지기 직전.. 평소 같으면 이미 부모새들이 둥지에 있고 새끼들은 얌전해져야하는 시간, 너무 조용해서 살펴보니 새끼는 여전히 먹이를 찾으며 울고 있고 부모는 근처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구글로 찾아보니 '부모가 새끼 안 버리니깐 그냥 냅둬라' 라고 합니다. 평소랑 너무 다르지만 내가 감히 관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냅둡니다.

 

 

네마리중 세마리가 왜 없어진걸까? 절대로 아직 움직일수도 없는 어린 새들인데 어떻게 드라이브웨이까지 나온걸까? 고민해봤지만 결국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천적한테 먹힌거구나..  예를 들어 매나 까마귀? 아니면 근처에 노는 어린 아이들이 한걸지도.

 

 

작년 8월쯔음에는 Killdear 라는 새가 새끼 세마리를 거닐고 다니길래 호기심에 새끼 한마리를 잡아서 모자에 넣고 관찰했었습니다. 날개에 털도 없고 여린 새끼를 보며 마음이 안정되었고, 그 뒤로는 다 커서 날아간건지 더이상 보지를 못했습니다. 아마 잘 자라서 갔겠죠?

 

내일 되면 알수 있을 아기새의 운명을 지켜봐야 하는 제 모습이 참 밉네요. 맘 같아선 집에 데리고 가서 펫코에서 파는 밀웜이라도 먹이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걸 알기에 냅둬야 하는 현실이 참 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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