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have seen the unseeable.” 오늘의 기자회견을 요약한 한 문장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가운데 검은 구멍이 바로 블랙홀입니다. 블랙홀은 많은 분들이 알듯이 빛(광자)까지 빨아들이는 강력한 중력을 지녔기 때문에 블랙홀 자체의 영상만 찍는건 의미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검은 배경에 검은색 물체가 있는 거라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대신 event horizon (사건지평선)이라 불리는 가상의 테두리를 최초로 촬영한 것이고요, 중요한 점은 사건지평선의 형체가 이론적으로 예측하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겁니다. 사진에서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공전하는 가스이고요, 검은색 동그라미의 가장자리가 바로 사건지평선이 되겠습니다.
참고로, 블랙홀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할 당시 처음으로 수학적으로 (정확히는 수리물리학적으로) 예측한 것입니다. 이걸 간접적으로 증명한 적은 많지만 사건지평선을 촬영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눈"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꼬박 104년이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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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계, 아니 과학계 전체에서는 꽤 큰 뉴스라 오늘 여기저기서 보거나 들으실거라 생각하고 글 올립니다. 오늘 (2019년 4월 10일) 동부시간 오전 9시부터 디씨에 있는 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 press conference가 진행 중입니다. M87이라는 처녀자리에 있는 은하의 중심에 존재하는 블랙홀의 영상(첨부)을 방금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아직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라 이후에 더 자세한 내용이 전해지는대로 글을 업데이트해 보겠습니다.
인터스텔라!!!
역시 명작이었어요!!! 비슷함 ㅋㅋ
오 몇칠전 사진 올라올거라고 읽었는데....진심 신기....ㅂㅂㅂ
오. 저것이 말로만 듣던 블랙홀!
떠오르는건 크리스피크림 오리지날 글레이즈!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01&aid=0010755015
네이버에서 한글 기사 발견했어요.
기사 링크 감사합니다. 벌써 한국에도 엄청 많이 올라왔네요. 특히 한국천문연구원에 관련 연구자 분들이 몇분 계셔서 한국에서도 크게 발표했답니다.
진짜 검은 구멍만 보이네요...
오 기다렸어요. 좀 더 기사에 안나오는 배경 지식도 기대합니다.
블랙홀은 Singularity 와 Event horizon 정도의 존재가 예측되고 있습니다. Singularity 는 질량이 응축된 점, 그러니까, 블랙홀의 코어라고
생각하시면 그나마 상상하기 쉬울 겁니다. 이 점은 수학적으로 밀도가 무한대에 가까운데요, 블랙홀이란 이런 무한에 가까운 중력 때문에,
빛 조차도 해당 중력을 못 이겨내고 빨려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첨언하면, 보통 중력을 벗어나려면, 일정 속도 이상이 되어야하지요.
예를 들면, 지구 중력 탈출에는 11.2 km/s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블랙홀은 탈출속도가 3e+8m/s 보다 높은 경우인거죠.
이때 빛이 빨려들어가는 경계선을 Event horizon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은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Event horizon 안팎에
위치하는 존재끼리는 서로간에 어떠한 영향이나 작용을 주고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붙었습니다만.
전 왠지 모르게 이 이름이 낭만적이라 생각합니다... :)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블랙홀로 들어가면 다른 평행 우주가 나온다던가 다른 차원의 우주가 나온다거나 하는 것은
다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착안된 거라 보시면 됩니다. 여튼, 저기 촬영된 컬러가 있는 곳은 빛이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고요,
고 밑에 까맣게 되어있는것이 블랙홀, 그 바운더리가 event horizon 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안쪽은 빛이 탈출을 못하니까 아무것도 못보죠.
이런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몰랐네요. :)
설명이 곁들여지니 이해가 잘 돼네요. 감사합니다
이론 물리학 전공하시는 분이 여기 계시군요! 아니면 죄송... ㅋㅋ
전혀 아닙니다. ㅋㅋ 그냥 어렸을때 부터 관심이 많았던거고.. 코스모스는 정말 책이 찢어지도록 보면서 자랐거든요.
설명 감사합니다.
잼나네요. 설명 감사합니다.
궁금한게 있는데요, 인터스텔라에 나오던 블랙홀이 실제 과학자의 조언을 받아서 실물에 가깝게 표현한거라고 하는데
위 사진에 밝은 도넛 모양이 이른바 "강착원반" 인가요?
그럼 이 사진처럼에서는 도넛을 위에서 본 것처럼 나오는데, 우연히도 강착원반의 각도가 그렇게 나온 걸까요?
강착원반이 해서 찾아봤더니 accretion disk 말씀하시는군요. 맞습니다. spiral 형태가 나타나는 원인이죠.
어디에서 블랙홀을 봐도 저렇게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블랙홀의 모양을 보려면 한차원이 더 올라가야해요.
간단하게 1D 수직선상의 숫자세게에 사는 사람들이 i (sqrt(-1)) 을 이해하려면 2D 의 개념이 필요한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공간자체가 찌그러진 것의 표현이 3D 에서는 불가능하니까요.
1:06:40 경부터 보시면 시뮬레이션 한 것이 나오는데요, 고거 보시면 이해가 잘되실거에요. 어떤 모습을 찍은건지.
시뮬레이션과 이미징한 결과는 정말 놀라우리만큼 유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nJi0Jy692w
와 신기하네요!
아인슈타인이 진짜 천재..... 백년전에 책상에 앉아서 저거 계산했으니까요.
그렇잖아도 며칠전부터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해서 많은 곳에서 블랙홀을 드디어 찍은건가, 이벤트 호라이존이 찍힌건가, 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지요.. 그리고 드디어 오늘이 왔군요 ㅠㅠ
이번 발표로 천문학 부분에서는 정말 큰 발전이 있을거 같네요.
생각보다 링이 크네요..... 링이 훨씬 작을 꺼라 예상했었는데.... 사이즈는 얼마나 되나여?
링의 크기는 계산해보니 약 700AU, 여기서 1AU는 태양-지구 의 평균거리입니다. 태양-해왕성 까지의 거리가 약 30AU이니, 행성계 크기의 20배가 조금 넘네요.
계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블랙홀은 그럼 대략 무게가 태양의 8000 배 정도 되는 건가여?
아뇨, 블랙홀 질량은 태양의 6,500,000,000 배(!) 정도 됩니다.
잉 제가 뭘 계산을 잘못했나여?
처음에는 태양 중력을 미치는 영향으로 생각해서 대략 20^3 배 무거우면 되겠다 해서 8,000 배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고 빛 속도가 못 빠져 나가는 거니까....
슈바르트 실트 공식에서..... m = r * c^2/(2 G).....
c^2/(2G) 는 상수로 1/1.48 10^27.....
r은 말씀하신데로 700 AU = 700 x 1.49 10^11.....
따라서 질량 m 은 700 * 1.49 10^(11+27) /1.48 = 7 10^40 kg...
태양의 무게가 2 x 10^30 kg 이니까.....
대략 3 x 10^10 배....
저도 Schwarschild radius (r_s) 를 700AU로 놓고하면 약 3.5E10 solar mass가 나오는데요, 700AU가 저 링의 크기이지 r_s와는 다릅니다. 실제 r_s를 관측할 수 없으니 링 관측을 시뮬레이션과 맞춰서 정해지고 여기에 scaling factor 도 들어갑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간단한 결과만 서술한 첫 논문을 보시길:
https://iopscience-event-horizon.s3.amazonaws.com/article/10.3847/2041-8213/ab0ec7/The_Event_Horizon_Telescope_Collaboration_2019_ApJL_875_L1.pdf
정보 감사합니다. 시간 나면 읽어 보겠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보자마자 억마님 생각했다는. 역시나 설명까지. 감사합니다 !
+1 저도 기사 봤을때 생각났다는. 역시나 올려주셨네요. 인터스텔라나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요 영상 보시면 조금더 그래피컬하게 잘 표현되어있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omz77qrDjsU
요게 NSF press conference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nJi0Jy692w
1:06:49 보면 시뮬레이션 어케 한건지 보여주네요.
그나저나 어마어마하네요. 데이터양이 5Petabyte 라니.. ㅎㅎ
이 대단한 콜라보에 찬사를 보냅니다! :)
오호라... 매번 상상도만 실사처럼 봤는데 이게 진짜 블랙홀이군요, 사진 계속 들여다보니 눈이 어질라니 빨려(?)들어갈것만 같군요...
무식한 질문이지만, 그럼 이제 저런 사진을 계속 찍을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건가요? 대략적인 후보군은 몇개 가지고있잖아요, 근데 누가??? ㅋ
블랙홀의 크기가 어느정도 이상은 되야 하고, 충분히 가까와야 영상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해진 후보가 우리은하 중심의 Sagittarius A라는 천체와 M87은하 두개였는데요, 이번에 촬영된 영상은 M87의 블랙홀입니다. 아마도 곧 우리은하 블랙홀 영상도 발표되리라고 봅니다.
오... 가까운게(?) 5500만광년이라는거죠 하유...
어마어마한 규모로군요, 허긴 근처에 있다간 빨려(?)들어갈테니깐요...
설명 감사합니다!
근데 우리 은하 블랙홀은 위(?)에서 보는게 아니라 옆(?)에서 보는 걸텐데, 저런 그림이 나올수 있는건가요? 가능하다면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합니다. 그냥 드는 생각으로는 가스원반이 주위를 돌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것 때문에 검은 점이 가릴것 같아서요
아, 오늘 발표된 사진은 우리은하가 아닌 M87이라는 거대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은하의 블랙홀을 영상으로 촬영해도 비슷한 모양이 나올겁니다. 원리를 설명하자면, 블랙홀 주변의 모든 빛이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 휘어지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 바라봐도 위 사진과 같이 원반의 형태를 띕니다. 아래 기사의 그림을 보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여담으로,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그냥 받아쓰기만 하지 않고 전문가들이라도 섭외(?)해서 위와 같은 양질의 기사가 나오는 날이 올까요?
진짜 그림으로 그리기 난해한 설명들을 이렇게 명쾌하게 그려놓는거 보면 정말 상상력들이 다들 대단한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이정도 수준의 기사를 언제 볼 수 있을까요.;
radiowave 사용해서 측정했다고 하는데 어떤 성질 측정한 것인가요? event horizon주변의 원반 자체가 radiowave의 파장을 가지는 에너지 띠여서 거기서 나오는 radiowave를 detect 한것일까요?
원반은 전 파장에 걸쳐서 보이기는 하는데요, 이렇게 정밀한 관측을 하려면 분해능을 높이기 위해 interferometry 즉, 간섭계를 이용해서 관측해야 합니다. 간섭계 관측은 간단히 말해 서로 멀리 떨어진 망원경들에서 관측되는 빛을 모아 분해능을 높이는 기술인데요, 빛을 모을 당시 파형 (waveform)을 맞춰야 해서 지금 기술로는 상대적으로 긴 파장에서만 가능합니다. 전파(radio)쪽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지구 곳곳에 있는 전파망원경들을 이용해 이런 간섭계 관측을 해왔습니다.
아 그래서 radio wave를 사용하는군요. 설명을 쉽게 해주시고 대단하세요. ^^ 그래서 이번에는 해상도를 높이기위해 상대적으로 짧은 파장의 radio wave 를 썼고 그부분에서 기술적으로 많은 진척이 필요했다하는군요.
한가지만 더 여쭈어도 될까요?. 가능한한 멀리 떨어진곳에 관측을 하는것을 lens (여기서는 원반이겠죠?)의 지름을 키우면 numerical aperature가 커지는 원리를 이용하기 위해서일까요?
네 맞습니다. 좀더 근본적인 설명을 하자면, 망원경의 가장 중요한 성능 두가지는 집광력 (빛을 얼마나 모으느냐)와 분해능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 천체를 구분할 수 있느냐)입니다. 단일 망원경으로는 당연히 거울(연구용 천체망원경은 렌즈가 아닌 오목거울을 씁니다) 이나 접시(전파망원경)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집광력과 분해능이 둘다 좋아지는데요, 아무리 크게 만들어도 한계가 있겠죠.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간섭계 관측인데요, 집광력은 키울수 없지만 분해능은 가장 멀리 떨어진 두 망원경의 최대거리만큼의 효과를 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가 움직인 거리만큼 망원경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죠. 이렇게 해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망원경이 가지는 분해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동시에 관측하는게 아니기는 한데, 만약 관측하는 천체의 밝기나 모양이 변하지 않거나, 변하더라도 그 주기를 아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시간에 관측한 파형을 합치는건 문제가 되지 않겠죠?
오~~~ 그렇군요 !!! 하물며 지구의 크기보다 더 큰 접시를 쓴것이군요!!! 자세한 설명 많이 감사드립니다. ^^
블랙홀이 정말 존재하는군요..
세상은 참 신비합니다
호러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의 후반부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ㅎㅎ
"Do you see?! Do you see??!! DO YOU SEE???!!!"
"Yes, I see"
삐빕~
공포영화다보니 맥락은 아주 다르지만,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의 이번 성과와 은근 잘 어울리는 대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AoEHR4aW8I
https://www.youtube.com/watch?v=S_GVbuddri8
https://www.youtube.com/watch?v=yrQZi02LKQY
유명 과학/시사 유튜브들도 이번 성과에 대한 영상을 내놓기 시작했네요. 특히 두번째 링크 Veritasium 비디오가 이해하시기 괜찮습니다.
Veritasium 비디오가 이해하기엔 조금이나마 낫지만서도
가운데 크게 어둡게 이벤트호라이존 보다 더 크게 덮는 블랙홀의 그림자라는 표현이 참... 적응이 안 되네요.
빛을 막아서 생기는 어두움을 그림자라 한다면 분명 맞는 표현인 것 같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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