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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허그하는 문화에 대하여

무지렁이 | 2018.08.14 17:08:5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미국에 온지 십년도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허그하는 문화는 낯섭니다.

사실 말이 미국 살았다 뿐이지,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 하는 교류는

대부분이 외국인이 대다수인 STEM계열 대학원과

그 연장선 상에 역시나 외국인이 대다수인 직장에 다녀서

미국 문화를 몸으로 느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애가 커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애 친구 엄마들한테 허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끼리는 악수해서 편한데, 여성 분들은 허그를 많이 하시더군요.

제가 쭈뼛쭈뼛하고 먼저 다가가지는 않으니까 모든 엄마들이랑 하는 건 아니지만

사교적인 분들은 선뜻 먼저 하시더군요.

7-8보 멀리서 눈 마주치면서 팔 살짝 들면서 걸어오시면 그 몇초간은 어쩔 줄을 모르고 우물쭈물하는 제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사실 뭐 100% 하는거라면 그거 하는거야 문제가 아닌데 100% 다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더 그래요.

뭐가 기준일지 모르겠어요.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요. "넌 왜 저 사람이랑 허그하고, 저거 저 사람이랑은 안 했냐?" 이럴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쭈뼛쭈뼛한 이유는 이분들이 저한테 오픈마인디드일지, 내가 먼저 하자고 팔 벌리면 이상한 사람 취급할까 그런 걱정들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안 하면 굳이 제가 하지는 않게 되는거죠.

 

사립학교라 그런지 애들 부모들이 거의 다 백인들이고 아시안은 얼마 없어서 좀 위축된다고 할까,

제가 저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단정지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쓰고 보니 이건 허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국 땅에서 외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컴플렉스에 관한 문제가 된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컴플렉스를 어떻게 헤쳐나가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고민, 경험 있으셨던 분들 마일모아에 계실까요?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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