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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light saga...

케빈군 | 2019.10.11 05:18:1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시애틀에서:

 

0) 공항에 가는 길에 안개가 많이 끼었더군요. 착륙 활주로 바로 아래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데 100m 앞 착륙하는 비행기가 보이지 않더군요.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1) TSA PreChk 이 입력이 안되어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직원이 우르르 몰려와서 해결... (15분쯤 걸렸나요) (KE 스톡 DL 항공권) 그 와중에 여권을 자꾸 스캔하다가 ID 페이지를 접어주시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2) APU 문제로 한시간 지연. 냉방이 안되어서 기내는 찜통이 되었구요 (바깥온도는 4도였습니다)

 

3) 행거로 비행기를 통째로 끌고가서 교체를 하겠다고 승객보고 모두 내리라고 하는 화룡점정을.

 

4) 승객이 1/3쯤 내렸을때, (아마도 15번째 쯤으로) 전원이 나갔다 들어오더니 다 고쳤다고 내리지 말고 다시 타라고 하더군요.

 

결국 두시간 좀 넘게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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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중:

 

5) 뒷자리에 앉은 프레임이 크신 남자분, 다리 길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내 등판을 30초에 한번씩 마사지를 해 주십니다. 뭐 참고 남은 일을 몇시간간 합니다.

 

6) 캄차카 반도를 지날때 쯤, 예약한 기차표가 있다는걸, 그리고 그걸 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변경을 시도했는데, 코레일 서버쪽 타임아웃이 1초(!) 인 것 같습니다. 계속 로그인이 풀립니다. 일단 반환부터 하자는 생각에 웹사이트로 가서 반환을 시도했더니, 앱에서 발권한 표는 앱에서 반환하랍니다. 도대체 디지털 기기로 “발권” 하고나면 유가증권이므로 폰을 잃어버리면 표를 새로 사야 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는 공기업에서 나올 수 없을텐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7) 조금의 삽질 끝에 코레일 네트웍이 해외로 나가는 트래픽 대역폭이 부족한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저에겐 3대륙을 아우르는 홈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VPN을 켜고 코레일의 IP 대역을 한국에 남겨진 라즈베리 파이로 우회시킵니다. 좀 불안하지만 드디어 1초 리밋 안에 요청이 성공합니다. 드디어 수수료없이 반환에 성공합니다.

 

8) 예약을 하려고 하니 방금전부터 철도노조가 파업을 한다는 공지가 뜹니다. 뭐 무시하고 계속 새로고침을 합니다. 한 30번 하면 표가 한자리씩 보이지만 한국의 우수한 lte의 latency와 프로게이머로 세계시장을 싹쓸이하는 국민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누르는 대로 “잔여석 없음” 메세지가 나옵니다.

 

9) 옆자리에 앉은 미국인 아저씨, 두시간동안 같은 손놀림을 하는 저를 측은하게 쳐다봅니다. 뭐하냐고 해서 게임 비슷한거 한다고 했습니다. 아저씨는 자기 폰을 꺼내서 넥슨에서 만든 게임이 재밌다며 자기 캐릭터의 레벨을 자랑합니다. 인터넷이 잠시 끊어질때까지 20분동안 맞장구를 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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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10) 드디어 착륙 하고 잠시 게이트가 비길 기다렸지만 별문제는 아닙니다. 드디어 벨트 사인이 꺼지고 모두가 일어서서 짐을 챙기는데 캡틴이 방송으로 난감한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아, 모두 다시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를 10피트 (3미터) 쯤 앞으로 옮겨야 합니다. 탑승구를 다른걸 쓴다네요. 승무원, 출입문 이륙 위치로.” 아... 역시...

 

11) 하지만 여긴 땅입니다. 저는 같은 프로게이머의 민족이고, 비록 로밍이긴 하지만 LTE 도 있습니다. 다시 광클(?)을 시작합니다. 10번 정도 자리가 보였지만 항상 다른 사람이 채갔습니다. 좀 고민을 해봅니다. 잔여석 조회 후 예약 버튼을 누르면 늦습니다. API를 어떻게 했을까. 조회시에 고유값을 만들고 그걸 검증해서 예약되게 하는건 너무 비싼 연산입니다. 서버가 백대면 쉽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아마 예약 버튼을 누르면 해당 열차 정보만 보낼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12) 원하는 열차가 리스트에서 예약가능해질때까지 새로고침을 합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예약 버튼을 누릅니다. 당연히 “잔여석 없음” 이라 나옵니다. 검색화면으로 나가지 않고 같은 버튼을 사정없이 다시 누릅니다. 얘가 요청을 보내고 있긴 한 걸까. 5분만 해보자고 생각합니다.

 

13) 그 와중에 입국심사장까지 도착했습니다. 자동 입국심사대 앞에 서 있던 아저씨가 여권 스캔이 잘 안되자 막 짜증을 냅니다. 직원들이 몰려와서 선생님을 외치며 진정하라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통과합니다. 짐을 부치지 않아서 유유히 나갑니다.

 

14) 그나저나, 역시 앱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표 하나가 물립니다. 앗싸!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고이 모셔둔 한국 신용카드를 꺼내 결제합니다. 드디어 대구 가는구나. T-2시간, 새로운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15) 즐거운 마음으로 화장실에 가서 후줄근한 추리닝을 벗고 다시 청바지로 갈아입습니다. 그래 난 방금 해외에서 돌아온 평범한 남자지. 하하. 화장실에서 나오니 엄마가 필요하다던 크*** 수분크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앗 이게 뭔가요. 입국장에도 면세점이 있습니다. 너무 즐거웠는지 새로 만들어서 스펜딩 채울 겸 써줘야 하는 카드를 두고 아무 카드나 꺼내서 결제합니다. 80불.

 

16) 아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세관 출구 앞에 긴 줄이 있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모든 여행자를 전수검사 한답니다. 10여분을 기다려서 엑스레이 돌리고, 면세품 산거 비싼거 아니라고 설명하고 나옵니다.

 

17) 이제 T-90분입니다. 광명역까지는 한시간은 걸릴겁니다. 빠른 걸음으로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갑니다. 다행히 10분 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습니다. 표를 살려고 아까 까먹은 새로 만든 카드를 넣습니다. 승인거절이랍니다. 그냥 한국카드 씁니다.

 

18) 버스를 타고 잠시 졸았습니다. 창밖으로 건물이 보입니다. 와 벌써 광명역에 왔구나. 금방인데? 싶었는데 인천공항1터미널이랍니다. 네 그렇습니다. 2터미널에서 1터미널까지는 10km 가 넘고 20분이 걸립니다.

 

19) 기사님께 질문합니다. 저... 기차 탈 수 있을까요? 아저씨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십니다. 금요일이에요. 라고 하시는 짧은 답변 속에는 많은 의미가 묻어 있었습니다.

 

이제 버스는 고속도로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T-30분 . 아마도 기차는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땀을 흘려서 거지꼴이 되는지가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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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모바일이라 사진이 돌아가버렸네요. 이따 고칠게요 ㅎㅎ

ps2) 기차 잘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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