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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2019 서울의 봄

사리 | 2019.06.16 13:20:1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비루 히또쯔 구사할 있는 가장 높은 난이도의 일본어인 내게도

일본어식 한자 조어일 것만 같은간선도로중에서 서울 시내 최악을 꼽자면 서부간선로이다.

 

서대문 형무소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독립운동가 가족들의 눈물과 한이 쌓여 있다면,

상하로는 성산대교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좌우로는 목동과 광명 그리고 영등포와 구로를 질러 가는 도로는

교통 체증으로 인한 사람들의 짜증과 분노가 쌓인 도로다.

 

무표정한 자동차도 서부간선로에서 보면 모두 화가 있는 보인다.

최근엔 확장 공사 덕분에 심야에도 막히는 부지기수니,

서울에 살면서 서부간선로를 지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면

인생은 충분히 축복받은 것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서부간선로가 일년에 일주일,

꽉막힌 자동차가 버틸만한 때가 있으니 바로 벚꽃이 피었을 때이다.

막힌 인생도 한철은 버틸만 하듯 말이다.

 

막힐 차들의 어깨가 씩씩 대는 것도 보였는데, 벚꽃이  때에는 다들 그 어깨가 내려가 있다.

같은 심정인가보다. 안양천에 튿어지게 있는 벚꽃이 달리는 안에서 흰뭉터기가 아니라,

걸음만큼 느린 차에서는 각각의 점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벚나무 밑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으뜸이겠지만, 안에서도 그럭저럭 버틸만하다.

무엇보다 귀에 이어폰을 꼽지 않고도 원하는 노래는 배경처럼 들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어폰은 귓구녕에다가이거만 들어!!”하면서 소리를 때려박지만,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는 배경이 되기 마련이다.

 

서부간선로의 차안 벚꽃 놀이는 올해 패티김과 정훈희와 함께 했다.

물론 패티김의 노래는 가사의 계절감은 맞지 않았지만, 꾸역꾸역 걸어가는 차량들의 벚꽃 놀이와는 멜로디가 맞았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기억에 남아 있는 꿈들이, 눈을 감으면 많은 별이 되어 어두운 하늘에 흘러가리라…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다음 노래는 <사랑은 생명의 > 틀었다.

나는 새가 되고 싶어요, 나는 꽃이 되고 싶어요
나는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어요… 
내가 사모하는 님이여, 나를 사랑하는 님이여
사랑은 생명의 꽃이요

 

 

정훈희를 놓을 없었다. 클래식하지만 <꽃밭에서> 틀었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적당히 축축한 노래들로 멈춘듯 이동하듯 서부간서로에 퍼질러있는 자동차 유리판에 벚꽃잎이 바람에 날려왔다.

자동차는 브레이크가 있지만, 나에게도 브레이크란 있는 법이고, 브레이크는 때때로과학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과학이란 브레이크가 상황에서 나에게 것은 이러하다.

 

 

꽃은 식물의 재생산의 도구이다
결국 꽃은 동물로 치자면, 생식기이다.
우리가 꽃을 보면서 예쁘다하는 것은
누군가의 생식기를 보면서생식기 예쁘다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모든 노래 가사가 머리 속에서 다시 변주되었다.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사랑 생식기가 되고 싶어라

 

<사랑은 생명의 > 제목부터 <사랑은 생명의 생식기> 되었다.
나는 새가 되고 싶어요, 나는 생식기가 되고 싶어요
나는 아름다운 생식기가 되고 싶어요

 

정훈희 노래는 수습이 안됐다. <생식기 밭에서>라니.

생식기밭에 앉아서, 생식기를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생식기여, 생식기여….

 

 

 

 

이제 인생에 꽃놀이는 사라졌다
이즈음, 서부 간선로만 안갔어도..
아니 서부 간선로에서 노래만 틀지 않았어도
서부간선로만 안갔어도.
노래만 틀지 않았어도
아니, 안의 브레이크가 없었더라면… 
아니, 우리에게 과학이 없었더라면.. 
탓할 빼고 모두이지만
나만 망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만 망했단 느낌을 갖긴 싫어
이렇게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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