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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Home sweet home

복숭아 | 2019.03.06 05:37:3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1.

유학생활+회사생활 덕에 10년만에 봄에 한국에 왔다

변함없이 한국은 너무나 정신없고 복잡하다

하나 변한게 있다면 미세먼지... 

그저 날이 흐린줄 알았는데 저게 다 미세먼지라니, 기가 막힌다

 

2.

엄마 이모 삼촌들이 모시는 외조부모님은 정말 좋아지셨다

낯빛도 좋아지셨고 거의 식물인간 상태이셨던 외할머니는 내 이름도 부르시고 의사표현도 응! 소리로 하시며 왼팔과 왼다리도 움직이신다

자식들이 정성을 다해 모시니 마음이 정말 편하셔서 좋아지신거같다

 

3.

나에게 있어 제일 친한 친구들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때 친구들. 

한번 인연이 생기면 잘 놓지 않는 내 성격 덕이다. 

이젠 너무나 많은게 달라졌고 사는게 바빠 사실 별로 보고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여전히 제일 재밌고 편하고 반겨주는건 내 친구들이다

벌써 20년이 다되간다 우리도.

 

4.

한국엔 정말 먹을거 많고 할거많고 놀거많다.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여전히 대체적인 서비스나 음식, 즐길것들의 가격이 싸면서 퀄리티는 훨씬 좋다

 

5.

내가 어른이 되어가며 어른들이 늙어간다

엄마아빠가 늙어가는건 기본이고

바쁜 엄마아빠대신 우리 남매를 키워주시고 현재까지도 우리집 살림을 하시는 83세 우리 친할머니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그러실거라 생각했는데

방금전 방에서 낮잠자려는데 매캐한 냄새가 나서 거실에 나가보니 할머니가 보리차를 끓이시는걸 까먹고 냄비를 다 태우셨다

온집안이 연기로 가득차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라시는데 나는 가슴이 덜컥했다

내가 없었더라면 불이 났을건데, 어찌 냄비를 등지고 2미터 뒤에서 그 냄새도 못맡으시고 몇시간을 모르신건지, 슬슬 치매가 오시는건지...

혼자 계시는 시간이 더 많으시니 혼자 계실땐 가스불 쓰지 마시고 전자렌지 쓰시라니 알았다시는데 마음이 안놓인다

 

6.

토요일에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할머니는 자꾸 찍기 싫으시다고 하시더니

당신은 곧 없어지실텐데 후에 그 사진 보면 그렇지 않겠냐고 하시는 말씀에 생각만 하면 자꾸 눈물이 난다

 

7.

컵도 냄비도 책장의 책들도 침대도 다 그대론데

그토록 오기 싫었어도 결국 오면 나에겐

Home sweet home인데

 

8.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렇게 멀리 떨어져 살고있는걸까

벌써 7일중 4일이 지나간다

 

 

 

 

미국에서 진짜 너무 바빠서 오는게 사실 스트레스였는데

결국 오니까 또 가기 싫네요.. ㅎ

 

제가 너무 어려서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것들을 받아들이는게 어려운거 같아요.

아직도 제가 이렇게 없는 사이에 엄마아빠할머니가 늙어가는게 믿겨지지가 않아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살기는 더 싫고요. 

그렇다고 돌아가는게 기쁘지도 않네요. ㅎ

정작 돌아가면 또 Home sweet home이겠죠? 

다들 이런 기분들이시겠죠..? 슬프네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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