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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231223] 예감(藝感), 사오싱(绍兴) 루쉰(魯迅) 생가

오하이오 | 2018.08.05 20:11:5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업데이트 231223  

최근 한국의 정치 뉴스에 루쉰(魯迅, 노신)이 소환됐습니다. 정치 참여 출사표를 던지듯 한 (전) 장관이 한 말,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가면 길이 되는 거죠."는  루쉰의 단편 소설 '고향'에서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사오싱(绍兴, 소흥) 루쉰 생가를 떠 올리고, 다시 오랜만에 다시 '고향'을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은 기억하는 곳과 달리 삭막하고 낯설게 변했습니다. 바뀐 현실을 보여주던 소설의 마지막에 지은이는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과 이사해 살아갈 자신의 처지를 비교합니다. 

 

나도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배 밑바닥에 부딪히는 잔잔한 물소리를 들으며, 난 내가 나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룬투(지은이 옛 친구)와 나는 이미 딴 길을 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어린아이들의 마음은 아직 하나로 이어져 있다. 홍얼(지은이 조카)이 바로 쉐이성(룬투의 아들)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난 그 애들이 또다시 나와 같은 단절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마음을 잇기 위해 모두 나처럼 괴롭게 이곳저곳 떠도는 생활을 하는 것도 절대 원하지 않는다.

또 그 아이들이 모두 룬투처럼 괴롭고 힘들어서 마비된 것 같은 생활을 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괴로워하면서 생활을 포기하고 방탕하는 것도 역시 바라지 않는다. 그 아이들은 마땅히 새로운 생활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아직 경험한 적 없는 그런 생활 말이다!

나는 희망을 생각하면서 갑자기 무서워졌다. 룬투가 향로와 촛대를 달라고 했을 때, 나는 그를 속으로 우습게 여겼다. 그가 아직도 우상을 숭배하고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 말하는 희망 역시 내가 만든 또 하나의 우상이 아닐까? 

단지 그의 희망이 가까운 현실에 있고, 나의 희망은 멀리 있는 이상이라는 차이일 뿐이다.

나는 몽롱해하면서 펼쳐지는 파란 바닷가 모래사장을 보았다. 짙은 쪽빛 하늘엔 동그란 황금빛 보름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머리로 짐작하고 알아 느끼던 것이 지금은 그대로 가슴을 누릅니다. 저는 한국을 떠나서도 매해 가다시피하는데도 고향 '서울'이 점점 낯설어집니다. 제 고향은 소설과 달리 더 발전하고 번듯해지는 데도 지은이가 느꼈을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소설 파일을 댓글( https://www.milemoa.com/bbs/board/5057578#comment_10559941 )에 첨부합니다.

 

 

  아래는 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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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를 벗어나는 여행길 출발을 기념해 카메라를 꺼내자 순식간에 렌즈에 김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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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타고 내리전 전철역, 못 보던 장식물(?)이 생겼다. 내 재촉에 졸지에 공산당원이 된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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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장소에 이런 식으로 증명사진 촬영 용으로 만들어 두면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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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내려 찾아가는 시외버스터미널. 호텔직원이 준 메모만으로 찾기가 쉽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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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 도착한 터미널. 기차와 마찬가지로 표를 사려면 여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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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경험을 살려 아예 버스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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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와 달리 한가한 버스. 지정 좌석이 있었지만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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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를 남북으로 가르는 쳉탕강을 건너 남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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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여 달려 사오싱(绍兴)에 도착했다. 기차로 20 여분만에 도착했으면 싱거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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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로 마중 나온 에벌린, 만나자마자 3호가 에벌린에게 고무줄로 모형을 만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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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직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에벌린 가족은 이날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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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루쉰(魯迅)의 생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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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이 가난했으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큰 집에서 살았으리라고도 생각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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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집과 서당 사이의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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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 맛'을 지닌 서당. 이 세가지는 경서, 사서 그리고 제자백가를 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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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루쉰의 자리. 듣고 보니 의자며 책상에서 광채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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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그 큰 집들을 걷던 아이들이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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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경을 마치고 기념품 가게로. 딱히 쇼핑할 생각은 없었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이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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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엔 루쉰의 소설속 인물 '쿵이지'를 상표로한 안줏거리(?)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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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안주 삼았던 '콩'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쿵이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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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그다지 즐기지 않았지만, 에벌린의 엄마가 사준 그 콩 한봉을 받아들고 먹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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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쿵이지가 마셨던 사오싱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가게 어디에나 잔뜩 쌓여있는 사오싱주.

 

 

[루쉰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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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들은 지난달 중국 여행 중 찍었습니다.

(현재 여행을 다 마치고 집으로 잘 돌아왔습니다.)

당분간 여행 중 못 꺼낸 여행 사진들을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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