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차 뒷자리 함께 앉은 아이들을 봤다.
차가 시내 난징사범대학 캠퍼스에 도착했다.
학교 투어가 있었다.
이 학교의 학장이었던 미국인 미니 보트린에 관심 때문에 서슴치 않고 따라나섰다.
1937년 12월 일제에 의해 자행된 난징학살이 있었다.
20만~30만의 중국인의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그때 미니 보트린은 학교에 피신처를 마련해 1만여명의 주민을 보호하며 죽음으로 지켜냈다.
절절하고 어두웠던 내 기분은 캠퍼스에 밝고 활짝핀 얼굴에 중화됐다. 중국은 여름이 졸업 시즌이다.
학교엔 그 당시 미국인이 지은 건물이 있었다. 지붕과 기둥을 이어주는 받침은 지붕 아래 장식으로 다닥닥붙었다.
재미있을리 없는 1, 2, 3호, 그래도 실은 내색 않고 잘 따라 다녔다.
도서관에 올라갔다. 건물은 옛 시절 그대로 란다.
에어컨 바람에 살랑거리는 커튼, 그 뒤로 낡은 창문을 보니 시계를 돌린 듯 하다.
1시간30여분 투어가 끝났다. 아이들이 뛰어 놀기 시작했다. "그래 오래 참았다!" .
이번 여행 중 처음 혼자 떠나는 길, 1, 2, 3호의 응원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화칭(淮淸)교에 갔다. 윤봉길 의사 의거 후 백범 이 곳에서 고물상을 하며 일본 눈을 피했다고 한다.
다리에서 둘러봐보며 고물상이 있던 곳을 찾아 보려고 했다.
이미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서 옛 모습을 짐작하긴 힘들었다.
이 다리에서 백범은 약산을 만나기도 했단다. 그래선가 다리에 팔을 걸친 두 사내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화칭교에서 멀지 않은 동관터우 길로 갔다.
이 길 32호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학생훈련소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번짓수는 21호에서 멈췄다.
21호 맞은편이 있었을 법한 36호 자리에 공원이 있었다.
한편에 청나라 문학가 오경재의 동상이 있다. 내 나라 내 땅은 아닌게 아쉽다.
집터 뒤로 강이 흐른다. 아마도 이 강을 따라 드나들기는 더 편했으리라.
훈련소 터를 지나 강을 조금 따라 걸으니 유람선이 지나간다.
긴장이 감돌 던 그 시절 그 거리는 이제 난징 최고 관광지가 됐다.
사진을 찍다보면 한장 쯤 있는 '셀카. '화려한 강가 가게 들을 구경하며,
그렇게 해서 다다른 곳은 난징 공자사당(夫子庙)입구.
꽉찬 미국 가게 간판.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 보니 중국 어른들이 한숨 쉴지 모르겠다 .
사당에서 멀지 않은 자오푸잉(教敷营) 16호, 중국 중앙군군관학교 한인 졸업생이 거주지는 아파트가 됐다.
그 옆 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졌다. 운동가의 집도 그 사이 몇번은 바뀌었겠다 싶다. 사진 한장 남기지 않고, 다 그랬다.
*
3.1 운동 100 주년을 맞이한 올해엔
연초 부터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관련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그때 난징에 몰랐던 항일 흔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난징을 몇번 다녔는데 모르고 지나쳤던게 한심스러웠는데,
이렇게 이번에 조금이나마 둘러 보게 됐네요.
저 다리에서 약산 선생님과 만나신거군요. 당시에 정말 목숨을 걸고, 아니 목숨 이상을 걸고 그리 독립을 위해 싸우신 분들께 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100년 전이나, 100년 뒤 지금이나, 국민은 일본에 저항하며 싸우고, 일부는 일본과 그 잔재에 빌붙어 살고 있는게 참 씁쓸하네요. 100년 뒤에는 다르겠지요?
사진 찍는 폼에서 고수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 사진 찍으신 곳은 정말 중국스러운 중국인거 같습니다. 특히 도서관이 뭔가 엔티크하고 뭔가 정이 가네요ㅋㅋㅋ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
아고, 품격이라니요. 아이들 뒤 꽁무니 쫒아 다닌데 고수라니 어울리지 않는 칭찬 말씀입니다만 감사드립니다! 중국에선 툭하면 천년에 기원전을 들먹이니, 보통 일이백년은 역사로 치지도 않던데요, 도서관은 나름 현대식 건물 유적이라 그런지 설명하시던 교수님께서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고요.
오하이오님 덕분에 난징 구경도 하네요
오늘도 잘봤습니다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오하이오님의 여행에는 정말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코스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역사 공부도 잘 했습니다.
저도 난징이 우리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는 유적이 이리 많은 걸 올해서야 알았네요.
아이들이 어려서 오하이오님처럼 다니기엔 저에게는 불가능한 여정 & 장소인데 앉은 자리에서 늘 편하게 여행 (?) 잘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은 가까우면서도 한번도 못 가본 곳인데, 워낙 땅도 넓고 미국 만큼이나 여러 문화가 있는 듯 합니다. 오하이오님 정도로 다녀봐야 '중국' 가봤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어디까지 가봤니?" ㅋㅋ 1, 2호는 이제 여행다니면서 보고 배운 것들이 머리속에도 남아 있지 않을까요?
아고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 미국 여행을 가면 일단 뉴욕으로 가듯, 저도 이제 뉴욕 찍고 조금 중서부 몇군데 가본 느낌입니다. 서부 신장과 티벳을 늘 염두해 두고 있는데 아직은 쉽지 않네요.
아이들을 보면 기억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거사라도 뭔가 마음 깊은 작은 점이라도 되어 남아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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