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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태국 방콕 - 북한 식당(해맞이관) 점심 후기

Heesohn | 2019.04.01 05:01:4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북한 식당 방문은 싫어하는 분들도 많으신데

저는 북한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구요.

 

일반적으로 방콕에서 가장 알려진 

북한식당은 수쿰빗 BTS 프롬퐁과 

BTS 아쏙 사이에 있는 옥류식당인데요. 

요새는 모종의 이유로 매일하던 저녁

공연을 안 한다고 합니다.

 

(태국 현지 친구 말로는 북한녀성이 

남한으로 도망갔다고...) ^_^ㅋ

 

정말 그런가 하고 옥류식당에 전화로

물어보니 북한녀성이 "공연하지 않습네다"

라고 하시네요. (생애 최초로 북한사람과 대화!)

 

"무슨 일로 그러십네까?" 라고

오히려 제게 물어봐서 당황해서

전화를 끊긴 했는데요. 

 

전화 끊고 와이프와 장난으로..

"고 에미나이 어디로 토켰습네까? 

잡히면 아오지야요"라고 하지 그랬냐고

한참 웃었네요. 물론 그러면 안 되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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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북한 식당 방문도 그냥

물 건너 갔나했는데 태국 여행 마지막

날 태국 친구가 회사 일로 전날 저녁에

북한식당을 갔었는데 거기서는 공연을

하더라.. 이러네요. 

 

저는 북한식당이 방콕에 하나뿐인

줄 알고 "거기는 한국사람이나

조선족이 북한식당 흉내낸 그런

곳일꺼야."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점심 먹으러 가 보자고 합니다.

 

어차피 떠날 날이라 저녁공연은 못

보니 긴가민가 하면서 따라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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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해맞이관이라는 곳인데

수쿰빗에서도 차로 좀 들어와야

하는 좀 외진 곳에 있습니다.

 

나중에 북한녀성과 대화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옥류관이나 해맞이관이 

같은 평양출신인데 파견한 회사만

다르다고 합니다. 방콕에만 총 3개의

북한식당이 있다고 하구요.

 

정부기관에서 일괄로 보내는 줄

알았는데 회사가 따로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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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깨끗한데 손님은 저희 밖에

없었고 노래는 왠지 80년대스러운

음악이 나오고 있어서 정말 북한에

간 듯한 느낌까지 받았네요.

 

북한녀성 종업원은 총 3명이었는데

그 중 두 분이 저희를 담당하셨습니다.

 

어린 듯한 외모에 갸냘프고 왜소한

체격이었는데 그냥 봐도 일반 한국사람

같지 않고 북한스러운 그런 화장과

복장을 했어요. 

 

333.JPG

 

메뉴가 좀 꼬질꼬질합니다. ^^;

가격은 태국 물가 대비 높은 가격대.

평양냉면만 보면 한화 9천원정도니

한국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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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맥주가 있으면 마실까 했는데

그건 없고 들쭉술은 있다고 하는데

점심시간대라 독주는 안 하고 싶어서

그냥 물만 주문했구요. 

 

특이한 게 메뉴의 모든 음식이 한국식

표기입니다. 아무래도 한국 관광객

상대다 보니 그런 듯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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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회는 모듬회를 이야기하는

거겠죠.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고등어회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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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와 김치도 따로 메뉴에 있습니다.

태국 한식당에서도 돈 내고 김치 사

먹은 적이 있으니까 이 정도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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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구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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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가 상당히 많은데요. 

꽃게탕과 국밥까지도 메뉴에 있구요.

 

제가 듣기로 해외에서 한식메뉴 자체

조달이 어려우니 북한식당도

한국마켓에서 재료 사다가 조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하네요. 

 

20190322_131434.jpg

 

해맞이관도 저녁에 공연을 하니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하러

많이들 오는 편이라고 합니다. 

 

저희 음식 서빙해 주신 북한녀성들도

서빙도 하지만 저녁에는 노래와 춤,

악기를 연주한다고 하네요. 색소폰을

연주한다는 북한녀성 2호가 어제 와서

식사한 친구의 얼굴을 기억하고

이것 저것 물어봅니다. 

 

제 친구에게 약간 관심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친구에게 결혼했냐고

묻길래 결혼한 새신랑이라고 하니

새침하니 자리를 뜨시네요. ^^;

(결혼반지 손 본다고 안 끼고 나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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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녀성들은 사진 찍히는 걸 극히

경계하고 식당 내부에 감시카메라가

있어서 저도 좀 사진 찍기가 그래서

좀 대충 이것저것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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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온 밑반찬 (무료)

북한녀성들은 음식만 가져다 주고

끝나는 줄 알았더니 음식 나오면 다

먹기 좋게 담아주시고 비벼주시고..

다 관리(?) 해 주십니다.

 

444.JPG

 

따로 주문한 백김치 (190바트)와

깍두기 (190바트) 뒤에 나올 냉면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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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주문한 함흥회랭면

(390바트) 한국에서 먹던 일반적인

회냉면과 다른 비쥬얼인데요.

한국은 국물이 거의 없고 매운

편인데 북한식은 완전 반대입니다.

 

맛은 간이 좀 덜 된 듯한 느낌.

건강하게 아무런 조미료 안 하고

먹는 그런 밍밍한 맛입니다. 

한마디로 맛이 없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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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300바트)도 심심하고 밍밍하네요.

물론 이게 냉면의 참맛이겠지만 

한국에서 먹던 냉면 생각하고 먹으면

맛없습니다. 그리고 냉면에 얼음이

하나도 안 들어가구요. 가위로

자르지도 않습니다. 

 

꿩고기는 구하기 어려우니 닭고기가

대신 들어갔구요. 참고로 북한사람들이

한국 물냉면을 먹으면 달아서

맛 없다고 한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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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먹을 돌솥비빔밥과 저희가

먹을 돌솥비빔밥도 하나 시켰는데

나오자마자 북한녀성들이 다 떠

주셨습니다. (돌솥밥 290바트 x 2)

 

음식가격은 냉면 2그릇, 돌솥밥 2그릇,

김치, 깍두기, 물병까지 해서 1750바트

나왔구요. (팟타이가 몇 그릇이여..)

 

식사 하는 내내 옆에서 도와주시고 

아기와도 놀아주셔서 이런 저런

대화를 꽤 많이 했습니다. 

 

저희는 민감해서 못 할 그런 질문도

태국친구가 많이 했는데 단답형으로

안 하시고 다 자세하게 답변도 해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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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른다는 북한녀성 1호는

23살인데 평양이 고향이고 가족은

다 평양에 있는데 오빠는 테니스

선수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갓 파견된 듯한 그런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의 생글생글한

얼굴의 처자였는데요. 

 

방콕생활에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구가 북한에서 인터넷이

되냐고 하니까 평양내에서만 쓰는 것만

가능하다고 그러네요.

 

북한에 가장 좋은 대학이 김일성대와 

김책대냐고 물었더니 정색을 하면서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입네다..

라고 정정까지 해 주셨습니다. 

 

북한 경제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본인은 방콕에서 몇 년 일하고

평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다시 해외로 나올 것 같진 않다고 합니다. 

한달에 한번 휴가 받는다고 하는데

단체로 나간다고 하네요. 

 

좀 수심이 가득한 북한녀성 2호 

(아까 친구에게 결혼했냐고 물어본..)

방콕생활이 힘들다고 그러시네요. 

공연할때 색소폰을 분다는 그 분과는

대화를 길게 이어가진 못 했구요. 

 

 

20190322_135842.jpg

 

점심 식사 다 마치고 나갈때까지도

북한녀성들은 본인들이 사진에

찍힐까 봐 경계하는 눈치였습니다. 

 

총 6명의 북한 사람을 봤는데요.

북한녀성 종업원은 총 3명, 주방장인지

감시하는 매니져인지 모를 북한 남성

3명이 구석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폭포스..)

 

공연은 못 봤지만 손님이 없어서 대화를

더 많이 할 수 있어 좋았구요. 그래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북한녀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살짝 놀라긴 했습니다. 

 

그래도 북한 명문가 출신의 처자들

일텐데 가족과 떨어져서 외롭게

일하고 있는 게 안타깝더군요. 

 

통일되서 경계가 없다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그런 생각도

했구요. 어찌되었든 음식은 맛이 없어서

맛 때문에 또 갈 일은 없을 듯 합니다만

나름 독특한 체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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