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글

MileMoa

검색
×

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가을, 잔치는 끝났다.

혈자 | 2019.10.10 09:08:3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가을, 잔치는 끝났다.

 

애정하는 두 팀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시즌을 마감했다.

무언가 이룰 것 처럼 드높던 기개가 한 순간에 아스라이 사라졌다. 

승부는 언제나처럼 냉정하고 꺾인 꿈은 참으로 덧없다.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깟 공놀이

 

 

이런 마음이 들어 생각해보니 최영미 시인의 시가 또 떠올랐다. 잔치가 자꾸 끝난다. 여기 저기에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출처: https://dmoo.tistory.com/entry/2018012-서른-잔치는-끝났다 [또 하나의 나를 위하여]

댓글 [41]

목록 스크랩

마일모아 게시판 [114,434] 분류

쓰기
1 / 5722
마일모아 사이트 맞춤 구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